이렇게 홍수같이 넘쳐나는 정게글들 중
지나가는 글 중 하나가 될게 뻔하지만 잠시 글 좀 남기고 가겠습니다.
안철수가 후보 사퇴했습니다.
도저히 합의점을 찾을 수 없어서 사퇴했습니다.
너무 대단한 결단이고 존경할 만한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그 뒤에는 분명한 정치적 계산이 있었을 것입니다.
저는 안철수, 문재인 후보 모두 지지했던 사람입니다.
안철수의 중립성, 영민함, 철저함이 지도자로써 어울린다고 생각했고
문재인의 진정성, 혁신성이 세상을 바꿔줄 것이라 생각했습니다.
이렇게 두 명이나 지지할 수 있는 후보가 있다는 것, 그 사이에서 갈등할 수 있다는 것, 그 자체가 너무 행복했습니다. 비록 박근혜가 절대적 기득권으로 자리매김하고 있었더라도요,
물론 둘은 인간적인 모습도 많이 보여줬습니다.
둘다 양보할 수 없는 가치가 있었고, 또한 그 것을 이루기 위해서는 '진정성'만이 아닌 '정치적 전략'이 필요했기 때문입니다.
문재인은 통큰 양보를 하는 척했지만 사실은 크게 양보하지 않았고 안철수는 그에 대한 적절한 대안을 내놓지 못했습니다.
저희 아버지는 운동권 출신이고 급진적 변화를 추구하십니다. 따라서 온리 문재인이셨습니다.
반면 제 남자친구는 문재인 회의론자입니다.
변화를 싫어하고 현재 상황을 지키는게 제일 좋다고 생각했습니다. 보편적 복지라는 발상이 너무 위험하다고 생각했습니다. (중도 보수였습니다.)
이번 후보 사퇴 선언 이후
저희 아버지는 크게 안타까워하셨습니다. 이일로 사실상 문재인이 이기는건 많이 어려워졌으니까요..
반면, 안철수의 과감한 한 수를 보면서 안철수를 많이 다르게 평가하게 되셨습니다. 그렇게 대담하게 행동할 수 있다면 다음 대선 때는 밀어볼 만하다는 생각을 하게 되셨습니다. 그래서, 다음 대선을 위해 이번에는 박근혜가 되서 한바탕 와장창 깨는 것도 괜찮겠다는 파격적 언행을 하시기도 하셨습니다.
제 남자친구의 경우, 박근혜를 찍겠다 합니다.
'보편적 복지'라는 키워드가 너무 위험하고 공감할 수 없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저의 경우, 당연히 문재인을 찍습니다.
저도 남자친구의 말을 들으며 '보편적 복지'라는 개념에 회의를 가지기도 했지만, 그보다 박근혜가 더 무섭기 때문입니다.
물론 다음 대선때는 안철수를 찍을 겁니다.
이렇게 사람들은 다양한 생각 끝에 판단을 내립니다.
안철수가 후보 사퇴했다고 박근혜를 찍겠다는 사람이 변절자도 아니고.
문재인 지지자들이 어떻게든 문재인을 당선 시키겠다고 이제와서 '안철수를 지지하는 척'을 하는 것도 아닙니다.
이 일은 문재인의 잘못도 안철수의 잘못도 아닙니다.
둘은 합의점을 찾지 못했을 뿐입니다.
그 와중에 안철수가 먼저 '약속을 지키기 위해' 사퇴했을 뿐입니다.
'약속을 지키는 사람' 이라는 타이틀을 획득함으로써 자신만의 정치적 행동을 한 것입니다.
한쪽이 일방적으로 사냥당한 것도 아니고
한쪽이 일방적으로 자기 멋대로 휘두른 것도 아닙니다.
다만 박근혜가 승리할 확률이 조금 더 올라갔다 그뿐입니다.
그러니까 저는 오유인들이 감정적으로 누가 잘했네 잘못했네 싸우기 보다는 이제는...더이상 단일화의 과정이나 대의에 연연하기 보다는..
나는 이시점에서 누굴 찍어야 옳은 건지, 어떻게 행동해야 나의 소신과 맞는 행동인건지.. 이를 조금 더 생각해주셨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그리고 그 선택을 전적으로 믿고 타인을 설득하되
그 생각에 공감하지 못하는 사람을 비방하고 인신공격하지는 말았으면 합니다.
어쨌든 단일화는 이미 이루졌으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