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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왠지 마재윤이 좀 불쌍하기도 합니다.
게시물ID : starcraft_25550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아아Ω
추천 : 13
조회수 : 1971회
댓글수 : 10개
등록시간 : 2010/05/16 20:08:02
제목 그대로입니다.

저는 마재윤의 팬도 아니며 마막장,마레기,마봉지,마잭팟(아 글을 쓰면서 이제보니 이 별명은 대박이었군요)이라고 불린다하여 까지도 않았습니다. 그저 재미있는 글엔 웃었을 뿐.
그는 프로로서 해선 안 될 짓을 했습니다. 그건 맞죠.
다만 제가 보기에 그저 그 인생의 굴곡에서 잘못된 판단을 하게 된 계기가 이럴수도 있지 않을까하는 추측이 들었기 때문입니다. 사실이 아닐수도 있습니다.

처음 승부조작이 수면 위로 떠올랐을 때 마재윤의 이름을 보고 적잖이 놀랐습니다.
저는 실제로 베팅까지 이루어지고 있는 E-SPORT 시장에 승부조작과 같은 더러운 짓거리가 돈이 되는 순간부터 시도되었으리라고 봅니다.
그리고 누군가의 3.3혁명 조작설까지 듣고 아 이게 진짜면 대박 이라고까지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곰곰이 생각해보자면 임이최마 로 이어지는 본좌라인의 정점을 찍고 있던 시절입니다.
테란뿐인 본좌라인의 유일한 저그이기도 했구요. 이시절의 그가 절대적포스를 자랑했던 것은 분명한 사실입니다.
양대리그 우승이 눈앞이었고 그 때까지의 행보와 커리어로 볼 때 본인 스스로조차 우승을 의심하지 않았을 시절, 상금과 각종 인센티브로 그러한 유혹에 크게 흔들릴만하지 않았을 것입니다. 거론된 대가금액으로 보나 그의 위치에서로 보나요.

하지만 절대다수의 예상을 뒤엎고 김택용은 마재윤을 3:0 셧아웃시켜버렸죠.
본인도 적잖이 당황헀을 것입니다. 당시의 경기는 그냥 어쩌다 진 것 같은 느낌이 아니라 김택용의 압승이었습니다. 아마도 마재윤은 의외의 일격을 맞고 상당히 충격을 받았을테지요. 그리고 적어도 본좌로까지 불렸던 사람으로 승부욕도 있었을테고 김택용을 이기기 위해 노력했을 것입니다. 실제로 그 경기 이후로 마재윤은 김택용과 수차례 붙어 땡히드라러시도 시도해보고 갖가지 이기기위한 노력들을 헀습니다. 하지만 결과가 안 좋았죠. 계속되는 패배 속에 지독한 좌절감을 맛봤을 것입니다. 점차 벽으로 느껴졌을 것입니다. 슬럼프도 오게 되고 성적도 나빠집니다. 네티즌들로부터 바뀌어가는 자신의 별칭 등도 큰 상처로 작용했겠죠. 이렇듯 약해져버린 마재윤에게 암흑의 손길은 말합니다. 넌 이제 이길 수 없는 상대를 만났다. 수명이 길지 않은 게이머 생활 끝나고 무엇을 할 것이냐. 아직은 김택용에게 졌을 뿐 너의 커리어는 건재하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명성은 낮아지고 점차 잊혀질 것이다. 땡길 수 있을 때 바짝 벌어 더 나중을 대비해야한다.

이 순간이 마재윤이 승부조작의 길을 선택했을 떄라고 봅니다.
잘못된 선택을 한 것도 맞고 누군가의 잘못도 아닌 본인의 선택이었지만 왠지 불쌍하기까지한 행보입니다.
블리치에서 도르도니가 한 말이 문득 생각이 나는군요.
"높은 곳에 있던 사람은 그 광경을 잊을 수 없는 법이다. 붕옥을 손에 얻은 후의 에스파다는 격이 다르기 때문에 다시 에스파다로 돌아갈 수 없겠지만 어떻게든 돌아가고 싶었다고. 이치고를 이기면 받아주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고 했죠.

뭐 그냥 제가 나날이 커져가는 승부조작 파문 속에서 문득 들고 있는 생각입니다.
사실이 아닐수도 있습니다.
그리고 이게 사실이라고 마재윤을 이해해줘야한다는 것도 아닙니다.
그저 불쌍한 생각이 조금 들었습니다.

영광의 시절 예상치 못한 타격을 입고 다시 노력해보았지만 잘 안됐을 때 달콤해보이는 유혹이 온다면 과연 나의 선택은 어떨까 하는 생각도 들었고요. 심지 굳게 죽도록 다시 연습하여 제자리를 찾아오는 드라마같은 상황이 더 멋진 길이니까 나 자신을 믿고 끊임없이 연습했을까 하는 생각도요.
마재윤은 결국 자신을 믿지 못했죠. 함께 거론된 많은 프로게이머들도요. 그들은 다만 커리어가 떨어질 뿐이죠.

사실 프로게이머들은 갈수록 어린 나이에 냉정한 승부의 세계에 뛰어듭니다. 그리고 정점을 찍는 극소수만이 어느 정도 생활을 보장받는 것 같습니다. 이영호의 연봉만 봐도 그렇구요. 일찌감치 게임만을 파고든 그들이 충분한 교육을 받았으리라곤 상상하기 힘듭니다. 또한 이것만 하다가 잘 안되서 포기하게되면 뭘하며 살아야할지 다른 길도 막막해보이구요. 십수년 이어오고 있는 스타크래프트 리그도 언제까지 갈지는 아무도 모릅니다. 근시일내에 사라질 일은 없다 하더라도요.

그냥 많은 사람들에게 실망을 준 마재윤이 가장 욕을 많이 먹고 있는 시점에 당시에는 강민 팬이라 성전하고 그러면 그토록 밉게 보이던 그가 문득 불쌍하게 보이는 생각이 들어서 내뱉어보았습니다.

우승후에도 떄론 겸손할 줄 알았던 마재윤이라 잘해서 얄밉긴 해도 사람이 밉진 않았는데 상황에 따라 사람이 변하는 것을 보니 특히 이런 쪽이라 마음이 안 좋습니다.

어쨋든 배가 고프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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