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물고기자리 인간이오, 이슬 오는 시간에 깨 눈물과 친했고 흙수저가 안 맞아 육지서 살기 버거웠다.
아가미의 갈증 채울 수 있는 건 오직 빈 그릇 모양대로 바뀌는 물과 같으니
목마를 땐 물안개 퍼진 곳이 이 몸 적시는 목적지의 모든 것, 온 힘을 걸어 걸어갈 가치가 있었다.
그래서 걷는다. 세상을 부드럽게 유영해야 할 지느러미가 구둣발 되고, 굽마저 다 닳아 마침내 물이 일렁인 데 온 것이네.
허나 지상에 산 세월이 너무 오래 지체했기에 수중의 목숨으로 귀향하는 것은 곧 미련이 된 터요.
그래도 걷는다. 양수가 터질 때 끝났어야 할 물고기자리 인간, 인제 와 물 안에 비친 내 마음이 죽은 귀신이 된 들, 가벼운 슬픔일 뿐
띄운 버들잎처럼 가벼워 가라앉지 못하고 또 기슭을 밟지 못하여도, 성한 폐호흡 대신 눈물 속에 올각 댄 생전 내 분수, 한이 아닐 것이네.
땅에도 물에도 어느 쪽도 순응치 아니 된 그 말로야말로 응당 내 분수, 한이 아닐 것이오.
시체가 고이 든 물도 그저 내 평생 흐른 눈물과 같고 그런 물 안에 살기 친했던 자의 그 시체려거든
골수도 녹는 길고 긴 잠에서 다시 빛을 떴을 때 눈껍질 깐 고기 한 마리로 태어나리.
짜고 쓴 방울이 억수를 빚어도 그 이슬도 이슬 맺힌지 모르게 그 눈물도 눈물인지 모르는 곳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