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일일읽's comment : 진짜다! 진짜가 나타났다! "이 한 권의 책으로 스릴러는 문학의 지위를 인정받았다!"란 찬사는 진짜였다.
나는 강이 바라다보이는 곳에서 어머니를 잃었고 그 강둑에서 사랑에 빠졌다. 아버지한테 쫓겨나던 날 나는 강의 냄새를 맡을 수 있었다. 강은 내 영혼의 일부였다. 그리고 나는 영원히 그 강을 잃어버렸다고 생각했다.
이 소설은 첫 페이지에서 유년 시절의 행복한 기억에서 떼어놓을래야 떼어놓을 수 없는 강에 대한 간략한 서술로 시작되는데, 책 제목이 『DOWN RIVER』인 점은 의미심장하다. 뜻풀이를 해보자면 '강 아래'를 의미하는 부사 내지 형용사인데, 주인공은 이 책 속의 이야기들을 거치면서 책을 덮을 무렵에는 그 '강 아래'에 다다르게 된다. 첫 페이지를 지나 다음 페이지로 가보면 이런, 이 소설은 두 번째 페이지에서부터 직구를 던진다.
하지만 상황은 달라질 수 있는 법이다. 나는 스스로에게 그렇게 말했다. 실수나 잘못은 바로잡고 고칠 수 있는 것이다. 그런 생각으로 나는 고향에 돌아오게 되었다. 한편으로는 기대와 희망이, 또 한편으로는 강한 분노가 마음속에 도사리고 있었다.
말하자면 분노에 찬 '왕의 귀환'이다. 이 소설에서는 '왕자의 귀환'이라고 하면 딱 들어맞다. 이와 유사한 플롯으로 인기와 명성을 얻은 다른 작가의 작품으로- 왕자는 못되는 주인공이지만 - 넬레 노이하우스의 『백설공주에게 죽음을』이 있다. 이 작품을 비롯해서 언젠가 이렇게 주인공의 귀환으로 '시작'되는 소설들을 따로 모아서 정리해 보아도 재밌을 것 같다. 이 소설의 주인공은 과거 속의 분노를 안고 고향을 등지고 떠났으나, 예기치 않게 고향 친구의 전화를 받고 고향으로 돌아오게 된다. 그 분노는 가족을 향해 있는데, 시종일관 소설 속의 이야기들은 마치 봉건제도 하에 영지를 다스리는 영주의 굳건해 보이는 가족이 뿌리부터 허물어지는 듯한 음울한 모습을 담아낸 듯하다. 그 영주는 주인공의 아버지인데, 비유가 그렇다는 얘기지 실제 이야기 속 배경은 현대이다.
저자는 소설 속 이야기의 아래에 쉼 없이 흐르고 있는 어떤 이미지를 그 개성적인 문체로 포착해낸다. 그 이미지란 강이 흐르는 정경이다. 물살과 함께 흐르는 시간 속에 사건 하나하나 속의 느낌이나 감정은 점차 퇴색되어 가면서 과거의 일들이 끊임없이 '지금'의 관점에서 새로이 받아들여지게 된다. 이 소설은 특히 저자의 필체가 도드라지는데, 그 필체로 서술되는 이야기 속에 시간이 흐른다는 느낌은 뭉텅 떨어져 나가고 숫제 '사건의 흐름'만이 있다 할만하다. 그같은 사건의 흐름 속에서 그때그때의 격정 같은 것들이 사그러들고 끝내는 '강 아래서' 자신에게 일어난 사건들을 전부 재맥락화하는 주인공의 모습에서 이 책은 끝난다. 인간 스스로의 눈멀음에 대한 연민만이 우리가 선택할 수 있는 길임을 암시하면서.
나는 창가에 서서 강을 바라보았다. 그것은 내가 사랑했던 강이 아니었다. 색깔도 달랐고 강변의 모습도 달랐다. 하지만 물은 움직였다. 물은 모든 것을 닳아빠지게 하고 스스로 회복되었으며 광대한 바다 속으로 밀려 나갔다.
나는 나 자신이 저지른 실수들을 생각해보았다. 아버지와 그레이스, 그리고 아저씨가 했던 말들도 머릿속에 떠올려보았다. 인간은 어디까지나 인간일 뿐이고 하나님의 손은 모든 사물에 들어 있다고 아저씨는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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