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의 세상에서 민주주의로 넘어오는 역사를 잘 보면 가장 안쪽에는 결국 힘에 의한 서열확인이 들어 있음을 볼 수 있습니다.... 과거에는 왕, 귀족 등 특정 혈족부류의 힘이 무작위의 다수를 충분히 억제할 만 했으나 민주주의에 와서는 소위 '군중'의 힘이 지배하려는 자를 압도하여 주권은 군중의 손에 쥐어지게 되었지요... 군중 모두가 정치를 할 수 없기에 주권의 행사는 선별된 일부에게 넘기게 되고 군중은 그 일부를 선별할 권리를 쥐고 있는게 지금의 민주주의입니다...
시게분들 정도라면 뻔히 아실 만한 이야기를 굳이 왜 하느냐 하면 선별된 일부의 힘은 막강하고 우위를 선점하고 있기에 군중의 힘은 집결되기 힘들고 그래서 군중의 일부가 전체 군중의 힘을 집결시키기 위한 방법으로서 '시위'를 택하게 된다고 보는 제 관점을 먼저 말씀드리고 싶어서 입니다.
우선 우리나라의 시위가 왜이렇가 폭력적인가 하는 문제부터 거론해 보겠습니다.. 저는 시위에 참여한 적도, 참여한 사람과 알지도 못하지만 인간의 지식과 행위는 선대에게서 물려받는 것이라는 점을 고려할 때, 시위문화 또한 이전 세대로부터 물려받은 것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문제는 '이전 세대'라는 것이 어떤 세대입니까? 소위 '말한마디 잘못하면 잡혀가는'험한 세상이었습니다. 그렇기에 항상 아래에서 위로 쳐 올리게 되는 시위란 행위는 물리적, 이념적 양쪽으로 핍박을 받았고 격해질 수 밖에 없는 세대였습니다. 그런 세대로부터 물려받은 시위 문화는 약간의 자극에도 격해질 수 밖에 없는 문화일거라고 쉽게 예상할 수 있습니다. 그럼 폭력적 시위는 전부 과거 정권의 핍박 탓이냐... 라는 당연히 예상되는 이의 제기에 관해 시위 자체를 한 번 돌아볼까요...
'시위'하면 흔히 떠올리게 되는 것은 대개 비슷비슷 할 겁니다. 전경, 최루탄, 몽둥이, 화염병 등등... 뭐, '빨갱이' '좌파'를 떠올리실 분도 있으시겠습니다만.... 중요한 것은 어떤 시위가 있었고 무엇을 위한 시위였나가 아닌 시위의 폭력적인 이미지만이 사람들이 머릿속에 남았다는 겁니다... 왜일까요? 사람들이 시위에 관심을 갖고 지속적인 관찰을 했을 리는 없으니 답은 간단합니다. 누군가에 의해 조장되고 주입된 이미지 입니다. 그것이 누구인가는 각자의 판단에 맡기겠습니다만, 억압이 심했기에 시위도 잦고 폭력적일 수 밖에 없던 그 시절에 사람들에게 이미지를 조장하고 주입할 수 있는 존재는 몇 되지 않다고 봅니다. 예, '무엇을 위한 시위였나' 혹은 '왜 시위를 했는가'는 사라지고 시위의 폭력성, 시민에게 주는 불편함만이 부각됩니다. 왜일까요? 저라면 이렇게 말하겠습니다. '시위하는 자들이 상대적 약자이기 때문에'라고
폭력 시위는 운동권의 인물이나 기타 인물(빨갱이? 라고 하는 사람도 있겠지요)에 의해 일어난다고 보는 분이 많은 듯 합니다... 그런 사람들이 없지야 않겠지요. 하지만 선동에도 목적이 있을것이며 안건의 당사자들의 마음에 가 닿아야 하는 건 당연한 이야기입니다. 하지만 사람들의 말을 들어보면 '왜 선동하는가'에 대한 내용이 항상 빠져있어서 꼭 '그놈들은 원래 폭력적이고 시위라면 좋아서 끼니도 거르고 달려갈 만한 놈들이라 그래'라는 소리를 들은 것만 같은 느낌이 듭니다. 오래된 뻘건칠의 잔재라고 봅니다 저는....
폭력적 시위 자체의 당위성도 단순히 '시위대가 폭력적이어서'라는 것 만으로 설명 할 수 있는건 아닙니다. 시커먼 보호구와 육중한 방패, 사용하는 일은 드물지 몰라도 허리에는 다 걸려 있는 괴자형 곤봉, 항상 배후에 위용을 과시하며 서 있는 차량. 상식적으로 '덤비기 힘든'상대입니다. 선동과 군중심리의 힘만으로는 뛰어넘기 힘든 투지를 필요로 할 겁니다. 나이 지긋한 사람들이 생업도 제쳐두고 전투에 몸을 던지고 마는 것은 그만큼 그들에게는 절박한 문제이기 때문이겠지요.(우리 이전 세대의 분들에게는 생업은 생존과 직결된 문제입니다. 그걸 제쳐둔다는 의미는 꽤 무겁습니다)
저는 폭력 시위 소식을 들으면 씁쓸한 미소로 고개를 끄덕이긴 하지만 그게 옳다고 주장하진 않겠습니다. 그러나 한정된 정보만 가지고 시위를 평가하기 이전에 상대의 입장에 서 보고 왜 그런가도 생각해 보고 두루두루 고려해 본 다음에 평가를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