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날 뒷부분과 손잡이는 거의 다 깎았는데, 가장 굴곡이 심한 가위 앞 부분의 EVA폼이 통째로 뜯겨 나갔습니다.

EVA폼 10T를 세 장 적층해서 형태를 만들려던 계획은 일단 수포로 돌아갔고요, 이번에는 4T 몇 장으로 형태를 잡은 뒤 FRP수지라는 것을 이용해 내구성을 확보해 볼 생각입니다.

근데 문제는 제가 요즘 본업 관계로 가평, 사당, 장흥 등등 주말까지도 미친 듯이 돌아다니고 있다는 겁니다.

기껏 작업실에 갈 수 있는 시간이래봐야 일이 끝나고 다음 날 일을 준비해야 할 때 뿐입니다.

그래서 조금 시간이 덜 필요하면서 뭔가 만들어 낼 수 있는 게 뭘까 생각해보다가 페인트 가게에서 페인트 몇 통을 사면서 폴리퍼티란 걸 구입했습니다.

폴리퍼티는 주제와 경화제를 섞어서 굳히는 물건인데, 보통은 페인트 칠하기 전에 빈틈을 메꾸거나 할 때 씁니다.

원래는 이런 용도로 쓰는 폴리퍼티지만, 프라모델 만들자라는 일본의 프로그램을 보면 코토부키야의 조형사 한 분이 이걸 가지고 멋지게 원형을 만드는 장면이 나옵니다.

그래서 피규어를 만들어봐야겠다고 생각했죠.

근데 사실 원래 있는 거 만들어봐야 무슨 재미겠습니까? 애정을 많이 받지만 제품화되지 않는 아이들이 뭐가 있을까 싶어 어제 애게분들께 조언을 구했습니다.

흑의 계약자, 심포기어 등등 다양한 이야기가 나왔지만, 제 눈길을 끄는 것은 시치미야 렌이었습니다.

얼마나 불쌍합니까. 중2렌에서 중반까지 쩌리 취급 받다가 결국엔 아무 것도 못하고 물러가지 않았습니까?

근데 사실 극장판 마지막 부분(스탭롤 끝나고 시치미야가 발목만 등장하는 부분)을 보면 매우 귀엽고 매력이 넘치는 아이란 말입니다.

그래서 저는 어떤 분이 추천해 주신대로 제 첫 피규어(사실은 에폭시 퍼티로 티모랑 S4리그 자캐 만들다가 싼 적이 있어요.)를 시치미야 렌으로 정했습니다.

일단 예전에 사뒀던 책을 펼쳐 폴리퍼티로 피규어를 만들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이미지 트레이닝을 시작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