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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 FTA에 대하여
게시물ID : sisa_25651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연작
추천 : 6
조회수 : 390회
댓글수 : 2개
등록시간 : 2006/12/01 16:11:24
말이 많습니다. 생각해 보면 간단합니다. 우리는 한미 FTA에 대해 아쉬울 게 없습니다. 여기저기에서 나오는 연구 결과에서는 수출이 크게 증가할 가능성도 낮다고 하며, 괜시리 농업과 의약업, 금융업과 각종 서비스업만 말아먹을 가능성만 높다고 합니다. 덧붙여 미국산 소고기 수입으로 광우병 위험만 높이게 되겠죠.

한미 FTA 불발로 아쉬울 사람이 있다면 정말 잘 사는 상위 몇% 이내의 상류층들과 임기 내에 뭔가 업적 하나 남겨보려는 참여정부일 뿐입니다. 4년 내내 티격태격했다고 보도됐던 이들 두 부류...참여정부와 상류층들이 막판에 와서 기막힌 의견일치를 보이고 있는 격입니다. (김영삼 전 대통령도 임기 내에 업적 하나 남긴답시고 OECD 가입하고 세계화 추진하다가 IMF를 불러들였던 걸 생각하면...참 비슷하다는 생각도 듭니다.) 

한미 FTA에 반대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잘 들어 보세요. FTA 자체에 대해 반대하는 것은 아닙니다. 핵심은 왜 하필 미국이냐는 겁니다. 수출량을 늘려야겠다면 BRICs...브라질,러시아,인도,중국 등을 비롯해 다른 시장도 많습니다. EU도 엄청 큰 시장입니다. 특히 BRICs와 베네주엘라 등 중남미 국가들은 수출증대 효과도 훨씬 높으며 우리 산업의 경쟁력도 키워줄 수 있는 적절한 시장을 가지고 있습니다. 러시아엔 천연가스가, 베네주엘라엔 석유가 많은 것도 강력한 매력이 됩니다.

수많은 FTA 중에서 미국과의 FTA는 최악의 선택입니다. 자유무역? 미국은 개국 이래 단 한 번도 자기네가 불리한 산업 분야에서 자유무역을 한 적이 없습니다. 보호무역을 주장하던 독일 출신의 프리드리히 리스트가 미국으로 망명하자 바로 그의 이론을 받아들였고, 자국의 산업경쟁력(특히 공업)이 당시 최강대국이었던 영국과 동등해 질 때까지 계속 보호관세정책을 유지했습니다. 사실 산업혁명 이래 최강대국의 지위를 유지했던 영국조차 자유무역을 지속한 것은 20년에 불과합니다. 영국 역시 자국의 약한 산업은 보호관세 혹은 비관세장벽을 통해 철저히 보호하면서 키웠습니다.

영국을 앞지른 후에 미국은 '자유무역'의 주창자가 되어, 그 이름도 찬란한 신자유주의 시대를 열었습니다. 그리고 소련 해체 이후, 단일 국가로는 누구도 따라올 수 없는 경지에 이르자마자 미국은 여기저기 만만한 국가들한테 자유무역하자고 조르고 있는 격입니다. 그러면서도 자기네 특정 산업이 불리할 때면 언제든 그 늠의 슈퍼 301조를 전가의 보도처럼 꺼내 '자유무역'이라는 이름이 무색한 보호장벽을 세우곤 하죠. 한미 FTA가 체결되면 못 그럴 것이다? NAFTA 체결 이후 가격으로는 절대 밀리지 않아야 정상인 멕시코의 농산물이 미국산 농산물에 가격 경쟁력으로 밀렸던 예도 있습니다. 이에 대해서는 촘스키 교수가 이미 미국내 공개된 자료들을 통해, 미국 농민에 대한 막대한 보조금(subsidy) 정책-비관세장벽의 하나-을 통해 자국 산업을 보호했기 때문이라고 밝혀낸 바 있습니다.

미국이나 영국이나, 아니 세계 어떤 나라든 대부분의 선진국들은 전술한 것처럼 자국의 산업을 키워 왔습니다. 우리도 마찬가지입니다. 박정희 전두환 노태우 독재시절 때는(독재라서가 아니라 후진국이라서) 미국을 비롯한 서구 국가들이 우리 산업들을 봐주는 틈에 우리도 적절한 관세 부과 등 보호장벽을 세울 수 있었고 그 틈에 산업 경쟁력을 키울 수 있었습니다. 그러나 이제 우리도 그 늠의 OECD 가입으로 당당한 '선진국' 대열에 참가했기 때문에 누가 봐줄 리도 없고 보호장벽 같은 걸 세울 수 있을 리 만무합니다. 미국은 막가파라 꺼떡하면 슈퍼301조 꺼내서 물릴 수 있지만 우리는 그러지 못합니다. 이런 위치에서 미국과 FTA를 맺으면, 한 마디로 미국과 1:1 장기를 두는데 장기도 못두는 주제에 차포 떼고 두는 셈입니다. (게다가 미국은 궁지에 몰려도 무한 '물리기 신공'도 쓸 수 있는 셈이죠. 네, 좀 과격한 비유입니다.)

도대체 뭐가 아쉬워서 꼭, 하필, 이런 미국하고 FTA를 해야 되는 겁니까? 물론 미국 시장이 엄청 큰 시장인 것은 맞습니다. 그러나 그래봤자 전 세계 인구의 5%밖에 안 되는 규모의 시장입니다. 미국과의 FTA를 통해 경쟁력을 강화하면 다른 나라나 세력(EU 등)과의 FTA에서 이점이 생기는 것도 매력 중 하나일 겁니다. 그러나 경쟁력을 강화하지 못하고 맥없이 흡수당할 산업 분야도 여럿 있을 수 있으며 농업 같은 경우는 폭삭 망할 가능성도 없지는 않습니다. 이런 점들에 대해 뭔가 대책이 있어야 되는데 '우리 국민의 저력을 믿는다'라는 말씀 달랑 한 마디 뿐입니다. 

한미 FTA는 좌파들도 당연히 반대합니다. 신자유주의의 연장선상이자 확장이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한미 FTA는 오히려 우파들이 더 크게 반대해야 마땅합니다. 국익에 해를 끼칠 가능성이 높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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