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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계 침은 그 차원에서 벗어날 수 없다.
초침은 초침대로
분침은 분침대로
시침은 시침대로, 설계되었고
버둥거려봤자 순리란 놈의 벽에 부딪혀
고착된 궤도 속에서 역할 만큼 움직일 뿐
사유를 확장해 본다.
분침은 초가 이룬 시대며
시침은 분들의 역사.
이 땅처럼 둥근 저 시계의 가는 초는
항상 변하고 사라져 온
지금 이 순간, 현재와
우리의 삶.
초침 한 번의 유일한 메아리가 똑딱.
그리고 그 1초는 이제 완벽히 없다.
어쩌면 삶의 동의어인 공평한 것, 죽음.
허무하게
똑 부러지고
딱하게 맞이하는
그저 시계 소리처럼 잊혀야 하는가.
그래서 우린 잊혀야 하는가.
사유를 확장해 본다.
인류의 시계가 묘하게 지구를 닮아 씁쓸하군.
버둥거려봤자 순리란 놈의 벽에 부딪혀 초침인 양 쓰러져 갈 삶들.
자전은 돌고 도는 시계 침과 같고
자기장의 원천은 부속품인 태엽과 같다.
구조적으로 이 얼마나 닮았는지
우습군. 결국 시계 따위라니
아니, 고작해야 흙뭉치였다.
푹신한 소파에 앉아
등을 기댄 채 다리를 꼬고
손안의 지구를 만지작거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