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카타니아의 정원
프롤로그
이퀘스트리아가 성립된 지 삼백 년도 채 되지 않은 먼 옛날, 포니들은 서로를 향한 증오를 완전히 떨쳐버린 지 오래였다. 포니들은 서로 화합하며 오랜 시간 동안 평화를 유지했다. 유니콘, 어스포니, 페가수스 세 종족이 함께 사는 마을이 곳곳에 들어섰으며, 세 종족은 마을의 발전과 평화를 위해 자기들의 능력을 이웃을 위해서 사용하며 평화롭게 살았다. 하지만 종족 간의 갈등은 거의 사라졌다고 해도 개인 간의 갈등 문제는 여전히 남아있어서, 각 마을은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머리를 맞대기 시작했다. 이후 수많은 포니들의 거주지에는 마을의 질서를 유지하는 역할을 맡은 지도자가 등장하기 시작했다. 현대 시대의 촌장, 혹은 시장에 해당하는 역할을 맡았던 이들은 시간이 지남에 따라 점점 강력한 권리를 가지게 되기 시작했으며, 고대 왕정 질서가 성립하는 근본이 되었다…
“트와일라잇?”
“무슨 문제 있어, 레인보우 대쉬?”
“나는 이런 지루한 이야기가 뭐가 재밌는 이야기라는 건지 이해가 전혀 안 되는데.”
레인보우 대쉬는 트와일라잇의 얼굴에 대놓고 입을 쫙 벌려 하품하면서 이야기가 재미가 없다는 걸 노골적으로 표현했다. 당연히 트와일라잇의 얼굴은, 불쾌하다는 감정은 잘 드러나지는 않았지만 분명히 대쉬에게 뭔가 불만이 있음을 드러내는 그런 얼굴이었다.
“트와일라잇, 우린 네가 기가 막히게 재미있는 야그가 있다고 해서 왔는디, 솔직히 말해서, 이게 진짜 재미있는 얘기인지 당최 알 수가 없다 아이가.”
“저기… 난 동물 친구들에게 얘기해줄 만 한 이야기라고 해서 왔는데… 어… 네가 들으면 기분 나빠할 지 모르겠는데… 어… 친구들이 이해하기 조금 어려울 것 같아서 말이야…”
스위트 애플 에이커에서 마지막 수확을 하다가 반강제적으로 끌려온 애플잭과, 엔젤과 티타임을 끝낸 직후 따라온 플러터샤이는 자기 나름대로의 방법으로 이야기가 재미없음에 대한 불만을 표출했다.
“거봐, 트와일라잇! 내가 그 얘긴 진짜 재미없을 거라고 했잖아.”
스파이크는 커다란 아이스크림 통을 들고 스푼으로 아이스크림을 퍼 먹으며 말했다.
“이야기 초반부라서 그래. 뒤로 갈수록, 점점 재미있어질 거야!”
친구들이 뭐라고 말하던, 트와일라잇은 이야기책의 두 번째 장을 넘겼다.
이퀘스트리아 각지엔 수많은 도시가 세워졌는데, 이 중엔 주변 지역의 세력권과 결합하여 하나의 거대한 도시 국가로 발전하는 경우도 있었다. 대표적인 예로, 메인하탄은 이퀘스트리아 초기에 건국된 도시 국가 중에서 가장 일찍 성립된 국가 중 하나였으며…
“잠깐, 트와일라잇!”
대쉬가 트와일라잇의 마법에 의해 둥둥 떠 있던 책을 빠른 속도로 날아 낚아챘다.
“대쉬, 뭐 하는 거야!”
“트와일라잇, 진짜 미안한 말이지만, 네가 재미있다고 읽어주고 있는 책이 무슨 책인지 알아?”
대쉬는 두꺼운 책을 덮어 표지가 보이도록 들어 친구들에게 보였다. 약 팔백 페이지 정도의 두꺼운 책의 하드보드지 재질의 표지에는 ‘이퀘스트리아 고대 역사’라는 글씨가 커다랗게 쓰여있었다. 그 아래에 작은 글씨로 저자의 이름이 쓰여 있었는데, ‘로날드’라는 이름 뒤의 글자는 흐릿하게 지워져 있었다.
“아, 트와일라잇. 네가 읽어주려던 이야기책이 박사님들이나 보는 엄청 두꺼운 역사책이었단 말이야?”
“트와일라잇, 내는 농사일엔 자신 있지만서도, 이퀘스트리아의 역사 같은 건 잘 모를뿐더러, 그런 어려운 책은 읽어줘도 못 알아듣는다. 내가 읽어본 책이라곤 애플 패밀리 가족앨범하고 ‘작은 포니의 장난감 기차’밖에 없다 이 말이다.”
“어, 애플잭. 그거 진짜야?”
“당연히 뻥이지, 너는 그걸 믿나?”
“아오…”
트와일라잇은 대쉬가 들고 있는 책을 다시 빼앗아 읽고 있던 페이지를 폈다.
“좋아, 그럼… 너희들이 듣기 좋게 쉽게 이야기로 풀어서 해 줄게. 그럼 좋겠지?”
“우리가 원하는 바라고!”
대쉬는 공중에서 다시 제자리로 돌아와 앉았다.
“그 전에.”
트와일라잇의 눈빛이 갑자기 날카로워졌다.
“핑키 먼저 깨우고.”
“음… 어? 나 자고 있었어?”
이퀘스트리아 대륙의 어딘가에, 페타산드리아라는 비교적 큰 도시국가가 있었다. 이 도시의 시민들은 별을 숭배하는 종교를 국교로 지정하고 있었는데, 고위 신관들 간의 갈등이 원인이 되어 이 종교는 두 가지 교파로 갈라져버리고 말았다. 숭배하는 대상은 밤하늘을 장식하는 수많은 별들이라는 건 다름이 없었지만, 별의 제전 행사 진행 방식에 대한 작은 갈등 때문에, 서로를 이교도로 취급하는 등 갈등의 골은 더욱 깊어졌다. 전통적인 제전 행사 진행 방식을 고수해야 한다고 주장한 테옴파, 제전 진행을 간략화하여 부담을 줄이자고 주장한 케넴파, 이 두 교파들은 자기들 나름대로의 상징물을 결정했는데, 테옴파는 동명의 붉은 꽃, 케넴파도 같은 이름의 푸른 꽃을 상징물로 지정했다. 테옴과 케넴은 색깔만 다르지 같은 종의 꽃으로, 페타산드리아 등지에서만 나는 귀한 꽃이었다. 어쨌든 테옴파는 페타산드리아 동쪽 구역을, 케넴파는 서쪽 구역을 장악하면서 하나의 도시국가를 반으로 가르는 경계선이 그어지고 말았다. 왕은 허수아비와 다를 바가 없었고, 양측 교파의 대표자에게 휘둘리면서 가시방석 같은 왕좌 위에서 전전긍긍하고 있었다.
각 교파의 신관들은 서로를 못 죽여 안달이 나 있었지만, 시민들은 교파가 다르다는 이유로 서로를 증오하거나 하는 마음을 전혀 품고 있지 않았다. 교리는 다르지만, 시민들은 서로를 사랑했고, 언제나 자기 곁에 이웃을 위해 자기 능력을 쓸 준비가 되어있었다. 신관들이 무슨 생각을 하고 있던 간에, 시민들은 여느 때와 같은 평화로운 삶을 즐기고 있었다. 도시를 반으로 가른 장벽을 넘나들면서, 가족들과, 연인들과, 친구들과 얼굴을 비비며.
페타산드리아의 동쪽 구역, 테옴파가 장악한 지역에 이테리아라고 하는 아름다운 유니콘이 살고 있었다. 아름다운 외모와 정 많은 마음씨는 도시의 동쪽 구역은 물론이고 전 도시의 모든 수컷 포니들의 연정의 대상이 되었다. 테옴파 신관 자제들은 부와 명예를 담보로 청혼해왔으나, 이테리아는 계속해서 청혼을 거절했다. 이테리아가 사랑하던 수컷 포니가 이미 있었기 때문이다. 그는 테옴파 신관 자제도, 귀족도 아니었다. 자신과 똑 같은 평민, 그것도 장벽 너머에서 자기의 일을 충실히 하며 살고 있는 케넴파 신도였다. 교회의 종탑을 지키는 케넴파 신도, 정의로운 마음씨로 명망이 높았던 ‘테리온’이 바로 이테리아의 사랑의 대상이었다.
이테리아와 테리온은 교파가 다르다는 것에 연연하지 않고, 장벽을 넘어 만나 사랑을 나눴다. 장벽을 넘는 것에 대해 죄책감을 느끼진 않았다. 장벽 곳곳에 있는 커다란 문은 항상 열려 있었다. 위쪽에서 시민들의 교류를 제한하라는 명령을 내리던 말던, 교리의 차이로 서로 물고 뜯는 신관들의 무능함을 양측 수문병들 역시 잘 알고 있었기 때문에, 시민들이 지나가던 말던 신경 쓰지 않았다. 심지어 양측 수문병들끼리 잡담을 나누고, ‘명령에 의해’ 시찰을 나온 장교들도 서로 만나 담배를 나눠 피우기도 했다. 그 덕분에 시민들은 교리의 차이에 연연하지 않고 얼마든지 건너편 친구들을 만날 수 있었다. 이테리아와 테리온은, 장벽을 넘는 수많은 포니들 중 일부였을 뿐이었다. 장벽을 사이에 두고 만나던 연인은, 이제 결혼식을 고대하고 있었다. 비록 교회에서 성대하게 결혼식을 올릴 수는 없었지만, 함께할 수만 있다면, 성대한 결혼식은 그들에겐 필요 없는 것이었다.
결혼식은 테리온의 집에서, 그리고 이테리아의 집에서 두 번에 걸쳐 열릴 예정이었다.
둘은 결혼식 날, 양쪽 어느 집으로도 갈 수 없었다.
허수아비가 된 도시의 왕은, 탐욕의 송곳니를 내밀고 으르렁거리는 교파의 대표들을 감당할 수 없었다. 그가 왕좌에 앉은 채로 극단적인 선택을 결정한 후, 빈 왕좌 위에 누가 앉을 지에 대한 싸움이 신관들 사이에서 열리기 시작했다. 그들은 커다란 탁자를 사이에 두고 언쟁을 벌였지만, 그들이 내뱉는 말이라는 건 설득력도, 논리성도 없는, 말 그대로 헛소리에 지나지 않았다. 내가 왕이 되어야 한다. 그들이 어떤 논리를 갖다 붙이던 간에, 그들이 주장하는 것은 그랬다. 독사의 송곳니에서 뿜어져나오는 맹독보다도 더 지독한 폭언이 오가자, 모래알 한 톨보다도 작은 신관들의 인내심은 바닥이 나고 말았다. 송곳니에서 독을 뿜다가, 결국 적의 목을 물어뜯고 마는 것이다.
“테옴파 신관이 케넴파 신관에게 칼에 찔렸다!”
“케넴파 떨거지들이 성스러운 테옴파의 신관을 베었다!”
“전쟁이다!”
“국민들도 분노하고 있을 것이다!”
“한 쪽이 전부 멸할 때까지, 싸움을 멈추지 않을 것이다!”
“우리도 마찬가지, 우리가 멸하던, 너희가 멸하던 간에, 이 싸움은 끝나지 않을 것이다!”
왕궁에서 벌어진 일명 ‘높으신 분들’의 싸움은, 선량한 국민들의 발굽에 창을 쥐어 주었고, 서로 사랑하고 아끼던 가족들끼리 찌르도록 강요하기 시작했다. 시민들은 양 쪽 교회 앞에 모여 쓸데없는 짓을 그만두라는 집회를 열려는 시도를 했으나, 광신도로 구성된 기사단의 유혈진압으로 시민들을 탄압했다. 시민들은 전쟁에 참가하지 않는 수컷 포니가 있을 경우, 그와 그 가족 모두를 파문시킨다는 협박을 받았다. 파문 당할 것을 두려워 한 시민들은 억지로 창칼을 들 수 밖에 없었다…
“트와일라잇?”
래리티가 갑자기 이야기를 중단시켰다.
“왜 그래, 래리티?”
“파문 당하는 게 그렇게 심각한 일이야?”
“그러게. 겨우 파문 당하는 것 가지고 시민들이 교회의 말을 따랐다고?”
“이 도시에서 믿는 종교의 공통적인 교리는, 포니가 죽으면 그 영혼은 별들이 만들어주는 길을 따라서 내세로 들어간다고 말하고 있어. 파문당하면 그 영혼은 별들의 길로 갈 수 없기 때문에 지상을 떠돌다가 타로타로스 가장 깊은 지하에 갇혀 다시 태어날 수 없게 된다고 믿었대. 여기 그렇게 나와 있어.”
트와일라잇이 책을 들고 종교에 관련된 문구가 나오는 부분을 발굽 끝으로 가리키며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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팬픽을 익명으로 쓰려고
기존에 업로드되어있던 게시글을 지웠는데
익명 그딴거 없었습니다
기본에 올렸던 거에 내용을 더 붙였습니다
감사합니다
그리고 이 팬픽은
한달에 한번 업뎃될 것 같습니다
고3 기숙사생 생활은 힘들어요
그나마 봄방학 기간에 조금이나마 쓸 수 있을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