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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얀 고원 속의 등대
게시물ID : readers_25711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빗속을둘이서
추천 : 1
조회수 : 327회
댓글수 : 0개
등록시간 : 2016/07/11 12:59: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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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창작글

뜨거운 계절의 격정이 지나

하늘이 펑펑 사정했다.

정자처럼 무량의 흰 눈송이가 내려

눈꽃 중 하나가 하필 운명이었던 듯

고인 물에 떨어져서 녹는다.

밑바닥의 양수를 빤다.

태생만큼은 드높은 곳에서 왔으리라 믿은,

그러나 눈을 떴을 땐 처절해야만 한

나는 그런 인간이었다.


그런데도 희망이 반짝였다.

상위 1% 같은 고원 속의 등대를 동경했다.

꼭 물질적인 게 아니라

사랑이나 가족에서

진정한 위안을 얻은 1% 부류의 삶.

이 하얀 어둠을 깎는

무척 따뜻한 곳일 거야.

언젠가 가고 싶어, 아주 많이.


그래서

얼마나 숱한 바닥을 기어 왔고

그 얼마나 무통을 연기 했던가

하지만

 

외로움의 영역에서 벗어나려

헤치고 헛디뎌도 또 헤쳤지만

요행을 바라려

헤매려 해봐도

길조차 잃을 수 없는

정체된 삶이었다.

모든 게 동결돼버린 세계의 나.


온기는 힘을 잃고
추위가 또 찾아 왔다.
그래, 믿어 왔듯이
하늘의 눈꽃이어서
추위가 익숙해야 했다.

공기와 빛이 얼어붙고
지치고 긴 졸음이 올 것이다.


문득, 만약 꿈이란 게

전생의 기억을 꾸는 거라면

그 전승에서조차

행복할 수 없으리라

그렇게 생각했다.


꿈조차 얼음에 갇혀 반사되고 튕기

허황한 것의 메아리, 균열만 늘 뿐이다.

그리하여 산산이 조각 나서

형체를 잃는  싫어.


어느새 갇힌 차가운 벽 밖으로

눈에 보이지 않는 게

미세하게 흐르고 있단 것만이

흔들리는 갈대를 보와 알 수 있었다.

설령 이 얼음을 깨고

돌아본대도

기댈 곳이 없다.


차갑게 더 냉정하게

꽁꽁 얼어야

그나마 존재하는

존재가

된 것이다.


하얀 고원 속의 등대는

눈보라 너머로 비친

유일한 희망이었지만

이따위 태생은

따라 그릴 수 없는

향기로운 추상화였음을

다만,
단 한 순간도 닿지 못하고
맡지 못한 거지만
후회 없이 향기로웠노라

가치 없다고

가치 없는 걸 꿈꿔온 게 아니다.

눈꽃이 눈을 감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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