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시판 즐겨찾기
편집
드래그 앤 드롭으로
즐겨찾기 아이콘 위치 수정이 가능합니다.
빛보다 빠르게
게시물ID : readers_25735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빗속을둘이서
추천 : 2
조회수 : 384회
댓글수 : 0개
등록시간 : 2016/07/13 22:35:34
옵션
  • 창작글

빛보다 빠를 수 있다면 다시 실수와 오해를 번복하고 싶지만

세상에서 가장 값진 건 두 번째 기회란 걸 깨달음이란 언제나 늦다.


빛보다 빠르게 가는 손 붙잡고

마음의 모든 걸 끄집어내

빛보다 빠르게 무릎을 땅에 받치고

심장이 뛸 때

그래도 괜찮냐고 그래도 괜찮다고

소리 지르고 싶었다.

빛보다 빠르게...


그러나 모든 중요한 것의 실패는 빛보다 빠를 수 없던 내 의지가 자초한 어설픈 행위의 결과였다.

어째서 모든 중요한 성공은 그럼 빛보다 빨랐느냐고?

누가 봐도 멋지게 해낸 사람이 빛보다 빠를 수 있던 거냐고?

행동의 전제인 뉴런이든 말초든 3차원의 시공간에서 "진짜 빛"을 초월해서?

저기, 299 792 458 m/s 광속의 그 "진짜 빛"이 아닌

이 빛의 정체는 언제부턴가 갖게 된 망설임 같은 거예요.


혹 거대한 분광기인 이 세계에서

스펙트럼인 양 각색의 발현 조건을 가진, 감정

그 빛보다 빠르게, 즉 망설임보다 빠르게...


차라리 내 처지가

완벽히 어둠 안이라면

짐승이었다면

망설이지 않고, 땅에 코를 처박고

망설이지 않고, 편식을 먼저 배우지 않았을 텐데

망설임 없이 실낱의 확률이라도 쫓았을 텐데

뭘 망설여, 까짓것 우습게 깔보셔도
망설이지 마라, 굽신거리며 분수를 깨닫고
망설임 그게 뭐지? 작은 것도 감사했을 텐데
제발, 이 상태 이 정신으론 내가 가리는 게 많습니다.
한 번뿐인 삶, 굶주린 늑대처럼 뜨겁게 더 타오르게

비극을 주소서

빛을 거둬가 주소서

기도해버린 나는

정말, 어이 나간 놈이었다.


적당히 살만해서 찬밥 더운밥 가리다니
그 정도 빛(망설임)이 허락된 평균 질적의 삶에서

압도적인 과반수가 지극히 평범하게 사는 군중 속이어

아무도 안 취하고 걸러 버려지는 것만이 또렷해, 그건

창피 향 첨가, 치욕스러운 거라며 멀리 둬

격식 차리기 급급해서

진짜 하소연 짙은 발악을 못 배웠어

온갖 곳에 시선이 번뜩이는 사회가 너무 하얗기에

눈이 멀 만큼 빛(망설임)을 주는 게 많아

정작 잃어선 안 되는 걸

나중에 또 오는 사소함으로 여겨

한 번뿐인 기회를 놓쳐 버린

어이 나간 놈은

정말, 나태했던 거다.


차라리 완벽히 어둠 안이라면

자존심 따위 집어치우고

원할 수 있었을까

더 처절하게 외쳤을까

꿈과 세상을 구하려 했을까

빛보다 빠르게

달리고 달려

붙잡아 힘껏 부둥켜

품 안의 온기를 전해야 됐어

눈물을 떨어뜨리며

당신이 아니면 안 된다고

하지만, 빛보다 빠를 수 없던 내 의지가

사랑하는 일조차 나태했던 거다.

"진짜 빛"보다 빠르게

그때로 되돌아갈 수 있다면

빛보다 빠르게

할 수 있어, 알 수 있어

오직 전부였다고.

전체 추천리스트 보기
새로운 댓글이 없습니다.
새로운 댓글 확인하기
글쓰기
◀뒤로가기
PC버전
맨위로▲
공지 운영 자료창고 청소년보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