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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압) 생일날 박터지게 싸운 썰
게시물ID : love_25739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토끼한바구니
추천 : 6
조회수 : 1470회
댓글수 : 3개
등록시간 : 2017/04/01 01:22: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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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저는 일단 알고지낸지 한 3년 썸 2년 사귄지 4년 되는 대학생 커플입니다.
저희는 본가 일산 - 경기, 학교는 천안 - 대전으로 장거리에요!

하지만 나름대로 알콩달콩 잘 살고 있고요. 아무래도 장거리니까 자주 연락하려고 하고 데이트는 자주 못해도 최대한 서로 불만이 있다면 조근조근 말해가며 대화와 타협으로 ㅋㅋㅋㅋㅋ 해결해 가는 사랑을 하려고 노력하는 중이라 지금까지 크게 싸운 적 없이 잘 살고 있었습니다. 자주 못 보는 대신 데이트는 날잡고 통크게 하는 편이에요. 주로 하루종일 5~6만원 정도 나오고 거의 6:4로 지불합니당.

하지만 며칠 전에 크게 싸웠어요 ㅠㅠ 아무래도 장거리 연애를 하다 보니 각자의 친구들끼리는 별로 교류가 없는지라 제 친구들에게만 이야기를 하면 나중에 제 남자친구에 대한 안좋은 인식이 박힐 수도 있고, 아무래도 객관적으로 상황을 보지 않고 저를 위로하려고 말할 거 같아서 한번 공개된 게시판에 이야기를 해 보고 싶어 글을 씁니다.

상황을 설명드리자면 저는 보건의료쪽을 전공하고 있어서 실습 때문에 지금 중간고사 시험기간이에요. 27일부터 시험이 시작되었고 며칠 전이 제 생일이었습니다.

조짐은 저번주 일요일부터 있었는데요. 남자친구랑 나이도 한살밖에 차이가 나지 않고 평소에 편하게 지내는 상태라 말을 편하게 해요. 다음날 시험이라 공부하고 있는데 갑자기 저보고 카톡으로 헤어지자고 하는 겁니다??? 그래서 읭 이건 또 무슨 개소리냐.. 했지요. 뭐 알고 보니 흔한 헤어지고 우리 부부가 되자 ^0^ 하는 드립이었지만 위에 말씀드렸다시피 저는 시험기간이고.. 생일도 며칠 안남았던지라 장난으로라도 좀 기분이 상했습니다. 사람이 눈치가 있어야 하지 않겠습니까?
그리고 제가 예전에 썸타는 기간 동안 이상한 남자한테 꼬셔진 적이 있어서(..) 지은 죄가 있기도 했고 그때 정말 헤어질 뻔했던 기억이 있어요, 그래서 그 이후로 한번 흔들렸던 사랑(썸이었지만요 그래도..) 이니 지나가는 말이라도 헤어지자는 뉘앙스를 풍기는 말은 절대 하지 않도록 노력했던지라 화가 났지만 저도 가끔 장난의 수위를 넘겨서 화나게 했던 적이 있었던지라 “내가 지금 시험기간이고 날카로워진 상태인데다가 그건 장난으로라도 할 말이 아닌 것 같다.”고 진지하게 말했더니 자기가 생각해도 좀 너무했었다고 사과하더라고요.

그리고 제 생일이 다가왔습니다. 전날도 시험이고 생일 당일도 시험이었어서 공부를 하고 있었는데요. 정각이 되니 메시지가 왔습니다. 대학생은 학기 초에 돈 들어갈 구석이 많잖아요 ㅋㅋ 그리고 개인적인 사정으로 자금이 부족한 상태라 저도 충분히 이해하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진심이 담긴 생일 축하 메시지를 받고 싶었어요. 작년에는 남자친구가 군대 훈련기간이라 전화도 못했었거든요.

하지만 메시지가 생일 축하해! 그런데 내가 자금이 부족해서 선물은 못 주겠고 ㅠㅠ 내년에 줄게!

이렇게만 오는 거에요.
여기서 살짝 화가 난게 저는 개인적으로 사람이 관계를 이어나갈려면 돈, 시간, 정성 3개 중에 하나는 쏟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제가 뭐 대단한 선물을 바란 것도 아니고, 자금 부족으로 허리띠 졸라메고 살고 있는 상황을 뻔히 이해하고 있어요. 실제로 이번 발렌타인 데이는 서로 3천원? 정도 하는 초콜릿 기프티콘을 주고 받았지만 서로 행복했어요.
하지만 돈이 없어서 선물을 준비 못했다면 저를 생각해서 정성스러운 메시지, 예를 들면 생일 축하해 4년동안 내 여자로 곁에 있어줘서 고마워. 시험기간이랑 겹쳐서 힘들겠다 ㅠ 다음에 만날 때는 네가 평소에 좋아하던 음식이라도 먹자! 시험 대박나고 사랑해!!
이렇게 톡이라도 보내 주던지.
아니면 시간을 좀 들여서 돈 많이 안 드는 이벤트 - 편지 쓰기, 뽀뽀 10번 이용권같은 -를 검색해 보거나 아니면 친구들한테 물어봐서라도 어떻게든 생각을 해 보던지..
그런 것 아무것도 없이 제가 물질적인 걸 바랬을 텐데 실망했을 거라는 생각을 전제로 저런 메시지만 달랑 오니까 너무 서운하더라고요.
그리고 제가 친구도 동기도 뭣도 아니고 알고 지낸지 8년, 사귄지는 4년 정도 되어가는 여자친구인데.. 그 정도로도 제게 신경을 안 써 준다는 점에서요.
그리고 내년에 준다는 것도 나름 취업을 하고 나면 멋들어지게 차려 줄 거라는 다짐(?)인 건 알겠는데 제가 가족이나 친척같이 항상 옆에 있는 게 당연하게 받아들여지는 사람은 아니잖아요... 그런데 이렇게 달랑 의례적인 사이에서도 주고받을 수 있을만한 메시지를 받은 후에 보니까 아 얘는 내가 이렇게 대접받아도 계속 옆에 있어 줄 거라는 생각을 하나? 나를 잡은 물고기로 보는 걸 넘어 호구로 취급하나 싶기도 하고요.

그리고 저희가 기념일 당일에 만난 적이 딱 한번밖에 없어요... 그리고 저희는 서로 가정 방침이 생활비는 다 스스로 알바해서 버는 거라 선물도 고가로 주고 받은 적이 없어요.
제가 속물같이 보이실 수도 있지만 저는 지금까지 선물 한 5번 받아 봤고요. 품목은 제일 비싼게 만 이천원짜리 파운데이션이네요.
그것도 다 뭐 저를 생각해서 골라 줬으면 좋았겠지만 제가 직접 말해서 받은 거고요 ㅋㅋㅋ..
생일, 발렌타인데이, 화이트데이, 크리스마스, 100일, 1년, 300일, 600일, 900일, 1000일 이벤트도 선물도 아무것도 없었습니다.
사귄지 2년이 되어서야 제 생일 날짜를 알더라고요(..) 것도 제가 막 화내고 난리를 쳐서 날짜를 겨우 주입시켜 놓았...
그래도 저도 비슷한 처지기도 하고, 멋들어진 선물은 주지 못했던지라 그냥 그렇게 넘겼는데요. 그래도 저는 돈이 없으니 시간이나 정성이라고 쏟고 싶어서 생일날 전화도 하고, 편지도 용지 2~3장 정도로 보내고요.. 좋아하는 걸 잘 모르겠어서 미리 물어보고 지금도 생일선물로 기계식 키보드를 사 주려고 돈 따로 모으고 있는 중이라서 슬퍼졌어요.
그리고 또 조금 웃긴데 서운하고 화나는 포인트가 저 생일파티 친구가 두달 된 남자친구가 시험기간에 좋아하는 거 먹으면서 힘내라고 받은 케이크로ㅋㅋㅋㅋㅋㅋ 했어요 ㅋㅋㅋㅋ 내가 이렇게까지 해야 하나 자괴감 들어...

그래서 제가 위에 방금 서술한 것들을 톡으로 친절하게 ^^^^^^ 써서 보내줬는데요. 그러니까 편지 하나라도 써 주면 기쁠 거 같아! 하고 마무리로 왔는데
아 그랫으면 미안해 ㅠㅠ 근데 나 편지 못쓰는데 ㅠㅠㅠ 어떻게 써 주면 좋겠어? 하고 메시지가 와서 또 화가 났어요.
보통 이렇게까지 자기가 느낀 서운한 점을 써서 보내주는 여자가 있나요????ㅋㅋㅋㅋㅋ 그리고 저 편지도 그냥 돈 안들고 정성이 드는 표현의 방법 중 하나로 제시해 준 건데.. 제가 뭐 편지 페티쉬가 있는 것도 아니고 딱 액면가 자체로 받아들여서 가능/불가능 여부를 보니까 또 서운하더라고요.

시험 끝나고 와서 카톡으로 이야기하다가 제가 한 말이 왜곡되어서 받아들여져서 또 싸울 뻔하고요. 제가 돈 보고 너랑 만나는 거 아니라는 식으로 이야기를 하다 보니 남자친구가 듣기에 돈 없는 놈이라고 무시하는 것 같이 들려서 화가 났다고 하더라고요. 그건 제가 의도한 게 아니더라도 잘못한 점이니 사과했어요. 그리고 진정하고 공부라도 하려고 프린트 잡고 있는데 톡으로

‘아 그래서 뭐? 나 여자 니가 처음이라 생일 챙겨본 적도 없어서 그런 거 잘 모른다고!

이런 메시지가 와서 순간 눈이 홰까닥 돌아가서 전화로 아주 약 먹은 앵무새마냥 생 난리를 쳤네요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사귄 지 4년 된 여자친구한테 할 소린지....^^^^^^^? 챙겨본 적 없어서 아주 자랑이다...?
이쯤 가니 기념일도 하나도 안 챙겨도 되고 데이트비도 반반 내 주니까 가성비가 좋아서 나를 만나나? 하는 생각까지 들어서 너무 화가 나는 거에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리고 저희가 나름 오래 사귀다 보니 깊은 사이까지 갔는데 저렇게까지 하니까 내가 싸게 먹혀서 나랑 만나는 건가 싶고 ㅠㅠㅠㅠ 정성도 돈도 시간도 안 들여도 계속 옆에 있어 주는 호구인가 싶고ㅠㅠㅠㅠㅠㅠㅠ. 제가 비교하는 건 정말 싫어해서 말은 절대 안하지만 다른 친구들이 생일날 어떤 모습으로 즐거워하는지 생각나서 자격지심도 들고.. 내가 이렇게까지 살아야 하나 현타가 와서 진짜 지금까지 한게 다 후회되고 그러더라고요.

그래서 그냥 연애라는게 성장환경도 가치관도 다른 2명이 서로 사랑하고 행복하기 위해 만나는 건데 이렇게 내가 혼자 힘들면 의미가 있나 싶은 거에요. 뭐 여기서 계속 이어가면 저는 저를 챙겨주지 않는다는 마음에 서운하고 힘들고, 그리고 남자친구는 필요성을 못 느끼는데 저한테 맞춰준답시고 신경쓰면 피곤하고 아깝고, 그러다 보면 또 다시 이렇게 싸울 수 있잖아요? 그러느니 그냥 이쯤에서 끝내고 각자 갈 길 간 다음에 저는 저랑 비슷한 사람, 남자친구는 또 그런 거 안 표현해도 별 말 없는 쿨한 여자 만나면 되는 거 아닙니까.
그래서 거의 마음 정리하고 통보하는 수준까지 갔는데 정말 미안하다고 한번 달라진 모습을 보여줄 거니 다시 생각해 봐 달라고 하길레 그 동안 정이 들어서인지 다시 넘어가 버렸네요
-ㅅ-..
아까도 말씀드렸다시피 시험기간이라 3시간 자서 피곤해서 그런 것도 있고요..?
사람은 고쳐 쓰는 거 아니라지만 일단 삼세판이라는 말도 있고 한번 더 기회를 줘 보려고요.

그래도 이번 생일에는 드디어 생일 축하해 사랑해라는 말 엎드려 절받기로 들었네요 ^^ 4년만에 처음이에요!
정말 슷고-이한 생일이었습니다! (반어법)

출처 그리고 그날 거의 하루를 날려먹어서 밤샘 시험 공부를 했다고 합니다.
물론 잘 본건 아니고 우울해서 맛난 거 사 먹었어요
멍청하든 사랑에 눈물짓든 뚱뚱하든 하나만 하고 싶었는데 셋 다 달성했네요
아 신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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