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시판 즐겨찾기
편집
드래그 앤 드롭으로
즐겨찾기 아이콘 위치 수정이 가능합니다.
군복무중 이등병때의 안좋은추억이..
게시물ID : humorbest_25751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아가리손
추천 : 26
조회수 : 1002회
댓글수 : 4개
베스트 등록시간 : 2004/02/07 20:05:37
원본글 작성시간 : 2004/02/07 17:16:08
- 첫 번째 추억 -
02년 7월 이었어요..
이제 막 훈련소 생활을 끝내고 그토록 원하던 작대기하나를 달고서
설레는 마음으로 자대에 왔지요..
그날 밤 저희 부대에는 신병이 처음 오면 환영회 식으로 ‘찍기’라는 것을 했었는데
소대원들 다모인 가운데 앞에서 “여기서 가장 ~~할 것 같은 사람은?” 하고 물으면
신병이 졸라 튀어가서 한사람을 찍고 찍힌 사람은 벌금을 내는 그런 게임 이었어요..
하튼 게임은 어느덧 중반으로 접어들고 저와 동기들은 열라게 뛰어다녔지요..
그때 까지만 해도 분위기 좋았는데.. 
“외계인 같이 생긴 고참에게 가서 에네르기파 를 쏘며 말한다.. 지구를 떠나라”
그때 아직 한번도 안찍힌 그분이 제 눈에 팍 꼬치더군요 
전 진짜 그분이 외계인처럼 보였어요..
그래서 그분(박병장) 앞으로 뛰어가서 힘차게 말했죠
“에! 네! 르! 기! 파!!(포즈까지)” “지구를 떠나라!!”
그런데 그만!!
그 좋았던 분위기가 한순간에 싸늘해지는 것이었어요..
가뜩이나 긴장한 저는.. 그 박병장이 꼬라보는 그 눈빛에.. 저의 몸은 굳어져만 갔지요..
‘아 잘못 건드렸구나..’ 결국 지옥같던 찍기 놀이는 끝나고 취침시간이 왔지요..
누워서 자려고 하는데 박병장이 자기내 내무실로 오라고 지금 당장 튀어오라고.. 하더군요..
전 쏜살같이 달려갔어요..

박병장 : (누워서 TV를보며) 야..

나 : 이병 김OO !!

박병장 : 너 아까 나한테 뭐라고했냐?

나 : 이병 김OO!.... 우물쭈물..

박병장 : 이런 X발 귓구녕에 X박았냐?  이 좀망구 색꺄?

나 : 아..아닙니다!! (처음 듣는 욕에 상당히 당황했음..)

박병장 : 아까 했던거 다시해봐..

나 : 죄..죄송합니다!!

박병장 : X발 다시해보라고 썅!!

나 : 에.. 네르기..파..(최대한 재미없게)

박병장 : 끝까지 안해??

나 : 지..구를.. 떠나..싶시요..

박병장 : 뭐? 이런 X발색끼 너 내가 그만하라고 할때까지 여기서서 계속해..

나 : 예!! 알겠습니다!!

나 : 에네르기파! 에네르기파! 에네르기파.. 에네르기파..............

시간이 얼마나 흘렀을까요.. 마지막 희망이었던 박병장은 TV를보다가 자버리더군요..
다리는 져려오고 팔은 더 이상 에네르기파를 쏘기엔 무리일정도로 아팠어요..
한3천번쯤 했을까.. 옆에 고참이 안쓰러운지 가서 자려고 하더군요..
장작 2시간만에 사투는 끝나고 진장이 풀리며 다리가 부들부들 떨려오더군요..
저희 내무실로 돌아가 침상에 누워 눈을감았지요..
집생각이 자꾸 나더군요.. 
참고참아도 눈물이 계속 흐르는데 부모님이 어찌나 보고 싶던지..

이제는 병장달고 저역시 잔인한 고참이 되어버렸지요..
가끔 제말에 진장해서 우물쭈물대는 이병들보면 저도모르게 흐뭇해지는 것은 왜일까요?
박병장님.. 아직 지구에 계십니까? 꼭한번 만나고 싶군요..


- 두 번째 추억 -
에네르기파 서건이 있고 한달뒤쯤 일이었어요..
휴일이었는데 TV에서 가요프로그램이 하더군요..
그때 TV보는 것이 크나큰 기쁨이 었을때라 마땅이 할일도 없었던 저는 
내무실 구석에서 각잡고 고개만 약간 돌려서 보고 있었지요..
자두가 나오더군요..
노래 제목은 잘 기억이 안나는데 “왕년엔 친구였다 지금은 애인됬다~”
이런 노래였는데.. 옆에서 한상병이 최병장에게 말하더군요..

한상병 : 최OO병장님 저 백던서 좀 보십쇼 백던서 혼자 쌩 지랄을 하는데 졸라 웃깁니다..

최병장은 말없이 TV를 보더군요..
그런데 그만!! 아무생각 없이 자두를 보던 저는 한상병의 그 말에 뒤에서 홀로 춤을추던
그 백댄서에게 자꾸만 시선이 갔지요.. 어설프게 구르며 춤추는 꼬라지가 왜이리 웃기던지.. 
그 자리에서 웃을수도없고 저는 고개를 숙이고 웃음을 참았지만
더 이상 버틸 수 없어.. 자리를 박차고 허겁지겁 쓰리빠를 신으며 화장실로 뛰어갔어요..
화장실 안에 들어가 문을 잠그고 변기에 앉아 누가 들을새라.. 조용히 웃었지요..
푸크크크크... 크 흐흐흐흑... 얼굴은 웃고 있었지만 가슴속 한구석에는 내가 이렇게
비참하게 살아야하나.. 웃다가 운다는말이 이런거였나? 하는 생각이 들더군요..
또 결국 저는 조용히 눈물을 흘리었지요.. 

자두 뒤에서 춤을추던 백던서님 다시한번 TV에 나오신다면.. 
이제는 마음놓고 크게 웃을수 있는데..

- 세 번째 추억 -

02년 10월 어느날 이었어요..
점심 시간 이었지요.. 반찬으로 꽁치 튀김이랑 오징어젓이 나왔어요..
사회 있을때 물말아서 오징어젓과 함께 먹었던 기억이 나더군요..
다음달이면 일병이라 그랬는지 어디서 그런 용기가 나왔을까..
전 물에 밥을 말았지요..
그런데 그만!!
앞에 옆에서 먹던 윤병장이 저를 쏘아보며 한마디 하는것이었어요..

윤병장 : 야 너 뭐하냐? 

나 : 이병 김OO 제가 속이 좀 않좋아서....(쫄았음)

윤병장 : 근데 왜 국 안먹냐? 오징어젓만 먹네? 너 오징어젓 좋아하냐?

나 : 예 그렇습니다..

윤병장 : 그래? (국이있어야 할 그 넓은곳에 오징어젓 한통을 업어놓으며)
         이런 X새 너이거 나 밥먹을때까지 다 쳐먹어라 남기면 뒈진다..

나중에 알고보니 윤병장이 가장 싫어하는 사람이 바로 편식하는 사람이었죠..
저는 허겁지먹 오징어젓을 먹었지요..
반쯤 먹었을때엔.. 혀의감각이 사라지고 눈앞에 하얗게 변하면서 
구토가 나오려고 하더군요..
제옆엔 동기 2명이 같이 밥을먹고 있었는데.. 윤병장이 말했지요..

윤병장 : X새들 동기란것들이 가만있어?? 안도와줘??

전 다시한번 감동의 동기애를 확인했지요..
그많던 오징어젓을 동기애로 정복했답니다..
결국 그날밤 탈이 났는지 화장실을 계속 오가다가 결국 화장실안에서 
또 눈물을 흘렸답니다..

지금도 가끔 오징어젓이 나올때면 물말아서 먹곤하는데
먹을때마다 그때생각에 피식 웃음이 나오는군요..
옛날엔 쓰레기 같은 고참들 참 많았는데..
어느덧 제가 그런 고참이 되버린건 아닌지..
암튼 이등병때엔 참 않좋은 추억들이지만..
지금은 가장 소중한 추억이 되버렸네요..
끝으로 군복무중이신 대한민국 육군 장병님들 힘내시고 
하루하루 힘차게 살아가시길 빕니다.. 화이팅!!
 
꼬릿말 보기
전체 추천리스트 보기
새로운 댓글이 없습니다.
새로운 댓글 확인하기
◀뒤로가기
PC버전
맨위로▲
공지 운영 자료창고 청소년보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