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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원순 시장(님) 발언 전문
게시물ID : sisa_173403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아하하하하하
추천 : 10
조회수 : 427회
댓글수 : 3개
등록시간 : 2012/02/23 23:57:40
어제 긴 하루를 보냈습니다. 처음에는 매우 황당했죠. 제가 모르는 병역비리가 있는건지 혹시나 
해서 아내에게 물었습니다. 누군가 아는 사람에게 얘기한게(부탁한 것이) 없느냐고. 그랬더니 
정색하면서 그럴리가 있냐고 되물었습니다. 아들에게 다시 물었습니다. 혹시 친구나 아는 의사 
통해서 이야기한 적 있느냐고. 그랬더니 아들은 저에게 너무나 침통한 대답을 했습니다. 어떻게 
아버지가 나를 믿지 못하냐고. 저는 정말 너무 처참한 심정이 됐습니다. 아들에게도 큰 죄를 지고 말았습니다. 
  여러분 다 보신 것처럼 강용석 의원이 병역비리를 주장하고 나서고, 또 걸어다니는 모습을 
찍어오고, 체포하면 현상금을 주겠다고 했을 때, 그리고 아들이 다니는 교회까지 쳐들어가서 
동영상을 찍을 때, 여자친구의 이름과 전화번호를 알아내서 시도 때도 없이 전화를 했을 때,
온라인에서 정말 온갖 악의적인 소문을 퍼뜨리며 악담을 던질 때, 아들은 집 밖을 함부로 
다니지도 못했습니다. 공포에 질려 있었습니다. 처음에는 어떻게 이런 황당한 일이 있을 수 있느냐
고 생각했고, 세상 사람들이 다 저를 믿어줄 줄 알았습니다. 그런데 매일같이 강의원은 신이 난 
듯이 온갖 성명과 폭로를 했고, 그에 동조하는 무자비한 글들이 도배되기 시작했습니다. 
모독적이고 잔인한 언어의 폭력이 가슴을 후벼팠습니다. 아마 (기자 여러분들도) 기억할 것입니다. 
제가 정말 잔인하다고 표현했던 적이 있었죠. 그때 제 심정이 정말 그랬습니다. 여러분이 보신 
것처럼 시청 앞에는 정체성도 잘 알 수 없는 단체들이 몰려 와서 데모를 했습니다. 제 집무실에까지
그 소리가 다 들렸습니다. 애써 못 들은 척, 안 들은 척 했습니다. 시내에는 플래카드가 나붙었습니
다. 차를 타고 가면서 앞에서 운전하는 직원과 비서관한테 부끄러운 기분이 들었습니다. 함께 
일하는 이 사람들이 자기가 모시고 있는 시장이 얼마나 부도덕하다고 느낄까 싶어 엄청난 
스트레스를 받았습니다.
 심지어 의사들까지 조작을 확신한다는 의견을 표했습니다. 히포크라테스의 선서를 했을 의사들의
직업적 윤리나 전문성을 보며 절망했습니다. 일부 극단적인 언론들도 처음부터 우리를 몰아세웠습
니다. 또 은근히 강 의원을 편드는 그런 기사들도 있었습니다. 그런 악의는 없었지만 어떻게 된 것
이냐고 (기자들이) 막 물어올 때도, 또 저의 공관 집 앞에서 기다리고 있을 때도 저는 참 가슴이 
아팠습니다. 충격의 나날 속에서 지내면서 우리 가족 모두가 점점 침울해지는 것을 느꼈습니다. 
저를 취재했던 사람들은 다 어디로 갔는가. 저는 사실 트위터에 자주 글을 올리곤 했는데 들어가보
면 저에 대한 비난의 글들로 가득 차 있었습니다. 외로웠습니다. 힘들었습니다. 두달이 정말 잔인한
계절이었다고 생각합니다.
 명색이 서울시장이란 사람과 그 가족에게까지 이렇게 무조건 터무니 없는 의혹을 제공하고 
(그 과정에서) 그런 정치적 이익을 얻고 동조세력을 모을 수 있는 그 (사회적) 구조가, 또 그 구조가 
만들어지는 과정이 저는 참으로 이해하기 어려웠습니다. 정말 대한민국 사회가 이런 사회인가, 
되물을 수 밖에 없었습니다. 서울시장에게도 이럴 정도인데. 우리가 기억하는 타진요(를 생각해
보면), 그것이 남의 일이 아니고 우리 모두에게 언제나 있을 수 있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저는 결심을 했습니다. 강 의원은 말할 것도 없고, 그에 동조한 단체와 대표자, 그리고 몇몇
언론사, 표독한 기사를 작성하고 유포한 그 사람들에게 형사고소는 말할 것도 없고 민사소송도 
제기하고 재산을 가압류하고 알뜰하게 손해배상을 받고 죄과를 추궁하겠다는 결심도 했습니다. 
그러나 이제 진실은 백일하에 드러났습니다. 그토록 미웠던 강 의원은 사과외 국회의원 사퇴를 
선언했습니다. 우리 가슴에 대못을 박았던 의사들도 사과했습니다. 아직 물론 사과가 진정한 것인
지 확신할 수 없습니다. 가장 보호 받아야 할 개인적인 의료정보나 기록들이 어떻게 유출되고 공개
된 것인지는 다시 이런 일이 없도록 하기 위해서라도 밝혀지고 책임져야 합니다.
 
 잘 아시다시피 제 시장실에는 두 개의 책장이 있습니다. 양쪽으로 다 기울어져 있습니다. 좌우의 
갈등, 빈부의 격차, 세대간의 갈등이 존재하고 있다는 점을 상징하기 위해 그 책장을 만들었습니다. 
난 그것을 조정하는 시장이 되겠다고 말씀 드렸습니다. 물론 법적으로 책임을 추궁해야 하고, 용서
해선 안된다고 많은 분들이 말합니다. 그러나 이제 저는 저의 반대편에 섰던 모든 분들을 용서하겠
습니다. 시민들은 이미 진실을 알았고, 그들의 잘못을 응징했습니다. 앞으로 이들이 참회와 함께 
그에 걸맞는 행동을 하지 않는다면 시민들이 더욱 확고히 심판해 줄 것이라 생각합니다. 공은 그쪽
으로 넘어갔습니다.
 민주주의는 서로 상대에 대한 관용으로 부터 시작합니다. 우리 사회가 지금 저의 이런 결단으로 
말미암아 조금은 더 성숙하고 상식적인 그런 사회가 되기를 진심으로 바랍니다. 우리 사회 품격은 
우리 모두가 만들어 가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끝까지 저를 믿어주신 시민 여러분께 마음으로부터
신뢰와 감사를 드립니다. 고통 받았던 저의 가족들에게도 제가 공직에 있음으로 인해서 미안하다고
생각합니다. 군에서 복무하면서 어려운 청춘의 시기 보내고 있는 우리 군 장병 여러분께도 미안함
과 격려와 감사의 말을 전합니다. 이상은 저와 저의 가족의 뜻입니다.
저는 앞으로 시정에만 전적으로 몰두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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