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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골길
게시물ID : readers_25770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그냥노동자
추천 : 0
조회수 : 383회
댓글수 : 0개
등록시간 : 2016/07/17 05:02: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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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 긴 줄이 늘어서 있는 그날의 시골길을, 나는 기억하고야 말았다.
방안에서 에어컨을 쐬며 인터넷을 하고 있는 이 새벽에 기어코 그 길이 기억난 이유는 무엇일까
 
나는 경기도 북쪽의 제법 이름있는 군부대에서 군생활을 했었다. 그때의 기억이라고는, 구타를 비롯한
온갖 부조리와 어렴풋이 기억나는 군종신부님을 붙잡고 고해성사를 가장한 나의 삶이 힘듦을 토로하던 기억들과 함께
또 계급이 올라가면서 나 역시 그런 부조리의 축이 되었으며 종국에는 소쩍새 소리밖에 남지 않았던 그런 것들 뿐이다.
 
 
기억하건대, 나는 그 시절을 좀 더 낭만적으로 보내지 못했음을 후회하고 있다.
전역하는 날 나의 손에 쥐어진 부소대장의 성의, 축하한다느 말과 함께 건네준 오만원을 좀 더 낭만있게 써야 하지 않았었나
하는 그러한 후회들은 2008년 명동 한복판의 감자탕집에서 진작에 잊혀졌을지라도, 지금와서는 그 시절을 낭만적으로 보내지
못한것에 대한 후회가 남는다.
 
 
나는 그당시에 아직 어렸다. 한 분대를 책임지는 위치의 병장이라고는 해도, 스물세살의 풋내기였다.
총을 잘 쏘는 법을 알았고 후임의 총에 공포탄이 걸렸을 때 안전하게 빼고 그의 등을 두드려 약진앞으로를 외칠 수 있었다고는 하나
겨우 그뿐이였다. 전투기술말고는, 세상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과 호기심 그리고 두근거림이 교차했던 그런 어린시절이였을 뿐이다.
 
 
낭만에 대한 후회- 를 이야기하고자 함은 지금부터 그 모든것을 기억함에 있다.
 
 
우리는 그때, 부재자 투표를 하기 위해 일계장을 입고 줄지어 행군을 하듯 시골길을 걸었다.
군사작전훈련도 아니였고 단순히 투표를 하러 가기 위한 길이였기에 오와열을 맞춰 걸도록 간부들이 종용했지만 실상은 지켜지지 않았다.
우리는 제각기 담배를 피우고 마음에 맞는 선후임들끼리 재잘거리며 걸었고, 그토록 뜨거운 열기가 가신 초가을의 시골길은 굉장한
풍경을 만들어냈음을 이제야 알게 되었다.
 
 
소쩍새가 운다. 멀리 새소리가 들리고 뭉게구름이 사라진 저 산자락 너머에는 가을구름이 걸쳐져 있다.
우리는 모두 생활관 냄새를 풍기며 어제 당직을 섰던 포반장 이야기부터 시작해 시시콜콜한 원더걸스나 소녀시대 이야기를 하며 걸었다.
 
인솔하는 간부는, 우리가 그러나 마나 병사들에게 담뱃불 빌려가며 저희들끼리 대출이야기나 전날 방석집 간 이야기등을 해댔고
그것은 굉장히 자연스러우면서도 군인의 품위(?)라고는 찾아볼 수 없었던 그런 행렬이다. 제법 현대시설을 갖추려는 듯 ㅇㅇ리 편의점
이라는 문구와 함께 아직은 90년대 시골의 때를 벗지 못한 가게에서, 대열을 이탈한 몇몇의 무리들은 제각기 사이다와 양담배를 샀고
그것에 대해서 누구도 문제제기를 하지 않았던 그러한 평범한 늦은 오전의 이야기들.
 
 
우리는 그곳에서 시덥잖은 이야기를 해댔다. 전역이 며칠 남았냐는둥 누가 뭐 생활복 입고 탈영하다 잡혔다는 둥 말도안되는 이야기들을
하다가도, 며칠뒤에 있을 국지도발훈련이나 뭐 그런 큰 훈련행사들에 대해 이야기하며 결국에는 다들 한숨을 쉬고 담배하나씩을 문다.
 
 
 
 
 
호우시절이라 했던가 혹은 청춘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일이라던가.
생활관의 그 걸레냄새와 녹이 약간씩 슬어가기 시작하는 관물대 그리고 부재자투표를 하기위해 걸어가던 그 시골길
모두가 자유로운 듯 과시하던 그날의 자유로운 걸음걸이
 
나는 왜 아직도 그런,
 
 
내가 군복을 입고 있을 시절의 그 기억들이 왜 불현듯 이렇게 하나씩 떠오르는
 
 
 
 
 
 
 
 
 
눈이 감
 
 
 
긴다
 
 
 
아주 오랜시간동안 잊고있었던 그 기억들이 마침내, 새벽 다섯시까지 술을 마시고 컴퓨터 앞에 앉아 이 글을 쓰기전부터 기억이 나는 것은
 
- 많은사람들이 오해하지 않기를 바란다 - 결코 그시절에 대한 그리움이나 동경이 아닌 뜬금없는 그땐 그랬지 정도의 생각일 것이다.
 
왜 그럴까
 
 
 
 
 
 
 
 
 
 
는 왜
 
 
 
 
 
그것들에 대해 더 말하고 싶은게 분명히 있음에도 불
 
구하
 
 
 
 
 
 
 
 
 
 
 
 
띄엄띄엄 결국은 아무 의미없이 이렇게 글을 끝마치고 마는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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