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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의 차
게시물ID : lovestory_40561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안식처
추천 : 2
조회수 : 815회
댓글수 : 0개
등록시간 : 2012/02/24 02:51:54
나는 요즘 아버지가 타던 차를 물려 받아서 탄다.

아직 젊은 내가 몰기엔 너무 크고 좋은차다. 

고딩시절 아버지가 이 차를 몰고 아침 등교길에 나를 내려주면 친구들이 내게 다가와 너네집 부자인가 보다 라고 했다. 

그만큼 그때 당시엔 좋은차였다. 

삐까뻔적했던 차 만큼 아버지 사업도 괜찮았고, 아버지도 그땐, 젊었었다.

그땐.

오늘 셀프 세차를 하고 걸래로 열심히 닦았다. 

거품솔질만 해서는 세차해도 세차한것 같은 느낌이 별로 안난다. 꼼꼼히 할 수가 없기 때문이다.

걸래로 열심히 닦아줘야 찌든때가 닦이고 광이난다. 

겉으로는 멀쩡했는데 가까이서 보니 여기저기 긁히고 기스나고 녹슬고 표면이 벗겨진 부분이 군데군데 보였다.

아버지 생각이 났다. 

조금씩 철들기 시작했던 중딩시절, 세상에서 가장 크게만 보였던 엄마의 키를 따라잡고 나서 슬픈 감정을 느꼈을때와 비슷했다. 엄마는 그렇게 작으면서도 큰 사람이었다. 

여담이지만 나는 엄마의 작은 발을 주물러 주는게 좋다. 엄마는 간지럽다고 싫어하지만 난 좋다.

이 작은발로 엄마는 힘든 세상을 헤쳐 오셨구나 싶은 생각이 들기때문이다. 굳은살 박힌 작고 거친발이 엄마가 살아온 세월을 대변해준다. 그 작은발을 따뜻하게 감싸주고 싶다. 매일매일.

세차 하다가 왜 갑자기 그런 느낌이 들었는지는 모르겠다. 

단지 나의 편리함을 위해 타고 있는 아버지의 차가, 그순간 아버지의 세월로 보였다.

언제나 내앞에선 강한 모습만 보이시는, 아직도 그런 모습만 보이려고 노력하시는 아버지의 모습 이면에

녹슬고 낡은 차가 있었고, 연비 떨어지는 차가 있었고, 지난 세월만큼 작아져버린 차가 있었다.

조금씩 육체적으로 약해 지시는 아버지를 볼때마다 숨기고 억눌렀던, 외면하려 했던 사실을 갑자기 받아들일 수 밖에 없게 되었다.

한창일 때 이 차를 타고 열심히 일을 하러 다니시는 아버지의 모습이 그려졌다.

활기차고, 열정적이고, 자신감 넘치는 아버지의 모습이. 

아버지에겐 늙었다는 표현이 어울리지 않는다. 

언제나 처럼 다시 일어서시리라 믿기 때문이다. 

온 정성을 다해서 차를 닦았다. 정말 열심히 구석구석 닦았다. 

그리곤 여자친구에게도, 엄마에게도 계속 얘기했다. 나오늘 세차했다고, 진짜 열심히 닦았다고.

여자친군 알았다고 웃었고, 엄마는 귀찮아 했다.  

아직 차는 쌩쌩 하다. 조금 벗겨지고 녹슨건 차가 달리는데 아무런 영향도 주지 못한다.

또 그 안엔 그의 정신이 살아있다. 지금 여기에도. 

아버지 사랑합니다. 언제나 처럼, 아버지의 짐을 함께 나누는 아들이 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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