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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편] Liar Liar
게시물ID : readers_25780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오마이걸프렌드
추천 : 0
조회수 : 338회
댓글수 : 0개
등록시간 : 2016/07/19 01:36:40

Liar Liar 

지은이 : BandS 







 이 모든 사람들이 
자신이 있어야 할 곳에 대해 확실히 알고, 떠나가거나 떠나오는 건지 궁금했다.

카톡!

소란한 터미널에 몇 분만 서있어도 똑같은 휴대폰알림을 십 수번씩 듣는다. 
그 똑같은 알림 사이에서도, 나는 내 휴대폰알림을 틀림없이 골라낸다. 

나 서울 도착

                                               ㅇㅇ어디임? ㅋㅋ

니 뒤 ㅋㅋㅋㅋㅋㅋㅋ

등에 조심스런 손길이 닿았다. 뒤를 돌아보자, 혜진이가 내 얼굴을 올려다보고 있었다. 
눈이 부신 듯, 제 손을 눈썹에 대고 작은 그늘을 만든 혜진이는, 나무그늘아래 핀 민들레처럼 수줍은 미소를 짓고 있었다.
“오는 거 안 불편했어?”
“응. 괜찮았어.”
실눈을 뜨고 나를 올려다봤다. 그 모습이 귀여워서 나도 모르게 웃음이 나왔다. 
“근데……. 셀카앱 만든 인간들은 다 상줘야겠다.”
“뭐?”
“내 눈이랑 셀카 각도 좀 유지해줘. 안 그러면 못 알아보겠어.”
혜진이가 나를 때리려 손을 휘둘렀고, 나는 재빠르게 피했다. 나를 향해 눈을 흘겼다. 
알았어. 알았어. 나는 웃으며 사과를 하고, 혜진이의 가방을 뺏어서 내가 대신 들었다. 
서로 말없이 몇 걸음을 걷다가, 그 어색함이 답답한 내가 혜진이에게 물었다.
“너 150은 넘지?”
걸음을 멈추고 뒤로 돌아봤다. 
혜진이는 몇 미터 뒤에서 나를 노려보며, 가만히 굳어있었다. 
나는 손을 가지런히 모으고, 거듭 허리를 숙이며 혜진이에게 다가갔다.
죄송합니다. 죄송합니다. 나는 연신 사과했다.
“그만해라.”

내가 늦었으니 빨리 가야된다고 안 그럼 아무것도 못하고 굶는다고 너스레를 떨어봤지만, 소용없었다. 
혜진이는 가만히 서서, 나를 노려볼 뿐이었다. 
나는 그 모습이 귀여워서 혜진이의 머리를 손으로 헝클었다. 알았어. 안할게. 빨리 가자.
순간 혜진이가 짜증이 가득 차서 소리를 질렀다.
 혜진이가 나에게 팔을 뻗어, 가방을 달라고 손짓했다. 
나는 혜진이가 도망 갈 거 같아서, 혜진이의 가방을 끌어안고 뒤로 걸으며. 입으로는 계속 사과를 했다. 
혜진이는 금방이라도 폭발할 것 같은 얼굴로 주변을 두리번거리다가, 유리창에 자신의 모습을 비춰봤다.
멀리서 봐도 땋았던 머리가 몇 가닥이 삐져나와있었다.
혜진이는 나를 향해 몸을 돌리고는 내 눈을 보며 한숨을 쉬었다. 
나는 구부정하게 서서, 계속 사과했다. 하지만 혜진이가 달려온다면, 냅다 뛸 생각이었다.
“너 내가 죽일 거야.”
“진짜, 진짜 미안해. 미안한데. 삐져나온 게 있으니까, 오히려 아까보다 약간 더 귀여워. 뭔가 너만의 벼머리가 완성된…….
 아무튼 미안해. 근데 진짜야. 더 귀여워.”
혜진이가 나를 향해 걸어왔다. 나는 혜진이를 보며 뒤로 걸었다.
“그러다 넘어지지 말고, 똑바로 걸어.”
“때릴 거야?”
“넘어지면 때릴 거야. 똑바로 걸어.”

 휴대폰으로 공연장위치를 검색해봤지만, 지도를 봐도 알 수 없었다.
설명된 글을 읽고 또 읽어도 머리에 들어오지 않았다. 내 예상보다 빨리 혜진이가 건물에서 나왔다.
“벌써 다했어?”
“응. 금방 끝났네.”
“뭐가 그렇게 빨라?”
“내일 또 와야 돼.”
“다 했다며?”
“응? 아니. 다 한 건 아니고. 모르겠어. 와보래.”
“근데 유학원은 서울에만 있어?”
“나도 몰라. 배 안 고파?” 

저녁식사하기엔 이른 시간이었는데도, 식당 안엔 사람들이 가득했다. 
혜진이는 고기가 나오기도 전에, 밑반찬접시 몇 개를 비우고, 젓가락을 빨며 된장찌개와 냉면사이에서 고민하고 있었다. 
그러다가, 내가 굽는 고기가 못 미더웠는지 내 손에서 집게를 뺏어갔다. 고기를 자르고 뒤집고 열 맞춰 나열하며, 나에게 물었다.
“근데 진짜 미리 가서 줄 안서도 돼?”
“난 모르지. 너가 예매했잖아.”
혜진이는 접힌 A4용지를 가방에서 찾아서 나에게 내밀었다. 공연예매확인서 같았다.
“지정좌석이네.”
내 말을 못 들었는지, 아무런 반응이 없었다. 잠시 후 고기들을 집게로 집어 내 앞으로 몰아주며 말했다.
“타기 전에 먹어.”
“응? 응.”
너도 먹어. 라고 말하려 했으나, 혜진이는 이미 콧노래를 흥얼거리며 상추쌈을 싸고 있었다. 


우리는 매일 수시로 전화통화와 모바일메신저로 고기이야기를 했다. 
나 배고파서 눈떴어. 고기 먹고 싶어. 점심메뉴 골라야 되는데, 삼겹살 먹자고 얘기하고 싶다. 나 지금 중국집 옴. 양장피-_- 극혐. 탕수육을 시켜달라고! 
리를 이어준 M의 의도는 그런 게 아니었을 것 같다.

나는 그때 주차관리원이었다. 
지하주차장엔 창문이 없어서 고객님이 담배를 피우시면 연기가 구름처럼 떠다녔다. 
그런 지하주차장에서 운전자들에게 수신호로 안내하거나, 만차 표지판을 관리했다. 
매일 겪는 일이었다. 그날도 손님은 나에게 차키를 던지며 주차를 부탁했고, 나는 면허가 없다고 말했다. 
스물한 살이 면허가 없어서, 면허도 없으면서 주차장에서 수신호를 해서 나는 그날도 욕을 먹고 사과를 했다. 
그런 기분으로 교대시간이 왔고, 나는 탈의실 의자에 앉아서 방울빵을 먹었다. 3분의 1정도 먹고, 봉투를 말아서 사물함에 도로 넣었다.
4,000원짜리 한 봉을 사면 세 번 먹을 수 있었다. 답답해진 목을 정수기 물로 축이고, 마트 밖으로 나갔다.
혜진이가 믹스커피 박스를 보내줘서, 점심시간마다 커피를 마시는 호사를 누린 건 한참 후에 일이다. 

마트 밖은 하늘도 밝았고, 사람들의 표정도 밝았다. 나는 벤치에 앉아서, 눈을 감고 고개를 들어 햇빛을 맞았다. 
그때 메시지가 왔다. 
바쁨?
M이었다. 
                            ㄴㄴ 점심시간 왜?
대화방에 초대가 됐다. 거기에 혜진이가 있었다. 

너 일리네어 좋아하지?
                                       나?
ㅇㅇ
                                      ㅇㅇ
그럼 둘이 친추ㄱㄱ.

무슨 의도였는지 아직도 모르겠다. 
M의 의도는 알 수 없었지만, 우리는 금방 가까워졌다. 혜진이와 나는 겹치는 취향이 많았다. 
우리 둘 다 녹차아이스크림을 좋아했고, 털 없는 고양이를 좋아했고, 김연수를 좋아했고, 인디음악을 좋아했고, 고기를 좋아했다. 
다른 점이 있다면, 내가 생각하는 아이스크림은 막대가 달린 하드인데, 혜진이가 생각하는 녹차아이스크림은 스푼으로 퍼먹는 아이스크림이라는 것과
나는 털없는 고양이를 사진과 동영상으로만 봤는데, 혜진이는 그 고양이를 기른 다는 점이었다.

“너는 서울 사는 애가 공연장을 몰라?”
걷다보니 고기가 다 소화됐는지, 혜진이가 짜증을 냈다.
“너가 예매 했잖아.”
“그래도 너가 서울 살잖아. 위치를 알아봤어야지.”
“예매한 사람이 알아봤어야지.”
혜진이의 표정이 다시 굳어갔다. 우리는 이미 한 시간 가까이 헤맸다. 지도 어플리케이션 같은 건 아무 소용이 없었다. 
나는 휴대폰을 꺼내 내비게이션 어플리케이션을 실행했다. 휴대폰 가입한 날 호기심으로 실행해본 이후로 처음이었다.
내 바람과 달리 어플리케이션은 업데이트를 요했고, 대용량데이터가 필요했다.
“너 데이터 무제한이야? 혹시 내비앱 깔았어?”
“나 배터리 없다고.”

우리는 사람들에게 묻고 물어서, 공연장을 찾았다. 공연장간판이 눈에 들어왔고, 나는 혜진이의 손을 잡고 뛰었다. 
공연장 직원은 불편한 기색을 드러냈다. 공연 시작 후엔 입장이 불가하다고, 예매사이트에 명시했다는 것이었다.
“제가 삼 주 있다가 군대를 가는데요. 군대 가기 전에 마지막으로 보는 공연이에요. 죄송해요. 저희 진짜 조용히 들어갈게요.”
직원은 누구와 무전을 하더니, 우리를 노려봤다.
“이제 시작한다니까, 빨리 조용히 들어가세요.”
“감사합니다.”
나는 혜진이의 손을 잡고 공연장 계단을 내려가는데, 혜진이가 내 손을 뿌리쳤다. 내 시선을 피하고, 계단만 보며 걸었다.
지하공연장을 향하는 계단은 어두웠다. 나는 혜진이에게 조심하라고 말했다. 혜진이는 대답이 없었다.

우리 둘 다 가장 좋아하는 밴드의 공연이었고, 혜진이는 전쟁 같은 티켓팅에서 어렵게 표를 구한 승리자였다.
내가 전화를 받지 못하자, 음성메시지를 보냈었다. 나중에 확인한 음성메시지에는 알아들을 수 없는 환호성만 가득 차 있었다. 
그렇게 기뻐하고 기다렸던 공연인데, 우리 둘 다 공연에 집중을 못 하고 있다. 

혜진이는 공연장에 들어오자마자, 휴대폰으로 메시지를 썼다.
왜 말 안했어?
                                     말하려고 했어. 미안해.
언제? 
그때 공연이 시작됐고, 혜진이는 가방에 휴대폰을 넣었다. 
나는 공연 내내 혜진이의 표정만 살폈다. 혜진이는 밴드의 농담에도 웃지 않고, 화난표정으로 공연을 봤다.

밴드는 무대뒤로 내려갔고, 관객들은 일어나서 앙코르를 외쳤다. 
움직임이 자유로운 분위기가 되자, 혜진이는 가방을 둘러메고 공연장 밖으로 나가버렸다. 나도 혜진이를 부르며 따라갔다. 
혜진이는 빠른 걸음으로 계단을 올라 밖으로 나갔다. 나는 달려가서 혜진이의 손을 잡았다.
“놔”
“어디 가는데?”
혜진이는 나에게 잡힌 손을 흔들었다. 그러다가 포기하고 나에게 말했다.
“안 갈게. 이것 좀 놔줘.”
나는 잡고 있던 손을 놓았다. 혜진이는 내 눈길을 피했다. 다시 고개를 돌려 나를 노려보는데, 눈에 눈물이 그렁했다.
“언제 말하려고 했냐? 군대 가서?”
“아니야. 진짜 오늘 말하려고 했어.”
“내가 저 직원분이랑 같이 들어야 돼? 저분 아니었으면, 말도 안 했겠네?”
“그건 억지 ……. 내가 잘못했어. 진짜 미안해. 근데 진짜야. 오늘 말 하려고 했어.”
“그동안은 왜 말 안했어? 난 아무것도 아니어서?”
혜진이 눈에 맺혔던 눈물이 뺨을 타고 흘러내렸다.
“그런 건 아니고, 난 그냥……. 너도 호주에 가니까…….”
“나 유학 가면, 안 보려고 했어?”
그 말이 내 가슴을 움켜쥐었다. 나는 몇 달간 묻고 싶었지만 물을 수 없었던 말을, 용기 내어 물었다.
“그럼? 우리 볼 수 있어?”

그때 공연장 안에 있던 관객들이 파도처럼 몰려나왔고, 우리 사이로 바람이 지났다.

우리를 연결시켜준 M의 의도가 궁금하진 않지만, 물을 수도 없게 됐다. 
M은 말 그대로 엄마 친구 딸이다. M의 어머님과 우리 엄마는 처녀시절부터 같은 교회를 다녔고, 나와 M은 아주 어릴 때부터 사촌처럼 컸다. 
M은 종교에 따라서 P시에 있는 대학교에 입학했고, 거기서 혜진이를 만났다. 혜진이는 집이 P시여서 그 대학교에 입학했다고 한다. 
우리를 연결시켜준 M의 의도는 몰랐지만, 우리는 꽤 빠른 시간에 친해졌다. 
나는 혜진이의 프로필사진에 있는 고양이를 칭찬했고, 
혜진이는 다들 뱀같다. 징그럽다. 그 고양이는 어디가 아픈 거냐 묻는데, 이쁘다는 사람은 처음이라고 좋아했다. 
그 후로 자주 고양이의 모습을 사진과 동영상으로 찍어서, 나에게 보내줬다. 
우리는 서로의 일과를 보고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자주 연락을 했다. 


어느 날 혜진이는 MT를 다녀왔고, 그 후부터 우리의 연락은 희미해져갔다. 
그 즈음 서울에 올라 온 M이 M의 어머님과 함께 우리 집에 놀러왔다. 
대충 아는 척만 하고 말았는데, M이 방으로 들어와서는 혜진이가 무슨 얘기 안 하냐고 물었다. 
나는 요즘은 연락이 안 된다고 했다. 나에게 혜진이를 좋아하냐고 물어서, 나는 당황했다. 아직 얼굴도 몰라. 라는 게 나의 대답이었다. 
M은 나에게 혜진이가 허언증이랑 관심병 같은 게 있다고 했다. 연락 안되는 게 잘 된 거라고, 가까이 하지 말라고 했다. 
나는 머리가 멍해져서 알았다고 말했고, M은 잠시 후 M의 어머님과 돌아갔다. 
머릿속이 텅 비는 것 같더니, 시간이 지날수록 혼란스러워졌다. 나는 확인이 하고 싶었다.
M에게 말했던 대로 얼굴도 모르는 사람이다. 연락 끊으면 그만이라는 생각으로 메시지를 보냈다. 
'혹시 나한테 거짓말 한 거 있어?'

바로 전화벨이 울렸다.
“뭐?”
혜진이의 목소리엔 힘이 없는데도, 날이 서있었다. 굶주린 짐승 같았다. 
나는 내 말을 후회했다. 어떻게 수습해야 할지 머리를 굴려봤지만, 생각나는 게 없었다.
“말을 해봐. 내가 너한테 무슨 거짓말을 했을 거 같은데.”
“아니. 그냥 혹시 있나 해서. 없음 말고.”
“걔가 그래?”
나는 아무 대답 할 수 없었다.
“연락 안 할게. 그럼 되는 거지?”
혜진이는 그대로 전화를 끊어버렸다. 

나는 방을 돌아다니면서, 머리를 쥐어뜯었다. 내가 한 짓이 바보 같았다. 다시 전화를 걸었지만, 받지 않았다. 
사과의 메시지도 보냈지만, 답장은 오지 않았다. 나는 앉아 있을 수도 없고, 서 있을 수도 없었다.
불안감과 후회와 미안함이 동시에 몰려왔다. 나는 P시로 향하는 대중교통을 검색해봤다. 다음날에나 갈 수 있었다. 
나는 내려갈 계획을 세우고, 침대에 누웠다. 일찍 일어나 내려갈 생각이었는데, 잠이 오지 않았다. 
과장님께 못 간다는 연락을 하려다가, 이 시간에 연락하면 술병이라고 생각할 것 같아서 휴대폰을 내려놨다. 
생각해보니 혜진이에게 미리 말은 해야 할 것 같아서, 장문의 사과와 함께, 내일 만나러 가겠다는 메시지를 입력하고 있는데, 메시지가 왔다. 
'메일 보냈어.'

메일은,
“너랑 M이랑 얼마나 오래 알았는지 알고 있고, 나보다는 수십 배로 가깝겠지. 근데 나는 지금 내가 미치지 않은 게 이상할 정도로 억울하거든.”
 이라는 문장으로 시작되고 있었다.
혜진이의 말에 의하면, 선배 한 명이 1학년 때부터 혜진이에게 호감을 가졌다. 
그런데 혜진이는 그 선배에게 관심이 없었고, 오히려 M이 그 선배에게 호감이 있었고, 결국은 M과 선배가 사귀었다고 한다
그러다가 MT에서 술에 취한 혜진이가 빈방을 찾아 혼자 잠에 들었는데, 누군가 허벅지를 만졌다고 한다. 
눈을 떠보니 선배였다고 한다. 너무 놀라서 뺨을 때렸는데, 그 모습을 M이 봤다고 한다. 
M은 바로 밖으로 나갔고, 혜진이는 목격자가 있어서 다행이라고 생각하며, 사람들에게 선배의 추행을 알리려 밖에 나갔는데, 
M은 울고 있고 사람들이 M을 위로하고 있었다고 한다. 
M은 사람들에게 혜진이가 남자친구에게 꼬리를 쳤다고 말했다고 한다.
울고 있는 M과, M을 위로하던 사람들이 노려보던 눈빛과, 자신이 아닌 M에게 사과하는 선배의 표정까지, 
모든 게 생생히 박혀서 잠을 잘 수가 없다고 했다. 

나는 혜진이에게 전화를 걸었지만, 여전히 전화기는 꺼져있었다. 
나는 M에게 전화를 걸려다가, 메시지만 보냈다.
                                                                                       와...ㅅㅂ 술 땡긴다. 술 먹음? 나도 껴줘 
안돼. 나 남자친구랑 있음.^^ 솔로는 혼자 마시는 거 ^^
                                                                      ㅇㅋ 이거 캡쳐함. 이모한테 전송ㄱㄱ  장로님안수기도 ㅅㄱ 
ㅅㅂㅅㄲ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잠깐 오던가.

보자마자 바로 때리진 않았다. 
나는 누구의 말도 믿을 수 없었다. 그래서 나도 쓰레기인척 연기 아닌 연기를 하며 간을 봤더니, 
M친구 중에 괜찮은 애가 있는데 못 먹어서 아쉽다고 말했다. 아, 혜진이요? 라고 물으니, 너도 알아? 라고 했다. 

M의 남자친구는 코피를 쏟으면서 경찰에 신고하려 휴대폰을 들었지만, M이 막았다.
내 입을 막지 않으면, 사회적 명예를 중시하시는 M의 부모님은 M때문에 종교생활을 그만두거나 개종해야 한다.

“넌 어떻게 하려고 했는데?”
우리를 지나치던 관객들의 파도가 끊겼을 때, 내가 물었다. 혜진이는 아무 대답이 없었다. 
“넌 호주에 다다음주에 간다며, 나는 그 다음 주에 입대하는데…….”
‘우리가 볼 수 있어?’ 라는 말은 하지 못했다. 혜진이도 아무 말이 없었다.
“너가 유학 때문에 바쁘고, 신경 쓸 일도 많은데 나까지 신경 쓰게 하고 싶지 않았어. 미안해. 내가 생각이 짧았어.”
“배고파.”
“응?”
혜진이는 눈물을 훔치고, 훌쩍거리며 나를 쳐다봤다. 
“배고프다고.”

우리는 또 고기를 먹었다. 
식당 창에 시끄럽게 돌아가는 환풍기가 한 줄로 빼곡히 박혀있었지만, 식당 안엔 연기가 가득했다. 
우리는 아무 일도 없었고, 아무 일도 없을 사람처럼 사소한 대화들을 나눴다. 
서로 외면하고 있었지만, 우리의 대화는 편안히 나아가지 못했다. 비포장도로를 달리는 것처럼 가끔씩 덜컹였다. 
나는 ‘그럼 이제 고양이는?’이라고 물어놓고 후회했고, 혜진이는 ‘어머니 병원은 어떻게 가셔?’라고 나에게 묻고 나서 사과했다. 
나는 호주에 대해서 물을 수 없었고, 혜진이는 군대에 대해서 물을 수 없었다. 서로 아직은 해 줄 수 있는 이야기가 없다. 
인터넷에서 봤는데 호주에는……. 군대 다녀온 형들 얘기 들어보면……. 해 줄 수 있는 이야기는 남의 이야기뿐이다.

술도 조금 먹었고, 배도 불렀다. 그래도 어딘가 허전했다. 
“신촌은 가야 잘 데가 있을 텐데…….”
“신촌이 어딘데?”
“조금 걸어가면 돼.”
나는 홍대에도 숙박업소가 있다는 걸 알았고, 신촌까지 가는 길은 몰랐다. 혜진이가 눈치 채지 못하게 자동차도로에 있는 표지판을 힐끔거리며, 혜진이를 이끌었다.
내 연기가 어색했는지, 혜진이는 몇 번이나 정말 길 아냐고 물었다. 

어쨋든 우리는 신촌에 도착했고, 혜진이가 잘 수 있는 곳을 찾았다. 나는 숙박업소가 즐비한 골목입구에서 혜진이에게 인사를 했다.
“들어가서 어느 모텔 몇 호실인지 문자보내주고, 무슨 일 있으면 전화하고. 일찍 일어나. 나 일찍 올 거야.”
혜진이가 놀란 눈으로 나를 쳐다봤다.
“나 혼자 자라고?”
혜진이의 표정이 짜증이었다면 나도 짜증을 냈겠지만, 혜진이는 길 잃은 아이 같은 얼굴이었다.

“너 여기 와봤냐?”
내가 객실조명을 켜고 TV를 켜자, 혜진이가 물었다.
“아니? 별로야?”
“근데 왜 이렇게 잘 해?”
서툰 척 연기했는데, 티가 안 났나보다.
“불도 못 켤까봐? 여기 다 써 있어. 중앙 등. 보조 등. 욕실 등.”
“이런데 자주 왔구나?”
혜진이는 질문을 하고는 대답은 듣지 않고, 욕실로 들어갔다가 둘러보더니 바로 나왔다. 
“샤워용품은 여기 있는 게 전부지?
“각질 제거하는 돌맹이는 없지.”

아마 그게 내가 한 마지막 농담이었던 거 같다. 
객실에는 어색함이 차올랐다. 우리는 서로 눈도 못 마주쳤다. 
내가 씻고 나왔을 때 혜진이는 테이블에 앉아 육포를 씹고 있었다. 
내가 머리를 말리고 침대에 앉자, 나에겐 눈길도 주지 않으며, 맥주 캔만 내밀었다. 
“넌 마셨어?”
“아니. 난 배불러.”
“육포는 들어가고?”
“어.”
“씻을 때 필요한 거 있으면 말해. 사다 줄게.”
“괜찮을 거 같아.”

우리는 서로 말 한마디 하지 않고 TV를 봤다. 같이 먹기로 한 맥주 네 캔은 나 혼자 마셨다. 
욕실에 가서 소변을 보고 양치를 다시 하고 나오자, 혜진이는 클렌징을 하고 있었다.
나는 침대에 누웠다. 누구세요? 라고 물으며, 놀리고 싶은 마음도 있었지만, 방안에 가득 찬 어색함이 내 입을 막았다.

혜진이가 욕실에 있는 동안에 잠에 들 수 있길 바랐지만, 잠이 오지 않았다. 
나는 누워서 TV를 봤다. 평소에 즐겨보았던 예능프로그램에도 집중하기 힘들었다. 
그때, 미니마우스가 그려진 커다란 티셔츠를 입고, 혜진이가 나왔다. 
혜진이는 입었던 옷을 가지런히 개켜서 들고 나왔다. 
옷들을 벽걸이TV 밑에 놓고, 다시 욕실에 들어가서 손을 씻고 나와서, 로션 등을 바르기 시작했다. 
나는 시선을 TV에 고정시키려 노력했지만, 이미 많은 것들을 알고 있었다. 
개켜진 옷들 제일 위에는 혜진이의 윗 속옷이 있었고, 혜진이는 지금 얇고 늘어지는 옷을 입고 있었다. 
TV패널 들의 농담이 전혀 웃기지 않았다. 
로션을 바른 혜진이가 조명을 끄고, 침대로 다가왔다. 이불안으로 들어와 내 옆에 누웠다.
나는 반사적으로 몸을 돌려 혜진이를 등졌다. 
TV패널 들이 무슨 이야기를 하고 있는 건지, 도대체 모르겠다. 그들이 말하고 있는 건지도 확신이 없었다.

“안 잘 거야?”
혜진이가 물었다. 나는 고급차를 만지다가 차주를 만난 것처럼, 놀랐지만 태연한 척 했다. 
“자야지.”
“그럼 TV를 꺼.”

잠에 들었던 것도 같고 못 잔 거 같기도 했다. 혜진이는 내 쪽으로 돌아서 잔뜩 몸을 웅크렸다.
“나 추워.”
혜진이는 속삭이듯 말했는데, 타종하는 것처럼 내 귀에 울렸다. 심장이 터질 것처럼 뛰었다. 내 심장소리가 혜진이에게 들릴까봐 불안했다.
“에어컨 끌까?”
“아니.”
“그럼 내려가서 이불 좀 얻어올까?”
“아니.”
나는 몸을 일으켜, 이불을 반으로 접고 혜진이에게 두 겹으로 덮었다. 다시 누워서 눈을 감았는데, 혜진이가 손을 내 가슴에 올렸다.
나는 오히려 진정했다. 나는 혜진이의 팔을 뿌리치진 않았다. 오히려 혜진이의 손을 잡았다.

“어쩌자고.”
“있잖아. 나 유학 간다.”
“난 군대 가.”
“그러니까.”
“그러니까.”

그러니까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하는 걸까……. 
나중에 돌아봤을 때 어떤 선택이 더 좋은 기억으로 남을까? 혹은 어떤 선택이 미련이 덜 할까. 
우리는 오늘 처음 만났다. 그리고 우리 둘 다 살아 온 곳과 전혀 다른 곳으로 간다. 우리를 현혹하고 있는 요인이 너무 많았다. 
상대의 마음뿐만이 아니라 자신의 마음에도 자신이 없다. 지금 우리도 미래의 우리도 알 수 없는데, 우리에게 약속 이라는 게 가능 할까?

“내가 그리 좋나?”
나는 너무 놀라서 말할 수 없었다. 질문이라는 인식도 못하고 있는데, 혜진이가 또 물었다.
“실물이 더 낫지?”
웃음이 터졌다. 어두운 객실 안을 가득 채우고 있던 것들은 혜진이의 말에 부서져, 흩어져 날아갔다. 나는 몸을 돌려 혜진이를 꼭 끌어안았다.
“응. 예뻐.”
“아까는 왜 그랬는데?”
“예뻐서.”

내 심장이 다시 요동쳤다. 내게 안겨있는 혜진이가 그걸 모를 리 없다. 
그런 생각이 들자, 심장이 더 빨리 뛰었다. 나는 이불을 박차고 일어났다.
“우리 나가서 걸을래?”

 신촌에
다시 말하지만 신촌에, 앞이 보이지 않을 만큼 안개가 꼈다. 
신촌에서 30년 넘게 살았는데 이런 적은 처음이라고, 주인아주머니가 말씀 하셨다. 

혜진이와 나는 골목으로 나갔다. 
빛조차 녹아내리는 짙은 안개 속에서 우리는 서로의 손을 꼭 잡고 서있었다.
잠시 서로의 눈을 보며 미소를 짓고는, 잡고 있던 손을 놓았다. 
그리고 우리는 달렸다. 사람들에게 부딪히고, 간판을 넘어뜨렸다. 
자동차에 치일 뻔했고, 무엇을 밟았는지 알 수 없었지만, 미끄러져 넘어 질 뻔도 했다.
그래도 우린 웃으며 달렸다. 서로의 모습은 희미했지만, 웃음소리가 들렸다. 

그거면 된다. 





birthday.jpg

제가 며칠전에 생일이었습니다 ㅎ

왼쪽 세권은 지인이 사줬고요.
자기앞의 생이랑 하퍼리
그리고 
위에 있는 글은,
내가 나에게 주는 선물이었어요.

생일날 
사진과 글을 올렸다면 더 좋았겠지만 ,
천성이 게을러서 방금 마침표를 찍었네요 ㅎ

여기까지 
읽어주셨다면,
감사합니다 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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