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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가질 수 없는 걸 원한 나머지 손안의 골격이 뒤틀려져 가 야생처럼 자란 다섯 개의 발톱은 어깻죽지부터 손목까지 피를 긁어 내리며 그 피로 글을 적어 내리며
2.
안개 낀 가시밭 벼랑 다친 다리 짓밟힌 혈흔 같은 짐승의 족적이 치유 못 한 상처가 구더기 느는 음지 속으로 깊게 자취를 묻혀 그림자마저 사라지니
3.
검은 길동무 여읜 고독한 야수는 외로움이란 추운 불꽃과 부둥켜 저주스런 밤을 찢고자 정작 노래해야 할 별의 향기를 못 느껴 세상의 아름다움도 그냥 지나치고
4.
상처 난 피만큼 체온을 잃어 사람 사는 곳 그 어디서도 환영에 부응하지 못할 흡사 영혼이 드러나지 않는 퀭한 눈동자가
5.
취해야 할 먹이사슬의 존립에서 붉게 떠 있는 태양의 공평한 가치를 인정하면서도 동시에 모든 걸 탐탁지 않게 볼 거라고 우주 속의 미약한 잔불쯤 여기니
6.
사유의 깊이를 가벼이 여겨 자기가 무슨 말 하는지도 되짚지 못할 제 목소리 없는 구관조처럼 사실 경험 않은 아픔과 사연을 어설프게 흉내만 낸 작위적인 대사 외우다가
9.
진짜 이야기인 줄 과대 돼버린 착각의 후에 역사에서 가장 슬픈 존재의 비극을 제 운명과 빙의 바라는 심정으로 동정과 위로가 고픈 어리광이 전제였던
10.
일약 시선의 중심을 꿰차려 한 그 저의를 가리려 낮은 수준이 들통날까 괜히 평생 쓸 일도 없던 복잡한 단어들의 나열로 성찰을 모방하나니
11.
소오가아라 속게 되리라 속은 건가 의심도 속이고 설령 속았단 걸 안 순간도 그리될 줄 안 속임수로 속삭인 거란 걸 당신은 영리해도 기만은 그것을 초월했고 곧
12.
거울 속 모습까지 낯설게 와 닿는 저주 그 피를 얼리는 고요한 불꽃이란 역설적인 힘에 내 정체를 집어삼키는 기만의 말로여 더 가까이 오라 더 느껴지니
13.
글쓰기가 고통조차 잊힐 무이한 꿈인 걸 믿지만 초점 없이 희망과 동떨어져 간 혐오스러운 문장 속 논리력은 상심의 무게로 무너져 내려 그 피로 적어 내리며
14.
그리하여 갈겨 댄 종이 위는 잉크와 뇌수가 어지럽게 번진 착란의 반영일 테니 괄시와 기피가 주는 외압인 외면의 바람에 맞서 한 조각 잔등殘燈마저 꺼트리고
15.
쓴 현실 살이에 달콤하기만 한 버릇이었던 연필 쥐느라 소홀한 책임 그 지나친 망각으로 진짜 나 자신의 주관을 잃은 시와 노래 결국 자발로 저주를 거는 주문이여
16.
시계가 멈춘 어둠 안에 스멀스멀 더 가까이 오라 더 느껴지니 또렷한 테두리로 얼어붙은 외로운 공기만이 절대 꺼지지 않는 불탄 자의 버둥거림을 영원히 고요하게 가둔다.
출처 | 1,400자의 찌질거림이 쓸데없이 장황했군요. (격식 인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