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너의 전 남자친구와 만나고 있다. 나는 너의 전 남자친구와 싸울 때마다 너를 생각한다. 너를 닮고 싶고 너와 같은 얼굴을 하고 싶다는 생각을 넘어 이제는 너 대신 죽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한다. 얼마 전 버스에서 영화 광고를 보았는데, 과거로 돌아가 열차폭발사고를 막는 내용이었다. 내가 과거로 돌아간다면 나는 너를 대신해서 죽고싶다는 생각을 했다. 그 영화 예고를 본 이후로. 나는 너에게 새벽에 가지 말 것을 권유하거나, 아니면 너 대신 아르바이트를 간다고 하여 후발대로 출발하지 않고 이틀동안 내가 너 대신 아르바이트를 한다면, 니가 편히 쉬고 놀고 늦게 일어나 오후에 집으로 편히 돌아오면 좋겠다고 생각을 했다. 제일 처음에는 내가 너 대신 그 차를 타서 내가 죽는 게 목표였다. 어차피 너 아니면 내가 죽어야... 이 사람 옆에서 사랑을 받을 사람은 너니까. 너였어야 했는데 내가 있어서, 이렇게 떠나지도 못하고 이제는 늘상 그런 것처럼 욕을 먹고 나는 울면서 잠이 든다. 나는 니가 부럽다. 죽은 니가 너무너무 부럽다. 예전엔 너의 전 남자친구가 너를 잊지 못하면서 다른 여자를 몸둥아리로 취급해서, 진정한 사랑을 받는 니가 부러웠지만, 이제는 단지 죽었다는 이유 만으로 니가 부럽다. 끝까지 사람취급 받고 죽은 니가 부럽다. 이 더러운 세상 조금이나마 덜 본 니가, 부럽고 다행이라 생각한다. 물론 너의 부모님과 동생에겐 뼈아픈 상처이겠지만, 너에게도 억울하고 아픈 일이겠지만, 이 세상에 남아있는 나로서는, 할말이 못되지만 더러운 꼴 안보고 지내는 게 다행이라 생각된다. 부질없는 목숨 이어가면서, 이제는 내가 죽어도 동정해줄 사람, 사죄할 사람 없다는 생각에 죽지도 못하고 살고 있다. 내가 죽는다는 말에 드라마 찍고 있다고 말하는 사람이 있다. 너한테 너의 전 남자친구 뒷얘기를 해봤자 무슨 소용이겠냐만, 넌 참 잘한거다. 잘된거다. 좋은 뜻으로 절대 들리지 않겠지만... 물론 더 좋은 일은 니가 죽지 않는게, 더 나을 뻔했다. 내자리에 니가 있어야, 이 모든 일이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내가 하찮은 대접받으며 살고 있으니...... 나의 과거는 너의 과거와 똑같은데, 니가 했던 모든 일들과 일어났던 일들이 비슷한데, 내가 가진것과 네가 가진 것이 비슷한데, 왜 나에게만, 너와 같은 일이 일어나지 않았을까. 나도 너와 같은 절차를 다 밟았는데..... 나도 너같은 성격이었고 너와 같이 주변에 사람들이 많았고 그만큼 대접받고 분위기메이커라는 소리를 들으며 너처럼 반장하고 매니져하고 너와 같았는데 왜 나는.......내 성격이 문제라서 내가 오빠에게 욕먹는 거니. 내 수명은 얼마나 되니. 물어보고 싶다. 어떻게 하면 죽는거니. 미안.....죽으면 편할까. 나도 성도 누구누구라는 이름표를 달게 될까. 나도 하늘색 배경의 웃는 얼굴 영정으로 해두고, 밝은 모습, 내 스물 한 살때의 모습으로 죽고싶다. 내 대학교1학년때의 모습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