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떠나는 사람의 일기
게시물ID : mabi_25812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손조꾸
추천 : 19
조회수 : 500회
댓글수 : 14개
등록시간 : 2014/03/20 13:31:16
3/20
 
캐릭터생성창을 눌러보았다..
캐릭터 생성이 되지 않는다.
 
그제서야 '서버통합'이라는 말이 실감나기 시작했다.
 
나는 22채널 콜헨 여관 앞 평상에 앉아 콜헨을 빙 둘러보았다.
지긋지긋할 정도로 텅 빈 마을, 나는 늘 왁자지껄하고 사람이 넘치는 프섭을 동경해왔다.
 
마치 도시의 반짝이는 불빛과 화려한 사교계를 동경하는 순진한 시골처녀처럼, 나는 무작정 그곳이 천국인줄로만 알았다.
하지만 나에게 정말 그곳에 갈기회가 닥쳐오자. 나는 모든것이 두려워졌다.
 
막말로, 시골처녀가 사교계에 데뷔해봤자, 그 끝은 무엇이겠는가? "멍청한 시골뜨기"밖에 더되겠나?
나는 그제서야 익숙한것의 소중함을 알게 되었다. 새로운것에 대한 두려움이 닥쳐오기 시작했다.
 
그제서야 째썹의 지긋지긋한 썰렁함이, 정겨움이 되고, 포근해지기 시작했다.
왜 나는 째썹의 소중함을 몰랐을까? 왜 나는 째썹을 지켜주지 못했을까.
후회가 밀려왔다.
 
-
 
4/17
 
거래소가 닫혔다.
 
이제 더이상 물건이 올라오지도, 신규 유저가 들어오지도 않는다.
말라 죽어가는 나무를 보는것 같아서 너무 측은했다.
 
정말로 이제 끝나는건가? 정말 끝인가..
이렇게 나는 내 고향을 떠나 보내야만 하나..
 
 
-
 
4/22
 
통합 하루전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이별이란 책에 보면, "시한부 판결을 받은 사람들은 그래도 좋은거다, 남아있을 사람들과 인사도 할수 있고 세상을 떠날 준비도 할 수 있으니까" 뭐 대략 이런 장면이 나온다
 
나도 XE서버의 마지막 모습을 한장면이라도 더 담아두려 이곳저곳을 돌아다녔다.
여기에 있는건, 거기도 있을텐데...내가 왜이럴까. 싶기도 하지만,
이곳의 그것과, 그곳의 그것은 사뭇 다른 느낌일것같아 그래도 그냥 돌아다녔다.
 
마지막으로 108콤보도 찍어보고, XE무브도 써보고, 황혼의 사막에서 미친듯이 달리기도 했다.
이 모든것이 마지막이라고 생각하니 더 가슴이 시리다.
 
-
4/23
 
통합 당일
 
아침부터 부지런하게 게임을 접속했다. 뭐 조금 있으면 닫힐 서버인데 왜 유난인가? 싶기도 하지만 그래도 그 마지막 모습만큼은 꼭 함께 해주고싶었다.
 
나의 시작을 니가 함께 해주었으니, 너의 마지막을 내가 함께 해주는것 또한 도리가 아닐까
 
나와 같은 생각을 한 유저들이 많았는지, 새벽임에도 불구하고 콜헨은 북적북적했다.
 
길드원들과 마지막 인사를 나누었다.
인연이 닿으면 또 만나겠지.
 
공지가 떴다.
 
10분 후 서버를 종료하겠습니다.
 
가슴이 착찹하다
 
5분 후 서버를 종료하겠습니다.
 
마음이 아프다
 
1분후 서버를 종료하겠습니다.
 
그래도 웃는얼굴로 보내줘야지.
 
10초후 서버를 종료하겠습니다.
 
XE서버의 마지막 공기를 폐에 가득 담았다 내쉬며
 
5초후 서버를 종료하겠습니다.
 
XE서버의 자랑인
 
1초후 서버를 종료하겠습니다
 
마을에서 Jumppppppp
 
 
 
 
안녕 XE서버
 
서버를 종료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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