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GM : 레인보우 지숙 - 오리온자리 (국화꽃향기 OST)
음식을 먹는 순간, 영혼이 아늑해지는 느낌을 받을 때가 있다. 그것은 누군가에게는 엄마 손맛이 나는 된장찌개일 수도 있고, 또 다른 누군가에게는 우울할 때마다 생각나는 치맥일지 모르겠다.
각자가 간직한 추억은 맛이 되어 혀 끝을 감돈다. 영혼을 어루만지는 위로가 된다.
누구보다 바쁜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스타들에게도 자신만의 소울푸드가 있었다. 여느 때와 다르게 음식을 함께 만들어 먹으며 마주앉아 이야기를 하니, 그들이 한뼘 더 다가와 자신의 이야기를 털어놓는다. 소울푸드를 공유한다는 것은 결국 자신의 일부분을 공유하는 것인 셈이다.
스타들의 진솔한 소울푸드 이야기를 전하면서 이 글을 읽는 이들에게도 같은 질문을 던져보고 싶다. 당신의 소울푸드는 무엇입니까?
텐아시아와 인리원이 함께 하는 스타 소울푸드. 그 첫 번째 주자는 걸그룹 레인보우의 멤버이자 KBS2 ‘연예가중계’에서 리포터로 활약하는 지숙이다.
지숙이 선택한 자신의 소울푸드는 만두. 지숙은 “집에서 주기적으로 다 같이 만두를 만드는 시간이 있다. 명절에 송편 만드는 것처럼 오순도순 모여 만두를 자주 빚어 먹었다. 우리집이 어렸을 때 정육점을 했는데 고기 먹기가 손쉬워서 고기만두를 자주 먹었다”며 만두를 고른 이유를 전했다.
텐아시아와 인리원은 지숙의 소울푸드인 만두를 새롭게 해석해 서양식 만두인 ‘또르뗄리니’를 함께 요리하기로 정했다. 새우를 다져 소를 만들어 넣은 또르뗄리니를 크림 소스에 졸여 요리를 완성하기로 했다.
지숙은 집에서 직접 만든 반죽을 들고와 만두와 요리에 대한 자신의 애정을 드러냈다.
지숙은 이날 집에서 직접 반죽과 밀대를 가져오는 열정을 보이기도 했다. 함께 요리를 했던 김영준 요리사는 “반죽이 정말 잘됐다. 하루 정도 숙성까지 시킨 것을 보니 보통 실력이 아니다”며 지숙을 칭찬했다. 평소 네일아트에도 관심이 있던 지숙은 “오늘을 위해 손톱도 깔끔히 정리하고 왔다”며 열손가락을 펼치는 동작을 취해 훈훈한 분위기를 자아내기도.
지숙은 아주 훌륭한 학생이었다. 김영준 요리사가 양파를 자르고, 마늘을 다듬는 순간에도 “와, 이건 진짜 배웠다”며 모든 과정을 속속들이 눈에 담았다.
레인보우의 요리사 지숙은 가장 자주 만드는 요리는 한식이다. 주식을 위주로 주로 요리하다보니 자연스레 한식에 더 힘을 쏟게 됐다. 특히 그중에서도 찌개류와 볶음밥을 좋아한다.
“볶음밥을 가장 많이 해먹었어요. 어렸을 때 계란을 스크램블 하듯이 막 흔든 다음에 밥 넣고 케첩 넣고 볶음밥을 처음 만들었던 기억이 있어요. 그 이후에 거기에 많은 것을 첨가해서 발전시켰어요. 찌개류 끓이는 것도 좋아해요. 아빠가 된장찌개를 정말 잘하세요. 아빠만의 특별한 레시피가 있어요. 정말 신기한 건 아빠 된장찌개와 할머니 된장찌개가 맛이 똑같아요.”
지숙은 요리를 좋아하는 부모님을 따라 자신도 어린 시절부터 요리를 즐겼다. 블로그 별명으로 사용 중인 ‘쑥장금’도 어머니의 별명이었던 ‘신장금’에서 따온 것이다. 지숙의 아버지는 아침에 출근하기 전에 어머니가 더 잠을 잘 수 있도록 직접 아침을 차리기도 하시는 자상한 남편이자 아빠이자 요리사였다. 그래서인지 지숙은 레인보우 멤버들과 숙소 생활을 하고 있지만, 수원에 위치한 자신의 집에 자주 놀러간다.
“수원에 집이 있는데 집에 가는 것을 너무 좋아해서 자주 가요. 레인보우 초창기 때 멤버들에게도 자주 요리를 해줬는데 이제는 주로 집에서 요리를 해요. 만두도 어머니한테서 배운 것이에요. 어느 누구도 못하는 것이죠.”
지숙은 김영준 요리사의 비법을 놓치지 않으려는 듯 하나하나 귀담은 들으며 요리에 임했다.
지숙은 반죽에 만두소를 넣고 모양을 만들 때, 자신만의 비법을 공개했다. 어머니에게 배운 비법이다. 멤버들도 지숙의 만두가 제일 맛있다며 소울푸드로 추천했다는 후문이다. 지숙의 만두, 일명 ‘꼬매기 만두’는 지숙의 블로그에도 소개된 바 있다. 가수 활동과 리포터 활동으로도 바쁠텐데 지숙은 블로그에서도 자신의 매력을 선보인다. 꾸밈없는 걸그룹 멤버의 일상을 엿볼 수 있다.
“예전부터 하고 싶다고 생각하고 있었어요. 그런데 타이틀 자체를 정하는 게 어려웠어요. 아이디 만드는 것부터 고민했죠. 그러다 어느 날 ‘커밍순(Comming Soon)’이라는 글자를 봤는데 ‘Soon’의 ‘n’을 k로 넣으면 ‘Sook’, 쑥이 될 것 같았어요. 하루 방문자는 많을 때는 만 명이 넘지만, 광고를 절대 하지 않는다는 것이 제 신념입니다.”
지숙은 자신의 블로그에서 요리뿐만 아니라 전자기기 수리, 여행기, 코스메틱 리뷰까지 다양한 이야기가 수록돼 있다. 남다른 손재주가 느껴진다. 지숙은 어렸을 때부터 요리나 손재주가 필요한 일에 두각을 나타냈다.
“어렸을 때 실과 같은 실습 시간 때에는 거의 내가 주도해서 한 것 같아요. 잘한다기보다 좋아해서요. 손으로 하는 것을 다 좋아해요! 제일 처음 만든 요리는 주먹밥이었어요! 초등학교 때 동그랗게 만들어서 언니 먹으라고 놔뒀는데 뿌듯했어요. 김가루를 묻혀서 만들었던 기억이 나요.”
요리와 음식을 좋아하는 지숙은 레인보우 멤버들 사이에서도 단연 먹방 1등이다. 그런데도 날씬한 몸매를 유지하는 비결은 무엇일까. 지숙은 제일 맛있는 요리는 ‘어제 먹었던 야식’이라는 남다른 음식 철학까지 선보이고, 매운 음식으로 스트레스를 푼다는 자신만의 방법도 공개했다.
“야식은 어느 요리도 이길 수 없는 것 같아요. 지금 바로 어제 먹었던 쌀국수가 제일 맛있는 것 같아요. (웃음) 만두 중에는 얼마 전에 쫄면과 만두를 시켜서 같이 비벼 비빔만두를 탄생시켜 먹었는데 신세계를 맛봤어요. 멤버들과 떡볶이랑 순대를 먹으러 가는 순간이 제일 행복하고요. 많이 먹지만, 대신 많이 움직여요. 저도 찌긴 쪄요. (웃음) 운동은… 누가 시키는 걸 싫어해서 트레이너한테 따로 배우지는 않고 컴백 전에 유산소 운동을 많이 하거나 평소에 자기 전이나 후에 스트레칭을 꼭 해요.”
레인보우 지숙(왼쪽)과 김영준 요리사는 완성된 또르뗄리니에 레드 와인을 곁들여 마시며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드디어 완성된 또르뗄리니. 가니시까지 첨가하자 번듯한 요리가 완성됐다. 지숙과 함께 요리를 만든 김영준 요리사를 비롯해 스태프들도 한 입씩 나눠 먹으며 맛을 음미했다. 지숙은 엄지손가락을 치켜들며 감탄했다. 맛있는 요리를 먹으니 기분 좋은 따뜻한 분위기가 감돌았다. 첫 만남에 어색했던 모습도 어느새 많이 친근해져 있었다. 그리고 지숙은 만두가 진짜 자신의 소울푸드인 이유를 고백했다.
“이 말을 할까 말까 고민했어요. 2년 반 전에 어머니가 돌아가셨어요. 그런데 어머니께 가장 잘 배우고, 예쁘게 배운 것이 만두에요. 내가 만두를 빚으면 가족들이 엄마를 생각하게 되는 음식이 됐어요. 그래서 그 모양을 똑같이 빚는 내 모습이 좋아서 만두를 많이 만들어요. 지금도 여전히 가족들끼리 모여서 만두를 빚어요. 진짜 소울푸드가 된 것 같아요.”
이어 지숙은 요리를 할 때 자신의 마음가짐에 대해서도 전했다. 지숙은 “요리를 할 때 스스로 먹는 경우는 거의 없어요. 혼자 먹을 때는 대충 먹는데 가족이나 누군가가 있으면 이것을 맛있게 먹어줄 사람을 생각하면서 요리를 해요. 그러면 만드는 과정이 굉장히 즐거워요. 만들다가 ‘나중에 어떻게 예쁘게 놓지?’라고 생각하면 더 즐거워져요”라고 전했다. 지숙의 따뜻한 마음까지 느낄 수 있다.
# 소울푸드, 그 이후 지숙의 이야기
“TV 속에 들어가 있는 듯한 느낌이었어요. 항상 눈으로 요리를 즐길 때에는 TV를 보는데, 텐아시아와 인리원의 소울푸드와 함께 한 순간 마치 제가 즐겨보던 요리 프로그램에 들어가 있는 것 같다는 느낌을 받았어요. 집에서 쓰는 도구와 다른 전문 도구를 쓴 것도 너무 좋았답니다. 또 배운 것도 참 많았어요. 아참, 그리고 가장 신기한 것은 간을 한 번 밖에 보지 않았는데도 환상의 맛이 났다는 점이에요.”
소울푸드를 마치고 지숙에게 소감을 물었다. 마치 요리 프로그램 속에 들어간 듯한 느낌을 받았다고 말하는 그녀는 언젠가는 전문적으로 요리를 배우고 싶다고 했다. 요리사도 칭찬할 정도로 감각아 있는 그녀가 언젠가 ‘스타셰프’가 되어있지는 않을까? 그런데 지숙은 “그냥 일반 가정주부가 되고 싶어요. 아침에 남편을 위해 보글보글 찌개를 끓이는…”이라며 배시시 웃는다.
걸그룹 멤버로 화려한 스포트라이트 속에 있는 지숙이 가슴에 몰래 간직한 소박한 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