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이제 고2 올라가는 여학생입니다. 뭐 다들 이 글 읽으시고 고등학생이 공부안하냐 .. 이러실 수 있지만 그냥 속 시원히 마음 속에 있는 거 다 털어놓고 새로 시작하고 싶어서요. 헤헤 그냥 마음속에 굴러다니는 말을 모아 쓰는 거라 저도 제가 무슨말하는지는 잘 모르겠네요. 어릴 때부터 전 정말 의욕도 넘쳐났고 전 제 자신을 너무 사랑하고 존중했어요. 언니에겐 미안한 얘기지만 성적표를 숨기다가 걸려 아버지께 맞는 언니를 보면서 '나는 저렇게 살면 안되겠다'라고 생각했고 ( 그래도 언니는 비록 실업계고에 진학했지만 결국 정신을 차리고 명문대에 가서 우리가족의 자랑이 되었답니다.) 성적도 초등학교 때부터 아주 잘 하는 편은 아니였지만 그럭저럭 해나갔어요. 지금 생각해보면 중학교때만큼 공부를 열심히 했던 적이 없는 것 같아요. 친구랑 공부하다가 머리 맞대고 자고 공부하는데 투정부리면서도 다시 공부한 그런 기억이 절반보다 조금 더 차지하네요. 솔직히 말해서 중학교 때 엄마랑 작은 마찰이 있었어요. 처음으로 전교 4등이라는 성적을 받고 엄마께 자랑스럽게 전화드렸는데 엄마는 목소리 하나 변하지 않으시고 무슨 문제를 틀렸는지 물어보시는거예요. 그러면서 실수도 실력이라고 저를 굉장히 크게 혼내셨어요. 전교 5등안에 들어서 용돈 10만원을 주시기로 했다는 친구 어머니들과 많이 다른 모습에 저는 도리어 엄마께 화를 냈어요. 엄마는 왜 나한테 칭찬한번 해주지 않냐고, 칭찬 한 번 해주는게 그렇게 어려운 일이냐고. 그 날 이후로 우린 많이 변했고 엄마는 나를 믿어주셨죠. 옛날부터 그래왔던 것 처럼. 하지만 제가 진짜로 하고 싶은 얘기는 이런게 아니예요. 여전히 전 공부가 재미있어요. 새로 배우는 거니까. 그런데 사랑에 있어 찾아오는 권태기 처럼 전 지난 이주일 동안 잠시 아주 조금 우울해졌던 것 같아요. 평소에 소설책보다는 비소설만 주구장창 읽어댔던걸 생각하면 당연한 일이지만 내가 뭘 위해 공부하나... 라는 생각에 혼돈에 휩싸였어요. 목표는 의사, 의사가 되어서 마음이 아픈 사람들의 친구가 되어줄 것.그리고 멋진 여자가 될 것. 그런 목표가 뚜렷하게 있는대도 수학책을 펴고는 몇분도 채 되지 않아 다시 닫았어요. 그러면서 무서워졌어요. 남들은 겨울방학때 하나라도 더 공부한다는데 .. 나는 왜 이러고 있을까. 핸드폰이 없으니까 친구에게 말도 못하는 그런 나는 혼자라고 느껴졌지요. 그러면서도 공부해서 성공한다는 욕심은 더 늘고 ... 그런 생각을 하면 누가 내 심장을 쥐어짜는 듯한 느낌이 들어서 너무 우울했어요. 자려고 누워도 꼭 관 안에 누워서 더 이상 나올 수 없을 것처럼 느껴졌지요. 그러다가 어젠 오래간만에 유학간 언니에게 카톡이 와서 요즘 너무 힘들다고 말했답니다. (사실 언니는 제 우상이였어요. 멋진 여자가 될거라고 했던 것도 언니에게 듣고 그 말이 너무 멋있어서 내가 꼭 이루기로 했고 .. ) 뭔가 괜찮다라는 말을 듣고 싶었는데 언니가 '너한테 연민 느끼지마.' 이러는 거에요.기대완 다르게 냉정한 말에 가슴이 너무 아파서 펑펑 울었네요 ㅎ 사실 너무 힘들어서 연민이란 단어는 생각조차 못했는데... 그냥 그 한 줄 보고 갑자기 나올 생각을 않던 그 많은 눈물을 반 쏟아냈어요. 그래서 깨달았어요, 괜찮지 않은 사람에게 괜찮다고 하면 그게 무슨 소용이겠어요. 지난 이주간 내 발목을 잡았던 것이 뭔진 모르겠지만 전 그걸 뿌리치고 다시 긍정선생으로 돌아오려고요. 아까 오유에 있던 어느 분의 수기(?)를 읽고 아픔을 조금 추스리면서 다시 일어나서 중학교 때처럼 공부해보고 싶어서 마음 속에 있는 감정 다 털어내고싶어 이렇게 글 올려요 헤헤 . 글이 다듬어지지도 않고 뒤죽박죽이라 쓰는 저도 모르겠어요. 그래도 힘내서 공부해보려고요. 전 이과를 선택했는데, 사실 정치도 해보고싶고 봉사도 해보고싶고 노래도 하고싶고 그렇게 꿈 많이 가지고 살아요 :) 이제야 내가 돌아왔어요. 긍정선생. 마음 속 나랑 드디어 화해한 것 같네요 :) 5년 후 나에게 미안한 마음을 가지고 싶지는 않으니까 지금 최선을 다해서 공부해보려고요. 그냥, 무슨 말인지도 모를 이 글을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댓글 추천 다 필요없어요. 읽어주시면 그걸로 족해요. 이렇게 털어서 너무 속 시원해요. 사실 털어놀 사람이 없었거든요 :) 진짜로 내가 이렇다라고 말해주고 싶을 사람이 없어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