빨간 매직이 미팅 날짜를 표시할 때마다
마치 피로 쓴 거 같아
쓰러지기 전 수혈이 필요했다.
붉은 글씨로 기억해야 할 숨 가쁜 날들만큼
진정 뭘 좋아했는지 잊을 거 같은 시기였다.
아름답지 못한 달력을 넘기며 나의 가을을 미리 진료한다.
희뿌연 빛의 가루가 세월 속에 눈부시거나
되려 어둠이 짙어 놓친 것들
그 빈자리에 생긴 멍울은 어떻게 치료해야 하는지
계획부터 세워 본다.
견딜만하다고 너무 혹사했구나.
이제 그 빈자리에 날 위한 나 자신의 추억을 담아내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