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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는 놀이터 관리인일 뿐이다.
게시물ID : sisa_173838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개념차고싶어
추천 : 0
조회수 : 244회
댓글수 : 0개
등록시간 : 2012/02/25 15:54:03

요즘 아파트 단지 안에서 모래로 가득한 놀이터를 찾아보기란 정말 쉽지 않다. 내가 어렸을 때만 하더라도 동네 아파트 단지에 가 보면 쉽게 볼 수 있는 것이 모래가 가득한 놀이터였다. 하지만 모래관리의 어려움과 위생상의 문제로 인하여 말랑말랑한 고무나, 스펀지 같은 것들이 놀이터의 모래 바닥을 대신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더 시간이 흐른 후에는 더 이상 놀이터에서 어린아이들이 뛰어노는 모습조차 찾아보기 힘들어 졌다.

90년대, 10대 미만의 시절만 떠올려 봐도 놀이터에 대한 추억이 참 많다. 그네를 타고, 다람쥐 통에서 빙빙 돌다가 어지러워 쓰러지기도 했으며, 두꺼비 집을 만들겠다고 어머니의 물 조리개를 훔쳐온 적도 있었다(흙이 젖어야 두꺼비 집이 잘 만들어진다.).

 놀이터는 아이들에게 있어서, 그리고 어른들에게 있어서도 정말 필요한 공간 이었다. 그 시잘 맞벌이 하는 부부에게 유아원이나 아이돌봄 서비스 같은 것은 있지도 않았으니 말이다. 

하지만 시간이 흘러 세상이 무서워지고, 세상의 힘듦에 자신의 아이들을 더 소중히 기르고 싶던 어른들의 마음은 놀이터에서 모래가 사라지고, 아이들이 사라지게 만들었다. 아이들은 유치원이 끝나면 보육원이나 유아원으로 향하고, 어른들은 더 늦은 시간까지 일을 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유치원도, 보육원도, 유아원도... 더 이상 안전지대가 되질 못한다. 뉴스에서는 ‘아동 성취행’이라는 헤드라인 기사로 뉴스를 내보낸다. 어른들은 불안하기만 하고 이제 어디에 우리 아이를 맡겨야 할지가 고민이다.

 우리 정부도 그렇다. 더 이상 놀이터를 만들려고 하지 않는다. 만들더라도 바닥에 시멘트를 깔고 고무를 깔아 놓고, 공간 가득 놀이시설을 채워둔다. 거기다 가끔은 입장료도 받는다. 관리비 명목이란다. 아무튼 이런 놀이터를 찾는 기업도, 청년도 그리 마음이 편하지만은 않다. 놀이터에 막상 들어와도 놀 거리가 마땅치 않다. 먼저 들어와 재미있는 놀이기구를 차지한 덩치큰 녀석들이 너무도 많다. 그들은 그들끼리만 친하다. 거기다 관리감독 정부아저씨도 놀이터를 자주 찾고 돈도 많이 내는 그들을 좋아한다. 단골이라며 돈도 가끔 깎아준다. 새로 들어온 기업과 청년은 놀 곳이 없다. 서로 어색하고, 불편하기만 하다. 다른 놀이터로 가고 싶지만 요즘 아이들이 놀이터를 잘 찾지 않아 갈만한 놀이터가 없다고 한다. 많은 아이들로 가득찬 놀이터는 더 이상 재미있는 곳이 아니다. 덩치큰 녀석들이 밉고 관리인 정부아저씨도 밉다. 돈까지 내고 들어왔는데 놀기는커녕 저렇게 아이들이 독점하고 놀고 있는데도 가만히 있으니 말이다. 분통이 터진다. 그래서 놀이터를 나가기로 한다. 한명, 한명 그 자리를 떠나서 집으로, 그리고 거리로 나선다. 혹여 집이 좀 산다는 친구는 보육원이나 학원으로 향한다. 재미없다. 더 이상 놀이터는 놀이터가 되어주질 못한다.

나는 정부가 해야 할 일이 ‘판’을 까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장판하나만 깔아놔도 할 놀이가 많고, 모래만 깔아놔도 할 놀이가 많으며, 운동장을 만들어 놓으면 더더욱 할 것들이 많아진다. 이렇게 정부가 ‘판’을 깔고 그것을 자유롭게 사람들이 이용할 수 있도록 만들어야 한다. 그 안에서 어떤 놀이를 어떻게 하든지 말이다. 그것이 시장과 기업과 청년들의 몫인 것이다. 그러다 다치거나 놀이에 잘 끼지 못해 주변을 맴도는 아이가 보일 땐 그들에게 다가가 이야기를 들어주고 도와주어야 한다. 이것이 복지다. 

그런데 현 정부는 전혀 이상한 길을 가고 있다. 한 개의 놀이터, 혹은 운동장이 꽉 차서 더 이상 아이들이 놀 수 없는 장소가 되어버려도 새로운 놀이터나 운동장을 만들려고 하지 않는다. 그리곤 가득 찬 운동장에서 여러 명이 놀 수 있게 한다며 이리저리 뛰어다니며 선을 긋고 놀이를 제재한다. 사람들의 원성이 높아진다. 그래도 정부는 놀 수 있을 거라고 한다. 

좁아터진 운동장과 놀이터에 돈을 들여 이것저것 시설을 가져다 채운다. 더 비좁다. 더 답답하고, 짜증난다. 그래도 몇몇은 그 놀이기구에서 놀 수 있어서 났단다. 그건 소수에 불과한데 말이다. 

그러다 시간이 지나자 사람들은 나가겠다고 한다. 그러자 정부가 잡는다. ‘이제 곧 새로운 놀이기구가 또 들어올 거야. 조금만 기다려.’라고 하며 말이다. 몇몇은 아직도 그 말을 믿는다. 그래서 기다리기로 한다. 그리고 다른 몇몇은 더 이상 그 말을 믿지 않는다. 그래서 입장료로 받은 돈을 내놓으라고 한다. 그랬더니 정부는, ‘그 돈으로 놀이기구 샀어. 그러느라 빚까지 졌는걸.’이라고 대답한다. 기가막히고, 코가막힌다.

 판을 더 이상 만들지 않는 정부는 보모밖에 되질 않는다. 새로운 시도와 새로운 도전이 없어서 실패하고 좌절하는 것은 비단 개인이거나 기업만이 아니다. 정부 또한 충분히 그럴 수 있다. 세계는 더 이상 앞길을 제시하지 않는다. 세계에서 손에 꼽히는 경제 부국이 되었으면 이제 우리가 앞길을 제시하는 선구자가 되어야 하지 않겠는가. 
 국민들은 놀이터 관리인의 말을 더 이상 믿지 않는다. 관리인은 더 이상 주인행세를 해서는 않된다. 갖은 꼼수로 국민들의 귀를 현혹시키지 마라(복지예산 5년간 최대 340조원) 그런 꼼수에 넘어갈 만큼 국민들의 신뢰가 남아있질 않다. 
 새로운 판을 꾸밀 때가 왔다. 새로운 판에서 새로운 산업과 기업들이 생겨나고, 새로운 복지와 사회가 만들어져야한다. 12년 2월 24일 오전 10시~12시까지 진행한 정책토론회에서 들었던 말이 생각난다. ‘최고의 복지는 일자리 창출 아니겠습니까.’
 내가 생각할 때 최고의 복지는 ‘기회’의 제공이다. 실패하더라도 일어설 수 있고 다시 한 번 해볼 수 있는 ‘기회’ 말이다. 옛날 기회의 땅, 꿈의 땅이라 일컬었던 미국이 있었던 것처럼 우리에게도 ‘기회의 20대’. ‘기회의 30대’, ‘기회의 50대’라는 말들이 생겨나고 만들어 졌으면 좋겠다. 좌절하더라도 꿀 수 있는 꿈들이 있도록 말이다. 보편적 복지의 길은 돈 쏟아 붓기가 아니라 보편적 기회의 제공과 완전한 순환형 복지의 완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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