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는 2008년 1월. 자대 배치를 받으면서 첫 취침 시간, 낼모래 집에가는 왕고는 레드썬, 쌍말인 투고가 저에게 묻더군요. "어이 아쎄이! 너 코고냐?" "이병 0 0 0. 네... 코곱니다..." 이 짧은 대화 후에 소대 선임들의 표정은 하나같이 굳어졌고, 저는 매번 취침시간 마다 코를 골면 잠에서 깨야만 했습니다. 그리고 기상후엔 무한 갈굼을 먹었고, 고참이름, 간부이름,간부차량, 훈련소에서 배우지 못한 10대 군가의 일부를 배우는 것은 정신 없는 맨붕의 연속 이었습니다. 2주 신병대기 기간이 끝나고 막 위병근무 들어갈때, 사건은 터졌습니다. 가장 애매한 시간인 새벽 3시~4시반 근무인 말전 근무에 투입되었죠. 긴장을 하고 잠들었는데, 누군가가 저를 깨우더군요. 재빨리 관등성명을대고 근무자 복장으로 갈아입고 행정반으로 가서 총기를 꺼냈습니다. 하지만 시계는 1시 반을 가리키고있었고, 10분 전교대 매너 라는 전통이 있어서 때마침 근무교대자들이 당직인솔하에 복귀하더군요. 당직이 저를 보더니, "아쎄이, 몇시근무야?" "이병 0 0 0! 세시 반근무입니다!" "근데 벌써왔어? 불침번 불러봐." 그때 불침번은 저보다 8개월 선임이었고 그 선임은 저를 깨운적이 없다고 하더군요. 어떻게 된 영문인지 모르는 저는 어리버리 멀뚱멀뚱 서있게 되었고, 당직부사관 형님이 뽀글이 하나 만들어 주더군요. 감사하게 먹고나서 담배한대 얻어 피고 사수가 일어나자 근무에 투입해 첫근무 퀘스트를 무사히 수행했죠. 그날 아침식사후, 흡연장에서 2개월 맞고참이 말하더군요. "0 0 0 상병(투고)님이 너 코골아서 배게 후려쳤는데 너 옷갈아입고 근무나가더라?" 그리고 그는 계급이 계급인지라 말리는 것 조차 눈치가 보이더라고 하더군요. 그땐 정신 없었지만 지금 술자리에서 꺼내면 "ㅋㅋ 병신" 할수 있는 좋은 안주거리가 되더라구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