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일일읽's comment :
"어째서 위대한 기업조차 실패하고 쓰러지는가?"하는 질문에 본격적으로 답하는 책입니다. 사람들에게 널리 사랑 받거나 또는 미움 받는 일류기업들의 동향에 관심 많으신 분들께선 흥미롭게 읽을 수 있는 책입니다. 또한 일선의 경영자나 장차 어느 방면으로의 시장에 뛰어들겠다는 야망을 지닌 분들께선 반드시 읽어보아야 할 책입니다.
이 책은 경쟁력 확보에 애썼고, 고객의 요구에 기민하게 대응했으며, 새로운 기술에 공격적으로 투자했음에도 시장 지배력을 상실한 초우량기업들에 대한 이야기다.
이 책은 그리 얇지 않음에도 쉽고 빠르게 읽히는데, "위대한 기업이 망할 이유가 없어보이는데도 망하는 것은 어째서인가"하는 질문에 대한 저자의 논문들의 결론 부분을 간추린 내용들로 구성되어 있기 때문이다. 각종 연구에 대해 그 전제 이론과 설계 과정을 간략하게 설명하면서 그 흥미로운 결론을 향해 독자들을 끌어들인다. 이미 경영학계의 고전 중 하나로 자리 잡은 이 책을 신뢰한다면 결론 부분만 읽어도 얻을 것이 많을 것이다.
... 모든 실패 사례들에는 공통점이 발견되는데, 가장 발전하던 시점에 기업들은 자신들을 실패로 몰아넣을 결정을 내리고 있었던 것이다.
그 이유는 좋은 경영 그 자체였다. 경영자들은 으레 그렇게 해야 한다는 식으로 기업들을 경영했던 것이다. 기존기업의 성공에 핵심적인 역할을 했던 의사결정과 자원배분 프로세스(고객들의 말을 주의 깊게 경청하고, 경쟁자가 취한 조치를 면밀히 주시하고, 고성능에다가 높은 이익을 내는 고품질 제품을 설계하고 제작하는 데 자원을 투자하는 등)가 바로 파괴적 기술을 거부하는 프로세스이다. 위대한 기업들은 이러한 프로세스에 집착하다가 파괴적 기술 변화에 직면했을 때 흔들리거나 실패했다.
이 책은 기업 경영에 전혀 새로운 차원의 '맥락'이 존재한다는 것을 밝혀내고, 나아가 기존의 기업 실패에 대한 인식을 뿌리부터 뒤집어 버린다. 그 새로운 차원의 맥락이란 이 책에서 처음으로 말하는 '파괴적 기술'- 와해성 혁신으로 번역하기도 한다 -이다. 이것은 기존의 '존속적 기술'과 크게 다른데, 이러한 차이로 인해 경영상에 접근하는 방식도 크게 달라질 수 밖에 없으며 이러한 차이를 무시하는 기업은 망한다는 것이다. 특히 의미심장한 부분은 리더십에 대한 부분이다. 존속적 기술을 내세우는 기업에서는 반드시 강한 리더십이 요구되지 않아도 좋은 성과를 거둘 수 있지만, 파괴적 기술을 내세우는 기업에서는 리더가 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그러므로 뛰어난 기업이 실패하는 경우는 존속적 기술과 파괴적 기술의 차이점을 인지하지 못하여 그에 맞는 전략을 수립하지 못했기 때문이지, 결코 방만하고 부실한 경영으로 인한 것이 아니었다는 것이다. 그들은 어리석지 않았다.
(이 책의) 시도가 낳은 가장 중요한 결과는 더 이상 부실한 경영을 기업 실패의 근본원인으로 여기지 못하게 만들었다는 사실일 것이다.
그리하여 이 책은 모든 문제는 맥락에서 기인하는 것이라는 근본적인 통찰에 도달한다. 이 지점에서 이 책은 경영학 서적의 범주에 갖히지 않게 되고 인간사 전체에 대한 통찰력 있는 메시지를 준다는 점에서 흥미롭다. 특히 이 책은 주석조차 흥미로운데, 여기서 맨 밑에 인용하는 구절도 주석에 있는 내용이다.
나는 인생에서 가장 유용한 통찰 중에 많은 통찰들이 종종 아주 간단하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이 책에 들어 있는 많은 통찰들도 역시 마찬가지이다. 원래 그것들은 어느 정도 반직관적인 것처럼도 보였으나 내가 이해하게 된 바에 따르면 이 통찰들은 단순하고 분별 있게 드러났다.
우리가 세상이 돌아가는 방법을 규정하는 물리적이고 심리적인 법칙을 이해하고, 그러한 법칙에 화합하는 자세를 취할 때 가장 효과적으로 우리의 힘을 발휘할 수 있다는 인식은 물론 이 책에서 처음으로 나온 것은 아니다. ..... 좀 더 심각하게 생각해봤을 때 생산적인 삶을 영위하기 위해서 더욱 강력한 자연과 사회와 심리학적 법칙과 조화롭게 행동하고 싶다는 우리의 욕구는 많은 저서들에 나오는 중심적 주제이다. 특히 고대 중국의 고전인 『도덕경』에서 그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