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헌절에 생각하는 함무라비 법전[이채훈의 인문학 생중계]이채훈 한국PD교육원 전문위원(전 MBC PD)승인2014.07.16 16:38:14............................. 우리 사회는 왕권신수설의 원조라 할 함무라비 법전의 시대보다 나은가? 꼭 그렇다고 주장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통치자가 법 위에 군림하며 국민들에게만 엄격한 법의 잣대를 들이미는 행태가 요즘도 심심찮게 눈에 띈다. 이를 ‘법치주의’라고 강변하는 건 무지의 고백이자, 유체이탈 화법의 극치다. 법치주의는 누구도 거스를 수 없는 대세가 됐지만, 일부 권력자에겐 왕권신수설이 여전히 달콤한 유혹이다. 이 유혹을 잘 참고 법대로 하는 건 그나마 옛날에 비해 발전한 모습이다. 세월호 책임을 묻는 성명을 낸 교사들, 거리를 점거하고 청와대로 가자고 외치는 시민들, 대통령이 지명한 총리 후보자를 비판하는 언론인들, 이 미운 자들을 몽둥이로 패는 대신 법에 따라 처리하려는 태도는 권력자 입장에서 보면 대견할 것이다. “얼마나 민주화된 세상인가….” 권력자는 자기에게 유리한 법을 만들고, 법 조항을 입맛대로 골라 적용하고, 법을 집행하는 자리에 자기 편 사람을 ‘합법적’으로 앉힌다. ‘법치주의’의 발전과 나란히, 법의 허점을 이용해서 사익을 챙기고 교묘한 법 적용으로 법체계를 무력화하는 테크닉이 무척 발전했다. 함무라비 법전은 공적인 거짓말을 엄하게 다스렸다. “법정에서 위증한 사람은 사형”이었다(3조). 위증은 사회 전체의 신뢰, 그 뿌리를 흔드는 극악한 범죄로 간주한 것이다. 함무라비 시대라면 청문회에서 거짓말을 한 문화부장관 후보자도 사형이다. “사형에 해당하는 죄로 다른 사람을 거짓 고발한 사람은 사형”이다(1조). 인혁당 사건을 조작하여 무고한 사람을 죽음으로 몰아넣은 검사들도 모두 사형이다. 박정희 · 전두환 시절 고문으로 가짜 간첩을 양산하여 사법살인을 저지른 뒤 청와대, 국회에서 출세가도를 달리는 판검사들도 모두 사형이다. 이들은 자기 행위가 사회 전체에 얼마나 끔찍한 해악을 미쳤는지 전혀 생각을 못한다. 작은 거짓이 쌓이고 쌓여 상식과 진실을 뒤덮어버렸는데, 정작 본인들은 이 사실을 깨닫지 못한다. 이들을 잡아서 사형시키자면 나는 물론 반대할 것이다. 죄는 밉지만 인간은 미워하지 말자는 쪽으로 사법제도가 발전해 오지 않았는가. 사형제를 폐지하자는 쪽으로 인간 이성이 모아지고 있지 않은가. 교화가 불가능해 보여도 살려놓고 대화하는 게 옳을 것이다. 함무라비 법전은 “허술하게 지은 집이 무너져서 사람이 깔려 죽으면 그 집을 지은 사람을 사형에 처한다”고 했다. 이 원칙에 따르면 1995년 삼풍백화점 붕괴 사건이나 올 초 경주 마우나오션 붕괴 사건의 책임자는 사형이다. 사형제에 찬성하지 않지만, 엄격한 처벌 규정이 있었기에 함무라비 시대에는 엉터리 건축이 발붙이지 못했을 거라는 생각이 든다. 세월호 참사 진상 규명과 특별법 제정이 난항을 겪고 있다. 함무라비 법전은 ‘눈에는 눈, 이에는 이’ 원칙에 따라 “남의 자식을 죽게 한 자는 그 자식을 사형에 처한다”고 했다. 책임자들을 가려내서 그 자식을 사형에 처하자는 얘기는 물론 아니다. 어린 생명들의 무고한 죽음에 대해 조금이라도 책임감을 느끼고 아파해야 마땅하다는 것이다. ............................... |
출처 | http://premium.chosun.com/site/data/html_dir/2013/11/22/2013112200088.html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