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변에 결혼선배님들이 남편은 돈 벌어오는 기계, 그냥 아이아빠 역할만 잘해주면 땡이다~
(반대로 와이프 친정가면 아싸하며 기뻐하던)그렇게 이야기할때 왜 사랑해서 결혼한 사람들이 그렇게 원수처럼 지낼까 이해가 안됐어요.
지금 아기가 9개월인데 이제 조금 어렴풋이 알 거 같습니다.
삶에 치여, 사는거에 급급해 그렇게 변해간다는 걸.
저는 30대 후반(38살) 이구요. 작년에 아기를 낳아 이제 9개월이에요.
노산인데다 워낙 활동적이었던 터라 아기 낳고 우울증이 심하게 왔어요.
가을에 낳아서 겨울내내 갓난아기와 집에 있었는데 유리창 너머로 지나가는 사람들만 봐도 눈물이 나고, 2~3시간에 한번씩 깨는 생활을 몇 달을 하니 죽기 직전이더라구요. 제왕절개로 몸은 진짜 너무 아팠구요. 배를 찢으니 허리가 펴지지 않는걸, 응가하려 배에 힘주는것도 안된다는걸 첨 알았어요
남편은 너무 바쁜 사람이에요. 워낙 일이 많은 회사인데, 점점 인력이 줄어서 더욱 더 일이 많아지고 있어요. 9시에 들어오면 너무 빨리 와서 감동이고 예사로 12시에요.
그런 사람이 아기 백일까지는 제가 부탁해서 일찍 9시까지 와줬어요. 저 밥먹고 목욕 좀 하고싶어서요. 지금도 그때 제가 일찍 오라해서 너무 힘들었다고 뭐라해요. 진짜 힘들었겠죠. 사람도 못 만나게 했다고 뭐라해요. 전 그때만큼은 아기랑 저 위주로 살기 바랬는데 그게 자기를 너무 구속하는거 같아 화가 났나봐요. 지금도 두고두고 그때 사람 못만나게한거 얘기해요. 퇴근하고 한시간도 커피한잔 못마시게 했다고. 밤9시 퇴근인 사람이 8시에 퇴근해 한 시간만 그 사람보고 오겠대요. 전 그 한시간 일찍 나올 여유가 된다면 날 위해 와달라는 거였고.남편은 그거부터 쌓였나봐요.
지금은 저는 집안일과 아기육아 전반적인거 다 해요.
남편은 매일 10~12시 퇴근이니 주중엔 아기깨어있을때 못오고, 주말에 아기이유식 만들어주고 분리수거해줘요.
제 불만은 조금 여유있는 회사로 연봉 줄여서라도 옮기고 나와 아기와 보낼 시간이 늘었으면 하는 거에요. 지금은 주말에 잠만 하루종일 자야하고 그래도 피곤하고 힘들어하는 수준이에요. 쉬는 시간 생기면 자기 개인 취미(오유보기)해야하니 저랑 아기랑 보낼 시간은 또 없어요. 얼마나 한다고 하시겠지만 하루종일 해요. 눈뜨면 이미 컴터앞이고 밤에 집에 들어오면 저랑 인사하는둥마는둥 이미 컴터 앞이에요. 그렇게 평일에는 1~2시간(11시에 들어와 2시간만 해도 새벽1시에요). 주말에는 기약없이 해요. 남편은 취미가 그거라는데 본인 몸 상해서 골골대며 일은 일대로 많아 죽겠다는 사람이 그렇게 몇 시간씩 인터넷하며 잠도 안자는데 이해가 안돼요.
그러면서 담배도 펴요. 아기 태어나기 전엔 끊더니 오히려 지금은 피고 있네요.
매번 힘들다 피곤하다 하며. 그래서 제가 불만을 말하면 제가 언제나 남편한테 최선만을 요구하는 여자래요. 자기는 노력하고 있는데 내가 더더더더~만 외친다고. 만족을 모른다고.
저는 독박육아가 힘들어 같이 하고싶다는건데. 같이 아기 좀 봐달라는 건데.
그게 그렇게 무리인가봐요. 당장 회사가 빡빡하니. 관리부서에 있는데 입사할땐 5명이었는데 지금은 3명이에요. 그 인원으로 돌리니 안그래도 많던 일 더 심해진거죠.
그래서 옮겼으면 해요. 이렇게 무식하게 일 시키는 회사말고 좀 더 인간적인 회사로요. 남편은 그거조차 다 제 욕심이래요. 그런 회사 만나는거 쉽지 않다고. 그냥 연봉많이 주는 회사인 것만으로도 감지덕지하다고. 울나라 회사들 일만 죽도록 시키고 돈도 얼마 안 주는 회사 많으니깐요.
그냥 저는 집에서 아기보며 불만만 많은 여자가 됐고, 남편은 그만 좀 자기한테 요구하래요.
회사일 열씨미 하는데 너마저 왜 힘들게 하냐 이거죠.
이래서 다들 아기 안낳고 싶은가봐요. 부부가 같이 아기를 키운다는건 그냥 환상이고 신기루에요.
우리나라에선 아빠는 죽도록 일만 하고 그래도 욕먹는 불쌍한 존재이고, 엄마는 죽도록 아기 키우며 내 인생이 다 사라지는 사람인거에요.
왜 선배님들이 남편을 돈 벌어오는 기계라 하는줄 알겠어요.
그렇게라도 기대치를 낮춰야 제 맘이 덜 아프니깐요.
지금은 남편한테 바가지 긁는 여편네, 아기 혼자 다 키우는거같이 징징대는 여편네가 됐어요.
순하고 착한 아기인데 왜케 힘든지 모르겠네요.
남편 퇴근 후에 같이 밥도 먹고 집앞 공원도 산책하고 아기 웃음소리 같이 듣는게 이리 큰 욕심인 줄 몰랐어요. 이래서 헬조선인가봐요.
이렇게 괴로운데 결국 해결책은 제가 그냥 남편을 포기하는 거밖에 없는게 슬프네요.
참고로 저 육아휴직 중인 공무원이고 남편 연봉은 8천정도입니다(영원히 전업맘은 아니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