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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홍구씨의 특강에서 웃겼던 부분~
게시물ID : sisa_25888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Ω
추천 : 8/5
조회수 : 238회
댓글수 : 2개
등록시간 : 2006/12/16 22:31:16
그외에도 금기가 엄청나게 많았습니다. 예를 들어 지금은 국민가요인 <아침이슬>도 
당시에는 금지곡이었습니다. 왜 금지되었을까요?
가사 중에 "태양은 묘지 위에 붉게 타오르고"라는 대목이 있습니다.
<아침이슬>이 나온 건 1970년이에요. 유신이 일어나기 전입니다. 
유신과 금지곡이 된 것 사이에 무슨 상관이 있느냐. 태양은 뭡니까?
민족의 태양? 민족의 태양은 뭐예요. 김일성을 의미한다는 겁니다.
묘지? 감히, 대한민국을 묘지에다 비유해? "태양은 묘지 위에 붉게 타오르고" 
이것은 바로 김일성에 의해서 대한민국이 적화되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다. 
이렇게 된 것이지요. 
해석은 자유지만 그렇다고 "태양은 묘지 위에 푸르게 타오르고" 
이렇게 노래할 수는 없는 것 아닙니까.

<행복의 나라로>의 한대수를 아시지요? 요즘 텔레비전에도 나오는 히피 아저씨. 
그 당시에도 히피였습니다. 저는 한대수를 텔레비전에서 처음 본 게 2000년대 들어서였습니다. 
제가 아주 어렸을 때 나왔다가 텔레비전에서 쫓겨나고 방송에는 전혀 얼굴을 내밀 수 없었고, 
그리고 미국으로 가버렸거든요. 
그러면 <행복의 나라로>는 무엇때문에 금지곡이 되었을까요? 
"나는 행복의 나라로 갈 테야."
그 당시 북쪽에서는 지상낙원이라고 했습니다. 
그러니까 두 가지 의미예요. 
"너 북으로 가는 거야? 그런 거야?"(청중 웃음) 아니면, 
"야 이 놈의 자식아, 너 여기서 불행해? 여기가 바로 행복의 나란데 어디로 간다는 거야?"(청중 웃음) 
이랬던 거지요.

그리고 또 <금관의 예수>라는 노래 아세요? 
"오 주여 이제는 여기에. 여기에 우리와 함께 하소서."라는 가사가 나오는 노래예요. 
고통받는 사람들이 예수를 기다리며 노래하는 거지요. 
"오 주여 이제는 여기에. 여기에 우리와 함께 하소서." 
그거, 그렇게 못 불렀습니다. 
"오 주여 이제는 그곳에. 그곳에 그들과 함께."(청중 웃음) 
왜냐하면 영명한 지도자, 단군 이래 최초로 보릿고개를 없애주신 훌륭한 지도자 밑에서 
민족중흥의 역사적 사명을 띠고 일로매진하는 시대에 무슨 얼어죽을 예수냐. 
주께서 여기에 오셔서 우리와 함께 한다, 이거 말이 안 되는 거거든요.

김추자라는 전설적인 가수가 있었습니다. 참 기가 막히게 노래를 잘 불렀던 가수였어요. 
김추자가 방송으로 사라지게 된 데는 여러가지 우여곡절이 있었습니다만, 
금지곡이 된 노래가 <거짓말이야>입니다. 
"사랑도 거짓말 웃음도 거짓말." 이런 가사가 나오지요. 
김추자는 가창력으로 치면 아마 역대 여자 가수들 중에서 최고가 아니었을까 싶을 정도로 
정말 뛰어난 가수였어요. 
믿거나 말거나지만 박정희 연설이 끝난 다음에 어떤 PD가 그 노랠 틀어줬다고 그러네요.
"거짓말이야 거짓말이야."(청중 웃음) 
그런데 그 노래를 부를 때 김추자의 손동작이 묘했어요. 
그게 바로 간첩에게 보내는 수신호였다는 이야기가 돌았습니다. (청중 웃음) 
상상력이 그런 식으로 왜곡된 거예요.

제가 고등학교 진학할 무렵 송창식이라는 가수가 꽤 유명했습니다.
노래를 발표할 때마다 참 깜짝깜짝 놀랐는데요. 
그에게도 금지곡이 있습니다. <왜 불러>. 
그게 금지곡이 된 이유는 다름이 아니라 장발단속을 풍자했다는 겁니다. 
장발 단속을 할 때 길 가는 사람을 불러세울 거 아녜요. 
이봐 이봐, 하고 부르면 "왜 불러, 왜 불러"하고 도망을 친다 이거지요. 
모든 것이 금지되었어요. 
그래서 나온 노래가 뭐냐면 <고래 사냥> 같은 거예요. 고래 사냥, 꿈을 꾸는 거잖아요.
"동해 바다에 예쁜 고래 한 마리." 그랬더니 그것도 금지시켰지요.
발칙하다고. 쓸데없는 꿈 꾸고 있다고. 
"고래가 예뻐? 네가 봤어?" 허위사실 유포지요. (청중 웃음) 
이런 발칙한 노래를 부른 놈들은 뭔가 딴 짓을 할 거야. 
그래서 단속한 게 뭡니까? 대마초지요. 
지금 대마를 합법화하자는 논의도 있습니다만, 
역사 공부하는 사람으로서 적어도 한 가지는 분명하게 말씀드릴 수 있습니다. 
1973,74년까지, 적어도 유신 이전까지는 대마가 처벌 대상이 아니었습니다.

**2005년 한겨레 특강 중 한홍구님의 강연 <과거를 푸는 상상력>중
 

..책을 읽으면서 한홍구님의 강연을 어찌나 재밌게 읽었던지..
사실 이 부분도 심각하거나 진지하기보다 가볍고 재밌었는데
딱 떼어서 올려놓고 나니 좀 뻘쭘..; 
..이 책을 읽고 나서 이 분이 쓰신 대한민국사를 읽어야겠다고 생각했더랬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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