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듣고 싶은 이야기부터 전해드리겠습니다.
이 영화는 확실히 종교적인 색채를 띠고 있습니다.
게다가 큰 뼈대는
성경의 "노아의 방주" 이야기와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영화는 무척이나 매력적입니다.
일단 처음부터 이 이야기는 판타지적인 모습을 강조하고
새로운 세계를 창조합니다.
새로운 설정부터 새로운 인물까지도요.
그리고 "노아의 방주" 이야기를 살짝 살짝 비틀며
흥미거리를 제공합니다.
그 흥미거리는 영상미부터 액션, 갈등까지 이끌어 나가는
중요한 요소로 확실하게 나아갑니다.
그리고 이 판타지적인 면모는 초반의 몰입도를 확실하게 견인합니다.
인물들의 연기력도 흠잡을 데는 없습니다.
이 정도까지 했으면 솔직히 성경적인 면을 찾기보다는
"나니아 연대기"처럼 판타지물로 봐도 무리는 없을 것 같습니다.
("나니아 연대기"는 성경에 기초한 판타지 물입니다.)
영상미도 뛰어납니다.
계시를 받는 장면부터 홍수에 고통스러워하는 사람들까지
선명하고도 아름다우며 날카로운 샷들과 씬들도 눈길을 끕니다.
전작 "블랙스완"으로 이미 확실히 자신의 기량을 보여준
감독 대런 아로노프스키는
연출력면에서도 떨어지는 모습을 보여주지 않고
이야기를 걸리는 것 없이 매끄럽고 효율적으로
잘 풀어 나갑니다.
개인적으로 가장 흥미를 끈 것은
노아가 신이 세상을 창조해내가는 과정을 설명하는 장면인데
이 장면은 가히 이 영화의 백미라고 할 정도로
압권입니다. 영상과 스토리에서 완전히 눈을 사로잡지요.
세기말적인 분위기도 굉장히 마음에 들었습니다.
그래도 이 영화의 단점은 충분히 파악될 정도로
눈에 띠게 나타납니다.
감독은 아쉽게도
캐릭터들을 충분히 소화하지 못합니다.
전체적인 이야기의 중심은 노아로 설정되어
주변의 인물들과 갈등을 겪지만
그 갈등 속에 있으면서도 충분히 다뤄지지 않는 캐릭터도
존재합니다.
게다가 가끔씩 씬이 너무 익숙해 보이기도 합니다.
동물들이 방주에 타는 장면은
조류의 무리 빼고는 너무 식상해서 놀랄 정도였습니다.
더불어서 포커스가 잡히지 않는 상태로 무리하게
전체적인 조경을 보여주려다가 모든 샷 자체가
뭉개져 보이는 초유의 사태까지 발생하며
군데군데 CG티가 너무 나는 장면들도 있습니다.
그리고 항상 마음에 들지 않는 점이, 300:제국의 부활에서도 그러지만
배우들 모두의 얼굴이 왜 그렇게 뽀샤시 한지 모르겠습니다.
마지막 무지개도 너무 연출이 유치하다고 생각되구요.
그리고 마지막으로
이 영화의 가장 큰 장점이자 단점인 양날의 검
종교적 색채 입니다.
처음부터 말했다시피
이 영화는 다분히 종교적 색채를 띠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 색채를 버릴 생각도 하지 않고
노아의 갈등 속까지 포함시켜 버리죠.
그 갈등은 종교적 논쟁이 될만한 요소입니다.
하지만 이 이야기의 모티프 자체가
성경에서 나오는 "노아의 방주"를 차용했으니
이 종교적 색채는 끝까지 유지 됩니다.
결국 이 점에서 영화를 보는 모든 이들의 호불호가 갈리게 되는 것이죠.
(크리스트교에 대해서 반감이 있더라도) 이 영화를 잘 만든 세기말 영화로도 볼 수 있습니다만
크리스트교 자체에 반감이 없더라도 이 영화의 종교적 색채에 거부감을
느낄 사람은 있을 것 같습니다.
그만큼 호불호가 갈린다는 뜻이죠.
그럼으로써
이 영화는 비극인지 희극인지 누가 악이고 누가 선인지
정하는 것은 관객들의 몫이 되버립니다.
에반올마이티를 기대하고 가시면 안됩니다.
이 영화는 처음부터 끝까지 웃음기가 거의 없으니까요.
전작의 "블랙스완"을 정말 좋아하고 명작으로 치는 저지만
이 영화는 그것까지는 미치지 못할 것 같습니다.
명작까진 아닐 것 같고 수작쯤으로 저는 생각합니다.
그리고 전 더글러스 부스의 순대입술이 정말 싫네요.
기억에 남는 대사
"불은, 모든 걸 태워버리지만, 물은, 씻겨내려줍니다."
p.s
이 영화로부터 제발 종교적 분쟁이 없었으면 좋겠습니다.
하지만 있겠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