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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업] '종북'에 대한 고찰 - 매카시즘적 사유의 근원에 대해
게시물ID : sisa_258958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무명논객
추천 : 6/3
조회수 : 485회
댓글수 : 3개
등록시간 : 2012/11/27 14:31:36

이 글을 너무 늦은 새벽에 올려서 그런지 조회수도 낮고, 많은 분들이 보지 못하신 것 같아 조금 아쉬움이 남네요.


그래서 다시 올려봅니다. 더 많은 분들이 보고, 많은 반응을 기대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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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게가 박근혜 단독 섹..아니 토론의 후기로 떠들썩하네요. 이 와중에 전 뜬금없는 글 하나 내놓아 봅니다.


일전에도 썼을거예요. '종북이요? 너네나 잘하세요'라는 제목의 글로, 종북에 대한 보수담론을 깠었죠. 이번 글에서는 조금 깊이 있는 논증을 해보려고 합니다. 문헌 좀 참고하려고 했더니, 참고할 만한 게 없더군요 -_-.. 그래서 그냥 제 머릿 속에서 나온 망상글로 적어봅니다.


먼젓번 글에서, 저는 종북의 "실재"는 증명할 수 있으나, 그 "실체"는 불분명하다, 즉 분리, 구분, 제거가 가능한 어떤 명확한 경계선이 없기에 '실체'를 증명할 수 없다고 주장했어요. 이것을 좀 더 깊이 있게 발전시켜보려고 합니다.


1. 경계선이 '명확'한가?


우익색히들은 늘 '진보'와 '종북'을 구분해야 한다고, 자신들이 '종북세력'이라 비난할 때는 진보를 공격하는 게 아니라고 변명해요. 옳아요. 원칙적으로는. 그런데 이런 사유에는 함정이 있어요. 무슨 함정이냐? '종북'과 '진보'의 경계선을 그을 수 있는 명확한 경계선이 존재하는가? 라는 질문입니다. 다들 아시다시피, 그 경계선이 매우 불명확해요. 흔히들 이야기하는, '진보가 전부 종북은 아니지만, 종북은 진보이다'라는 주장은 그 경계선이 매우 모호하며 언제든 서로 침범할 수 있는 영역을 지니고 있음을 반증해주고 있어요. 경계선이 희미하니, 때때로 그 둘의 구분 자체가 어려워지는 혼란이 발생해요. 우익색히들이 "종북세력"이라며 비난하는 것에는 비록 자신들은 '종북과 진보를 구분한다'고 변명하겠지만, 실제적으로는 진보진영 전체에 대한 매도급의 공격이 될 수 밖에 없어요. 그들이 주장하는 '진짜 진보'라는 개념도 웃기는 짬뽕이지만..


2. 지시 대상이 투명한가?


'종북'이라는 단어는 분명하게 어떤 '대상'을 지칭하는 지시적 언어예요. 진보와 종북을 구분해야 한다는 그들의 논법에서도 알 수 있듯, 그들은 자신들의 문법에서 이미 '진보'와 '종북'의 바운더리를 설정해놓고 지시적 언어로 사용되고 있음을 스스로 보여주고 있어요. 즉, 지시적 언어라는 것은 지시하는 대상, 즉 reference가 존재한다는 것인데, 이 reference는 곧 그 '실체'[Substance]가 증명되어야 성립할 수 있어요. 그런데 앞서 말했듯이 경계선이 명확하지 못한 '실재'는 '실체'로 존재할 수가 없어요. 실체란 곧 외형적인 어떤 것, 그러니까 유형적으로 인식, 구분, 분리, 제거, 첨가 따위가 가능한 것을 지칭하는데, '종북'이라는 지시적 언어 자체가 관념에 속하는 개념인지라 그 '실재'는 증명할 수 있을진 몰라도 그것의 '실체'를 증명한다는 것은 불가능에 가까워요. 경계선이 모호한데 무슨 실체? 다시 말해서 '종북'이란 단어가 가지는 지시적 의미는 사실상 그 대상이 불투명함으로 인해서 성립이 안된다는 거예요. 지시대상의 실체가 불분명하니 애먼 사람을 '종북'이라 몰아붙이는 사태가 발생할 수 밖에요.


3. '정의'가 가능한가?


정의, 곧 Definition이 가능한가? 의 물음이예요. "종북이 뭔가요?"라는 질문에, 통일된 대답을 얻기는 매우 힘들어요. '정의'라는 것은 일종의 약속이예요. 그런데 '종북'이라던가, '빨갱이'라던가, '좌좀'이라던가, 이런 단어들은 사회적으로 통용되는 매커니즘적 언어가 아니예요. 단지 '합의가 되지 않은 채 보편적으로 보급된' 언어에 불과해요. 때문에 "주체사상 신봉자"에서부터 시작하여 넓게는 저같은 '공산주의자'마저도 종북으로 몰리곤 해요. 왜? 정의가 불가능하니까, 곧 정의를 자의적으로 해석함으로 인해 그 범위가 광대해질 수 밖에 없어요. 그리고 그렇게 낙인 찍힌 사람에게 내려지는 건 뭐다? 사회적 매장이예요.


4. 사유의 매개물이 존재하는가?


이 질문을 바꿔 말하면, 사유 과정에서 발생하는 보편적 '인식' 과정이 무엇에 의해 진행되느냐 라는 물음이예요. 대개의 사유에서 인식적 작용은 관념이 아닌, 물질, 실체적 object에 의해 이뤄지곤 해요. 그러나 이 '종북'이라는 관념에 대한 사유 과정 속에서는 어떤 object에 대한 인식이 부재해요. 달리 말하면, 사유 속에 오로지 관념 그 자체만이 존재한다는 소리예요. 어떤 object에 대한 인식에 근거한 사유가 아니라, '종북'이라는 '관념'이 불러일으키는 혐오감과 적대감이 사유의 본질이라는 거예요. 관념의 관념화는 우상화를 낳아요. 지금 우리 사회에서 '종북'이라는 단어가 불러일으키는 그 혐오감, 적대감, 단순히 단어가 가지는 그 프로파간다적 성격 뿐만이 아니라, 그 자체로도 '사유'가 불가능한 단어로 자리매김했어요. 우상화라는 것은 곧 사유가 불가능함을 뜻합니다. 


'빨갱이', '종북' 따위의 이제까지 우리 사회를 지배하는 하나의 프레임들의 공통점은 곧 '사유 불가능'을 뜻해요. 매카시즘적 언어는 늘 모호성과 불투명함, 부정확성 등으로 얼룩져 있어요. 이것이 '합리적'인 것으로 받아들여지는 이유는 뭐냐? 그 자체가 사유 불가능적 언어이기 때문이예요. 사유할 수 없으니 합리적인 것으로 포장되는 거죠.


요컨대, 매카시즘적 사유의 토대는 곧 '사유할 수 없음'이 된다는 거예요. 내 참, 이런 색히들이랑 무슨 민주주의를 이야기한다고...


좀 횡설수설한 감이 없잖아 있지만, 너그러이 봐주시리라 생각할게요. 오유인 여러분은 착하니까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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