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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급고개
게시물ID : lovestory_25907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소난스
추천 : 3
조회수 : 645회
댓글수 : 0개
등록시간 : 2008/07/31 18:12:28
동트는 새벽이다
아침을 먹는둥 마는둥 그냥 일어섰다
tv는 신나게 기름값 인상을 알린다
내가 차가 없다는게 이리 즐거울 줄은 몰랐다

안개가 자욱하게 낀 하늘을
그냥 무심하게 쳐다보다
어릴적 하늘이 이랬던가
생각하다
지하철 역으로 들어간다

가판대의 신문들이 보인다
폭도들이 돌아다닌단다
의경들은 죽어나간단다
나는 그냥 스포츠신문을 집어든다
오늘도 박지성은 잘 뛰고 있구나
웃으며 지하철을 탄다

지하철 안은 고요하다
갑자기 사람들의 머리 위에
커다란 추가 보인다

왠지 목이 뻐근하다

어제 술을 너무 많이 마셔서 그런가
그냥 눈을 잠시 붙인다
 
회사에 들어섰다
10시간동안 
살아있는 기계가 된다

제일 친했던 동료는 
고장이 나지도 않았는데 버려졌다
나도
언제 버려질지 몰라 불안하다

회사라는 이름의 공장에서 나온 순간
안도의 한숨을 내쉰다

나는 오늘도 하루를 넘겼다

지하철 좌석에 앉아 집에 돌아간다

아이가 좋아하는 아이스크림을 사러 
수퍼에 들어간다

어릴적
고향집에 갈때마다 할머니께서
손자에게 건네주시던
바밤바는 
어느새 700윈이다

집에 들어오자
애 엄마는 드라마를 보고 있고
아이는 학원에서 살고 있다

거실 한 구석에는 
특목고 진학 도우미라는 책이 놓여있다
애 엄마가 신주단지 모시듯이 하는 책이다

아이가 자러 왔다
갑자기
무슨 말을 건네야 할지 모르겠다

일단 아이스크림을 건넨다
괜찮다고 말하며 냉장고에 집어 넣는다
그리고는 방으로 들어간다

애 엄마는 생활비가 부족하다고 소리친다
나도 어쩔 수 없다
윌급날은 아직 2주일이나 남았다

또다시
월급고개가 찾아왔다


맞다
사랑하는 아들이 18시간을 보내는
학교와 학원에서
우리 집의 생활비를 수거해간다

그래도
아이만 편히 살 수 있다면 괜찮다

뉴스에서
물가가 올랐다니
경제 성장률이 떨어지고 있다니
이젠 들으면 잠이 온다

자러 가야겠다

화장실에서 거울을 본다
아침에 지하철에서 봤던
커다란 추가 있다

눈을 비벼본다
추는 사라졌다

야근을 오래해서 그런가 하고
침대에 누워 잠이 든다

동트는 새벽이다
아침을 먹는둥 마는둥 그냥 일어섰다
tv는 신나게 기름값 인상을 알린다
내가 차가 없다는게 이리 즐거울 줄은 몰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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