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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난이 창문으로 들어오면...
게시물ID : wedlock_2593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상선약수76
추천 : 26
조회수 : 4202회
댓글수 : 32개
등록시간 : 2016/06/18 14:12:11
저는 조그마한 가게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다들 느끼시겠지만 요즘 경기가 많이 나쁩니다.
저도 시작하던 첫해는 반짝 좋았습니다.
그러나 그 후로 고정 단골 덕에 겨우겨우 먹고 살던 중이었습니다.
 
대략 3주전 거래처 직원이 저에게 찾아와서 말을 전했습니다.
좋은 가격에 우리 가게를 사겠다는 사람이 있다는 것입니다.
타지역 사람인데 돈이 많답니다.
머릿속이 복잡해졌습니다.
아무리 계산을 해 보아도 다른 곳에 가서 이 만큼 일으키기 힘든 상황입니다.
그래서 며칠 뒤, 못 팔겠다고 했습니다.
 
그런데 이게 왠 일입니까?
제 가게를 타겟으로 바로 근처에 오픈한답니다.
O레주르나 O리바게뜨가 쳐들어오는 동네 빵집 사장의 심정이 이렇겠다 생각했습니다.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담배,
낮에 틈나면 담배,
퇴근길 아파트 화단에 멍하니 주저앉아 담배,
갑자기 새벽에 깨어 또 담배,
 
아내에게 그 동안의 일을 설명하였습니다.
가게를 넘기기에는 좋지 않은 외부 상황,
그 동안 내가 공들인 가게에 대한 애착,
앞으로 어려운 싸움이 될거라는 등등
조용히 다 듯던 아내의 표정이 어두워졌습니다.
아내한테 미안했습니다.
 
일단 기분 전환을 하고 가족을 더 챙겨야겠다고 마음 먹었습니다.
아이들이 좋아하는 주말저녁 산책도 나가고,
모유수유 끊는 아내에게 삼계탕도 사주고,
웃음을 많이 만드려고 노력했습니다.
.
요 며칠 전 저녁식사 하던 중 아내에게 제가 말했습니다.
“자기야...있잖아....난 피흘리며 쓰러지더라도 웃으며 패배하고 싶어”
 
다음날 아침.
아내와 함께 애들 밥 먹이고, 씻기고, 옷 갈아 입히고, 어린이집을 보냈습니다.
늦은 아침 챙겨 먹은 후 조금 더 자려고 침대에 누웠습니다.
방 문을 열고 아내가 들어왔습니다.
몸 못돌리게 저의 허벅지를 잡고, 얼굴 못 돌리게 턱을 잡았습니다.
저의 눈을 응시하며 아내가 말했습니다.
 
“가난이 창문으로 들어오면 사랑은 대문을 열고 나간다는 말이 있대”
“그게 뭔 말이야?”
“어려운 상황인데 가족한테 신경써 줘서 고맙고 특히 어제 자기가 한 말이 나한테 너무 고마웠어. 내가 남자하나는 정말 잘 골랐네. 자~”
아내가 방을 나갔습니다.
 
속으로야 아내도 많이 걱정할 겁니다.
걱정 감추며 제 편이 되어 힘을 보태준 아내에게,
진심으로 고맙고 감사합니다.
저는 저대로 단골 빼앗기지 않기 위해 최선을 다해 노력할 겁니다.
 
오늘은 지난 번 약속대로,
주말 산보하고 난 뒤 하우스맥주 마시러 갑니다.
출처 우리 부부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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