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물정의 사회학 세속을 산다는 것에 대하여
저자 노명우|사계절 |2013.12.30
사회학자인 저자가 세상의 여러 주제들을 본인의 생각으로 정리해 둔 책이다.
'저자의 생각이 옳다'는 것이 아닌 '나'의 생각, '내'가 바라본 세상이라는 것에 가깝다.
내 주변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사회학적으로, 깊은 사유를 담아 바라보고 싶으신 분께 추천한다.
백문이 불여일견이라고 최근 유행하는 한 이슈와 관련되었다고 생각되는 부분을 발췌하며 마무리한다.
[열광] 꼭지중 발췌
열광하는 군중은 안에 있는 사람과 외부에 있는 사람에게 서로 다른 느낌을 준다.
군중은 개인의 특성을 먹어치우는 괴물이다.
전혀 섞일 것 같지 않던 이질적인 집단들도 군중을 구성하고 나면 놀랄만큼 유사해진다.
빠순이가 되느냐 마느냐의 문제는 이성적이냐 아니냐의 문제도, 성숙했느냐 아니냐의 문제도 아니라, 열광하는 집단 속에 있느냐 외부에 있느냐에 따라 달라진다.
열광하는 집단 속에 있을 때는 누구나 빠순이가 되고, 집단에서 빠져나와 그 집단을 구경할 때는 경멸하게 된다
-중략-
군중은 잠시도 가만 있지 못한다. 군중은 변덕스럽다. 군중은 쉽게 열광하고 쉽게 화낸다.
군중은 어떤 대상에 대해 이미지만으로 쉽게 호감을 느끼고, 그 호감은 쉽게 숭배로 변한다. TV에 출현해 서민적인 모습을 보여준 예비 정치인에 대해 사람들은 쉽게 호감의 감정을 느끼고, 그 호감에 몇 가지 장치만 더해지면 무조건적인 숭배로 변한다.
하지만 그 숭배는 영원하지 않다. 숭배의 대상이 자신의 기대에서 조금이라도 어긋나면 호감은 순간 반감으로 바뀌고 숭배의 감정은 증오로 갈아탄다.
세상에 널린 '빠'와 그 '빠'를 비난하는 '까'는 동일한 군중이다. '빠'와 '까'는 서로를 필요로 한다.
-중략-
타르드는 군중이 서로 시사적인 이슈에 대한 공동의 관심으로 연결되고 그로 인해 여론이 형성될 때 공중으로 변화함을 발견했다.
공중은 물리적인 광장에 모이지 않는다. 공중은 서로 흩어져 있다.
물리적인 근접성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공중은 오합지졸인 군중보다 정신적 밀도가 더 짙다.
"그들 사이에 존재하는 관계는 무엇인가? 그 관계는 그들의 확신이나 열정의 동시성과 함께, 그들 각자가 지니고 있는 의식, 즉 이런 관념이나 저런 의지를 다른 수많은 사람들과 똑같은 순간에 공유하고 있다는 그들 각자가 지니고 있는 의식이다. 그 각각의 개인이 그 다른 사람들을 보지 못해도 그러한 사실을 알고 있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그는 전체로서 받아들여진 그들에게 영향을 받는다"
열광하는 떼거리 군중에 불과했던 사춘기 소녀 팬들도, 그들이 지지하는 아이돌 그룹이 음반심의의 희생자가 되어 열광의 대상이 시사성의 대상이 되는 순간, 음반심의의 부당함을 항변하는 공중으로 변화한다.
마트에서 한정 세일 쇠고기를 사겠다고 새치기하고 서로 다투던 아줌마 떼도, 광우병 쇠고기 수입이 시사성으로 등장하면 촛불시위에 참여하고 인터넷 게시판에서 토론하는 유모차 부대 공중으로 변화한다.
군중을 폄하하지 않고 기다리면, 군중 속에서 공중이라는 꽃이 피는 순간이 다가온다.
하지만 사람의 떼가 군중이어야만 이득을 얻는 패밀리는 공중을 원하지 않는다. 그들에게 공중은 자신들의 부당함을 폭로하는 세력이지만, 군중은 자신들의 악행을 숨길 수 있는 가장 좋은 희생양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군중에서 공중이라는 꽃이 피는 순간을 기다리지 않고, 군중을 비난하는 데 열을 올리는 사람이 있다면 의심해야 한다. 그는 마피아 집단의 비밀 멤버이거나, 뼛속까지 엘리트주의자이다.
긴 글을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개인적으로 좋았던 책들을 소개하고 있습니다.
읽어주신 분들께도 좋은 책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