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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아래 작은 둥지가 있었다.
그래서 쓰러지지 않았다.
베도 베도 쓰러지지 않는 나무가 이파리를 떨궜다.
점차 무수수, 앙상한 가시만이 남았다.
더울 땐 그늘이었고
추울 땐 낙엽을 덮어주었다.
그 아래 어느덧 흰 털이 자란 새가 있었다.
베도 베도 쓰러지지 않는 앙상한 나무가
자칫 아기 새 죽을 뻔한 큰 벼락을 대신 맞았다.
사는 데 순조로울 수만 없다던 시련이었고, 시커멓게 탔다.
그래도 나무라서 울거나 아픈 법이 없었다.
나무는 새의 목소리를 알아도 새는 나무의 목소리를 몰랐다.
몰라서, 나무 속도 몰랐다. 울거나 아픈 법이 왜 없으랴, 그냥 새는 몰랐던 거다.
비 나릴 때 눈물인지 모르게 젖어 있었을 뿐, 그 나무란 그랬다.
베도 베도 쓰러지지 않는 앙상한 탄 나무가 존재만으로 거룩했다.
그 아래 빈 둥지가 있다.
그제야 쓰러졌다, 그 나무란 그랬다.
바람에 소식 전하다가 뒤늦게 안 나무의 쓰러짐을
다 큰 새가 지저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