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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것도 모르는 나무
게시물ID : readers_25942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빗속을둘이서
추천 : 0
조회수 : 263회
댓글수 : 0개
등록시간 : 2016/08/02 03:01: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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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창작글
베도 베도 쓰러지지 않는 나무가 있었다.

그 아래 작은 둥지가 있었다.

그래서 쓰러지지 않았다.


베도 베도 쓰러지지 않는 나무가 이파리를 떨궜다.

점차 무수수, 앙상한 가시만이 남았다.

더울 땐 그늘이었고

추울 땐 낙엽을 덮어주었다.

그 아래 어느덧 흰 털이 자란 새가 있었다.

 

베도 베도 쓰러지지 않는 앙상한 나무가

자칫 아기 새 죽을 뻔한 큰 벼락을 대신 맞았다.

사는 데 순조로울 수만 없다던 시련이었고, 시커멓게 탔다.

그래도 나무라서 울거나 아픈 법이 없었다.

나무는 새의 목소리를 알아도 새는 나무의 목소리를 몰랐다.

몰라서, 나무 속도 몰랐다. 울거나 아픈 법이 왜 없으랴, 그냥 새는 몰랐던 거다.

비 나릴 때 눈물인지 모르게 젖어 있었을 뿐, 그 나무란 그랬다.


베도 베도 쓰러지지 않는 앙상한 탄 나무가 존재만으로 거룩했다.

그 아래 빈 둥지가 있다.

그제야 쓰러졌다, 그 나무란 그랬다.

바람에 소식 전하다가 뒤늦게 안 나무의 쓰러짐을

다 큰 새가 지저귄다.


베도 베인 줄 모르고
앙상한 줄도
탄 줄도 모르다
쓰러진 나무는
죽다 살아나도 그렇게 기쁠까
지저귀는 목소리 알고
제 수액 빤 약초를
다 큰 새한테 먹이려 하네.
고목이 되어서도 썩는지 모를 것이오
그 큰 사랑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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