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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OP군생활_ssul(이등병편_02).txt
게시물ID : military_25948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이미품절남
추천 : 27
조회수 : 1615회
댓글수 : 12개
등록시간 : 2013/07/02 16:22:17
첫글이 베스트 가더니 두번째 글도 잠시 나갔다 오니 베스트 가있네요 -_-..
 
더 풀라고 하시는분이 간혹 있어서
 
퇴근하기 전에 한편 더 짧게 써놓고 갈게요 ㅎㅎ;
 
 

 
제 인생의 첫 제설작전을 끝내고 난 후 강원도의 하늘은...
 
겁나 쓰레기를 뿌려대기 시작합니다. -ㅅ-
 
첫 제설을 기점으로 제 100일 휴가가 한달정도 남았던 시점인데...
 
다행히도 제 선임(따닥따닥 붙어있는 개 꼬인군번의 이등병들)의 100일 휴가는
 
축하라도 해주듯이 눈이 안왔어요.
 
먼저 써놨듯이 우리 중대는 멀리 떨어진 산골에다 대대OP와는 멀어서
 
100일 휴가 신고를 중대장에게만 하고 갑니다.
 
그리고 대대OP에서 중대에 오려면 옆 사단의 민통초소를 지나서
 
다시 저희 사단지역으로 오게되는 그냥 내버려진 중대죠.
 
덕분에 100일 휴가를 가기 위해서 사방거리로 내려갑니다.
 
물론...
 
운전병 아저씨가 운전하고 선탑하는 간부가 있었어요.
 
당시에는 추울때니까 사람이 어지간히 많지 않고서는 1/4톤 차량 타고 나갔죠.
 
여러분이 알고계시는 꿈의 차량 군토나요.
 
여기서 함정은...
 
눈이오면 제설을 하는 구간이 미친듯이 긴데요...
 
이유가 저희 중대로 오는 보급로이기도 하지만 GP에 들어가는 보급도
 
저희 중대에서 추진해주기 때문입니다.
 
즉! 눈이오면 차 못다녀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래서 조기기상해서 겁나 쓸어요~
 
여전히 병장들은 빗자루처럼 생긴 조이스틱을 잡고 이등병들을 조종하죠.
 
 
 
 
 

 
앞서 언급했던것과 연장선상으로 있는 소초장과의 불편한 관계는
 
지난 눈쓸기대전의 처참한 결과로 인하여 여전히 지속되고 있었습니다.
 
제 100일 휴가가 2일 앞으로 다가온 날에 소초장님은 저를 소환합니다.
 
소초장 - "너 휴가가서 뭐할거냐?"
 
나 - "클럽도 가보고 싶고, 술도 마시고 싶습니다. 무엇보다 얼마 안있으면 입대하게 될
 
       친구들도 미리 만나보고 싶습니다.
 
소초장 - "아는 여자라던가 연락하는 여자는 없고?"
 
나 - "네, 없습니다."
 
소초장 - "정말 연락하는 여자도 하나도 없냐?"
 
나 - "네, 단 한명도 없습니다."
 
소초장 - "나가서 사고치지 말고. 싸움에 휘말리지 말고. 운전하지 말고. 이런건 알지?"
 
나 - "네 알고있습니다."
 
소초장 - "그리고... 아니다. 복귀 꼭 해라. 여기가 밖보다 생활하기 좋을거야."
 
나 - "네 알겠습니다."
 
소초장이 하려던 말이 지금 생각해보니... 뭔가 알것같지만 그 소초장을 지금 연락하고 있지 않아서
 
정확히는 모르겠네요. 설마 여자는 안건드릴거라 생각했나 이양반이...-_-
 
 
 
 
 
고대하던 휴가 전날.
 
강원도의 하늘은 제게 축복을 내려주듯이 하얀 쓰레기를 마구 뿌려줬습니다...아오 ㅆㅃ!!!
 
분대장은 제게 안심시키며 눈 쓸지 않게 말해둘테니 걱정말고 있으라고 하더군요.
 
정말 눈은 안쓸었어요.
 
 
 
새벽3시 30분.
 
저희 소대 상황병께서 저를 깨우십니다.
 
야간상황병 - "임마. 니놈 휴가 보내러 내가 몸소 널 깨우러 오셨다. 인나!"
 
나 - "이병, XXX. 네 알겠습니다."
 
야간상황병 - "대충 씻고 준비해서 온나. 니 버러지같은 동기놈들도 데꼬. 알긋나?"
 
나 - "예, 알겠습니다."
 
밖이 어두컴컴해서 그냥 시간을 안보고 일어나서 휴가준비를 했습니다.
 
물론 휴가갈때 이것저것 부탁을 하는사람도 많기는 하지만...
 
그때는 제 동기4명만 가는거라 아무도 부탁을 하지 않았습니다.
 
제가 가기 이전에 러쉬를 그렇게 갔으니 그분들에게 이미 다 부탁을 했었을지도 모르죠.
 
남산에 있던 제 동기는 갔던것과 마찬가지로 더블백 메고...
 
하루전에 중대로 넘어왔어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섹터타고ㅋㅋㅋㅋ
 
그 유명한 맥도날드 남산-오작교섹터를 ㅋㅋㅋㅋㅋㅋㅋㅋ
 
뭐 여튼 준비를 마치고 시계를 봤는데...
 
3시 45분...
 
...
 
..
 
.
 
-ㅅ-?
 

 
왜 이시간에?
 
 
 
버러지같은 동기를 이끌고 중대 상황실로 갔습니다.
 
특유의 꼬질꼬질함을 가진 중대장님은 깔깔이차림으로 상황실에 나오셨지요.
 
중대장 - "야 상황병아. 오늘 휴가 얘들이 다야?"
 
야간상황병 - "예, 그렇슴다. 희안하게 오늘은 말년들도 없는데 말입니다."
 
중대장 - "야 그럼 얘들 어떻게 보내게? 차 못가잖아."
 
야간상황병 - "전 부대에 있을때는 그냥 야광 X반도차고 보냈심다. 민통에 X반도 맏기고 가면되지 말임다."
 
참고삼자면 저 야간상황병은 전 중대가 인수인계하고간 상황병입니다.
 
자의인지 타의인지는 모르는데 뭐 어쨌든 한명이 남은게 저 상황병입니다.
 
중대장 - "전에도 100일휴가자를 이렇게 보냈어?"
 
야간상황병 - "혼자가 아니면 상관없지 말임다."
 
중대장 - "얘들이 길을 알겠냐?"
 
야간상황병 - "길 하나밖에 없슴다. 민통 다와가가 길 하나 더 있긴 한데 설명해놓겠슴다."
 
중대장 - "그래 알았다. 자 지금 상황에 대해 브리핑해준다."
 
안해줘도 알겠어 이양반아 -_-
 
중대장 - "보다시피 폭설이 와서 차량으로 내보낼 수 없다. 따라서 너희 넷이서 손 꼭 붙잡고 민통까지 가라.
 
          한놈이라도 중간에서 센다 싶으면 다른놈들도 같이 영창이니까 넷이 손 꼭 붙잡고 가라.
 
          그리고 작성자 니가 제설할때 얘들보다 더 밑에까지 가서 알테니까 니가 앞장서고.
 
          박상병(야간상황병)이 길 알려줄테니까 그대로 가고. 민통초소에 X반도 맏겨놓으면 된다.
 
          사방거리 도착하면 나한테 전화하고. 알겠지?"
 
내가 아무리 머리가 나빠도 당신이 브리핑 하기 전에 이미 ㅈ된건 알것같아 -_-
 
 
 

 
넷이 손 꼭 붙잡고 출발했습니다. 새벽 4시에 -_-
 
제설할때도 느꼈지만 이놈의 보급로는 오지게 깁니다...
 
정말 깁니다...
 
거기다 가로등따위가 있을리 없으니 깜깜하죠.
 
다행인건 폭설은 그쳐있었습니다.
 
하지만 이미 쌓인 쓰레기는 무릎을 상회하는 높이까지 차올랐죠...-_-
 
내 고참들은 무슨 부귀영화를 누리자고 A급 전투복 다려주고 줄잡아주고
 
A급 전투화 물광을 내겠다고 뼈빠지게 닦고자빠졌을까요...
 
이미 사방거리 도착하기 전에 아작날것같은데 -_-
 
 
 
무릎까지 차오른 쓰레기더미를 헤치며 선두에서 제가 걸었습니다.
 
뭐 그때는 히히~ 휴가간다~ 룰루~ 라면서 동기들과
 
희희낙락하면서 가벼운 발걸음을 떼고있었죠.
 
칠흑같은 어둠이 내린 강원도 산골에 달빛을 반사하는 흰눈은 그야말로 장관이었습니다.
 
너무 장관이어서 두번다시 보고싶지도 않아요. ㅅㅂ
 
보급로 주면은 완전 우거진 숲이라서 깜깜합니다. 물론 눈이 내렸지만 어두운건 어두운거죠.
 
헌데 보급로 밖의 지뢰지대(GOP근처도 지뢰가 DMZ보다 밀도는 낮지만 간호 있음.그래서 지뢰지대)에서
 
뭔가 버스럭버스럭 하는 소리가 들리는 겁니다.
 
우리 넷은 동시에 경직됬습니다.
 
동기1 - "작성자야 무슨 소리 못들었냐?"
 
나 - "들었어. ㅅㅂ 조용히 해봐."
 
버스럭!
 
동기2 - "헐 ㅅㅂ 머지. 설마 북괴군인가?"
 
나 - "야 이 미놈친아 북괴군이 여기까지 왔는데 섹터에 비상이 안걸렸을리가 없잖아."
 
동기2 - "그럼 머지?"
 
나 - "그니까 좀 주둥이 봉쇄좀 하고 있어봐."
 
저는 소리가 나는쪽으로 후레쉬를 비췄습니다.
 
좀 멀긴 하지만 뭔가 있는 형상이 보이는겁니다.
 
버스럭..버스럭...버석버석버스럭...
 
덩치가 큰데?
 
별거 아니었습니다.
 
부분대장급 멧돼지네요.
 
 
 
참고로 멧돼지는 혼자다닐때도 있지만 부부가 같이 다닐때도 많습니다.
 
물론 부부가 같이 다닐때는 새끼들도 대동하고 있지요.
 
맨 앞에는 아빠돼지. 맨 뒤에는 엄마돼지.
 
마치 1개 분대가 이동하듯 1렬로 이동을 하는데...
 
아빠돼지가 제일 크고 그다음이 엄마돼지라서...
 
아빠돼지를 분대장이라고 칭하고 엄마돼지를 부분대장이라고 칭합니다.
 
분대장급 돼지는...
 
마티즈만합니다.
 
 
 
속으로 낮게 외쳤습니다.
 
이쪽으로만 오지 마라.
 
그러면서 후레쉬를 비춰대고 있으니 눈부시게 하는놈이 안거슬렸을까요.
 
부분대장 돼지는 저희쪽으로 발걸음을 옮기기 시작합니다.
 

 
나 - "야 ㅅㅂ jot되따...튀어!!"
 
동기들 - "으힉!! ㅌㅌㅌㅌㅌㅌ"
 
죽기살기로 흰 쓰레기를 헤치며 뛰기 시작하는데 ㅁㅊ부분대장 돼지가 쫓아서 뛰는겁니다.
 
안돼 이대로 휴가가다 사고사례로 등극 할수는 없어.
 
거리가 좁혀져 오기 시작합니다.
 
돼지는 네발로 뛰고 저희는 두발로 뛰니 당연하죠 ㅠ
 
순간 번득 남산에 있는 동기놈이 준비하다가 간식거리라고 뭔가 챙기는게 생각났습니다.
 
나 - "야 남산동기야. 너 주머니에 초코로 둘러져있는 빵사이에 마쉬멜로우 든거 있지?"
 
남산동기 - "이 정신병자야 지금 그게 왜나와 얼른 뛰어!!"
 
나 - "등3아 얼른 그거 꺼내임마!!"
 
남산동기 - "아 왜!!"
 
나 - "좀 말좀 들어 십장생아!! 사고사례 나기 싫으면!!"
 
남산동기놈이 건빵주머니에서 비닐에 포장되어있는 그것을 꺼냈습니다.
 
잽싸게 낚아채서 일단 포장 뜯고 1/4을 손으로 뜯어서 뒤에 던졌습니다.
 
순간 멧돼지가 멈칫하더니 그 초코와 마쉬멜로가 뒤엉켜있는 간식거리를 보고 냉큼 집어먹는겁니다.
 
그리고 다시 뛰어와 왜 ㅁㅊ돼지셋뀌야!!!!!!!
 
좀 거리가 벌어졌는데 이대로는 그냥 마티즈에게 치이는꼴이라고 생각하고
 
남은 간식꺼리를 보급로 밖으로 몇조각 내서 던졌습니다.
 
그리고 코너를 돌아서 녀석의 시야를 벗어났습니다.
 
하지만 우리는 관성이라는 힘의 법칙은 개뿔 살려고 그냥 뛰고있었습니다.
 
얼마나 뛰었을까... 보급로 아래쪽의 개울이 보이는겁니다.
 
물론 얼어있었지만-_-
 
살았다...싶더군요.
 
부분대장 멧돼지가 뛰는 터거덕터걱터더걷터더겉더거 소리도 안나고 있었구요.
 
보급로와 울창한 숲을 벗어나서 민통초소로 가는 길목이었습니다.
 
숲에서 갇혀있다가 좀 넓은 탁 트인 지대로 나오니 새하얗게 눈이 내린 광경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나 - "살았다...후우....쬬코빵 땡큐..."
 
남산동기 - "헉..헉... 이 정신병자가 도움이 될때도 있네..."
 
나 - "입만 살아가꼬...헉...헉...헉....얼른 가자..."
 
 
 
그렇게 우리는 무사히 민통초소까지 왔습니다.
 
옆사단 민통초소 아저씨들이 수하 하는것도 긴장했지만 무사히 통과했습니다.
 
이상하게 아저씨들이 비웃음과 불쌍하다는 눈빛을 보낸것같지만 기분탓이겠죠 뭐.
 

 
사방거리에 도착한 시간은 5시 40분.
 
중대장에게 전화를 했습니다.
 
나 - "중대장님 저희 4명 사방거리에 도착했습니다."
 
중대장 - "벌써? 니들 뛰어갔냐?"
 
나 - "아닙니다. 그냥 쉬지않고 열심히 걸었습니다."
 
차마 중간에 부분대장 멧돼지의 습격을 받아서 정신놓고 뛰었다고는 못하겠더라구요.
 
중대장 - "그래 잘 다녀와. 전화 매일 하고."
 
나 - "네 알겠습니다.
 

 
그렇게 저희는 첫번째 휴가를
 
땀에 쩔은 A급 군복을 입고 흠뻑젖은 A급 전투화를 신고 출발했습니다.
 
첫차로...-_-b
 
 
 
 
 
 
 
 
 
퇴근시간이 멀지 않았네요.
 
다들 저녁 맛나게 드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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