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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무엇도 믿지 못하는 불신을 믿고
만사 지긋해 하면서 할 일 없는 걸 걱정한다.
돈 때문에 앓았으면서 그 돈으로 산다.
남자로 태어나 더 유리한 육체적인 힘을 누렸으면서
여자의 고운 선을 부러워했고
그런 더 유리한 육체적인 인내를 가졌으면서도
지키고 싶던 걸 지켜주기 전에 먼저 쓰러졌었다.
삶이 지쳐 백 년도 살 맘 없으면서
사랑엔 영원히란 말 써버렸고
기쁠 때도 이 순간이 길지 않을 거라 슬퍼하고
세상 다 슬펐으면서 시시한 것에 또 웃었다.
시시한 것에도 웃어야 목이 성한 나는 철저히 을이었고
조각가였다, 제 얼굴을 깎아
정수리와 사면이 거짓인 사람이었다.
가마를 보여 깍듯이 인사할 때도 사실 하고 싶지 않았고
꿋꿋한 척 고개 안 돌려 옆모습으로 일관한 것도
널 바라보지 않은 것도 진심이 아녔다.
사무실 컴퓨터 앞에 앉아 전 더 일 할 수 있습니다, 뒤통수로도 연기 했다.
거울 속의 무표정을 뚫어지게 보다가 묻는다, 너는 정말 내 편이냐고.
나한테조차 괴리를 느끼는데 남한텐 또 얼마나 낯설고 두려우야, 울지 마라.
거울이 운다, 내가 우는 게 아니라, 거울이 울었다.
거울이 우니, 나도 운다, 내가 우는 게 아니라, 거울이 운다.
거울에는 소리가 없다, 약하면서 안 들키려 센 척하고 싶어서일 수도 있겠다, 그 울음은.
환부 없는 상처라니, 무엇 하나도 역설이자 모순 아닌 게 과연 무엇 하나도 역설이자 모순 아닌 게 과연 무엇 하나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