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이야기할 주제는 그래픽 프로그램 중 가장 점유율이 높으며, 가장 인지도가 높고, 가장 가격이 낮은 프로그램인 그림판입니다.
개요
그림판은 마이크로소프트에서 윈도우를 설치하면 기본으로 제공하는 간단한 그래픽 툴입니다.
mspaint.exe 혹은 pbrush.exe로 실행해도 실행이 됩니다. 이는 하위호환을 위해서 남겨둔 것이죠. 윈도우 95 이전에는 pbrush로 제공되었고, 95부터는 mspaint로 제공되었습니다. pbrush는 16비트였고, mspaint는 32비트 프로그램입니다. 지금은 무엇을 실행하든 mspaint로 연결됩니다.
그림판은 윈도우를 설치시 기본으로 제공되기 때문에 시작 → 프로그램 → 보조프로그램 → 그림판으로 찾으면 됩니다.
과거 윈도우 3.x 시절에는 '윈도우 깔고 그림판밖에 안했다.'라는 이야기가 있었을 정도로, 그림을 그리다보면 자신도 모르게 빠져들게 되는 엄청난 중독성을 자랑했습니다.
지금도 기본적인 그래픽 툴이라고 무시하다가는 큰일나죠. 단순한 인터페이스 덕에 배우기도 쉽고 기능도 꽤 훌륭해서 잘 다루면 그림 그리기, 사진 수정 및 합성도 문제없이 할 수 있다고 합니다. 포토샵과 함께 '최강의 그래픽 프로그램' 이라는 호평을 받고 있습니다. 이것으로 오만가지 고퀄리티 그림을 그리는 사람들이 많으며 심지어는 그림판으로 모나리자를 그릴 정도라고도 하네요.
윈 XP 기준 용량은 328KB로, 디스켓 한장에도 들어가는 초소형 프로그램이었습니다. 심지어는 DCinside의 舊짤방 용량(500KB)에도 미치지 않는 용량이었죠. 버전업되어도 별달리 기능은 변하지 않았기 때문에 윈 95건 98이건 NT건 XP건 다 비슷하게 쓸 수 있었습니다.
둘 다 공식 오프닝 영상입니다 진짜로
현재에 이르러서는 그 주 목적은 사실 다름아닌 짤방 제작.
그림이나 합성의 퀄리티보다 위트와 센스가 중요한 짤방의 특성상 비싼 고급 툴을 쓸 이유도 없고, 게다가 그림판으로 대충 기워 만든 가내수공업 퀄리티가 오히려 병맛스러운 재미를 더해주기 때문.
TV애니메이션 제작에도 이용됩니다. 이런 덕분에 퀄리티가 낮은 이미지를 두고 '그림판으로 작업했냐' 라든지 성능이 나쁜 그래픽 툴을 두고 '그림판만도 못하다' 라는 등의 그다지 좋지 못한 비유대상으로 쓰이는 신세이기도 합니다.
오픈소스 분야에서는 비슷한 수준의 기능을 가지는 소프트웨어로 mtPaint, 콜러페인트, nathive 등이 있습니다. 무료이지만 클로즈드 소스로 개발되는 Paint.NET도 있죠.
그림판에서 영역을 잡고 축소나 확대 작업을 하는 순간 해당 영역의 그림은 깨집니다.
확대 → 축소라면 확대한 만큼 정확히 눈금을 맞춰서 축소시킨다는 전제하에 원상복귀가 가능하지만. 결과적으로 축소 → 확대 → 축소 → 확대 과정을 계속하다보면 그림이 깨지죠. 이걸 이용해서 아주 간단하게 모자이크 처리를 할 수도 있습니다.
픽셀을 기반으로 하는 래스터 방식 자체의 한계라고는 하나, 다른 프로그램들은 대개 확대/축소 할때 보간을 해서 그림의 손상을 줄이는데 비해 그림판의 확대 축소 기능에는 보간 기능이 없기 때문에 확대/축소시의 깨짐이 더 심해지는 것이죠.
도트노가다하기 좋은 그림판
역사
그림판의 원형은 MS-DOS 시절에 Z-Soft라는 회사에서 만든 PC 페인트브러시(PC Paintbrush)라는 프로그램입니다. pbrush.exe라는 파일명은 당시의 흔적입니다.
윈도 1.0에서 당시 꽤 잘나갔던 이 프로그램을 라이센스해서 번들로 넣었던 것이 그림판의 출발점으로, 덧붙여 지금은 잘 사용되지 않는 PCX 파일이 원래 PC 페인트브러시의 고유 포맷입니다. 그림판에서 지금은 PCX를 지원하지 않지만 초창기에는 그런 연유로 PCX도 지원을 했었습니다. PC 페인트브러시 쪽은 ZSoft가 Wordstar로 매각된 이후에도 윈도 3.1로 플랫폼을 옮겨서 나오기는 했으나 결국 사라졌습니다.
윈도우 95&윈도우 98
윈도 95가 나오면서 그림판은 이름을 3.1까지의 Paintbrush에서 그냥 Paint로 바꾸고 새로운 모습으로 등장했습니다. 이름이 바뀌면서 PCX 지원은 삭제되었죠. 우리에게 익숙한 '그림판'의 모습은 이 95 버전에서 시작하며 Vista 까지 큰 변화 없이 유지되었습니다.
다만 저장할 때 BMP 포맷만을 지원한다는 엄청난 단점이 있었습니다. 하드디스크의 용량이 엄청나게 커진 지금이야 그다지 문제가 안될지 모르지만 90년대 당시 하드디스크 용량은 끽해봐야 기가바이트로 한자리 수였다보니 이미지 한장에 2~3메가씩을 잡아먹는 크고 아름다운 BMP 파일은 매우 부담스러운 것이었고, 전화선이나 저속 전용선이 대부분인 인터넷 환경에서 웹페이지에 올릴 이미지로 BMP 파일을 올려놓았다가는 욕먹을 것을 각오해야했습니다.
윈도우 XP
XP로 오면서 그림판은 약간의 진화를 했습니다. 그래픽 라이브러리를 GDI에서 GDI+로 교체하면서 BMP 외에도 JPEG, GIF, PNG, TIFF 포맷 저장을 지원하게 된 것이 가장 눈에 띄는 개선점.
또, 예전의 그림판에서는 파일의 늘이기·기울이기 기능을 사용하면 지정한 색만으로 화면의 왜곡을 시켰을 뿐이지만 XP의 그림판에서는 원시적인 인터폴레이션을 지원해서 늘이기·기울이기를 했을 때 중간색으로 보정이 되었습니다.
그리고 XP부터 '나눠찍기'를 지원했다.
윈도우 비스타
그리고 새로운 비스타 UI에 맞춰서 외관이 수정되었지만 그리 큰 차이는 안났습니다.
윈도우 7
7에서의 그림판은 MS오피스 2007을 베이스로 한 리본 인터페이스로 교체되어 많은 기능이 추가되었습니다.
브러시가 상당히 개선됐는데, 단순한 모양의 픽셀 브러시와 스프레이 정도만을 제공했던 예전 버전과 달리 색연필이나 유화 같은 느낌의 브러시들이 추가되었고, 오피스에서 사용하던 다양한 기본도형들도 사용가능해서 그림을 그릴 때 좀더 풍부한 표현이 가능해졌습니다. 물론 그림판이므로 타블렛의 압력감지는 지원하지 않습니다.
기본 포맷은 억소리나는 용량을 자랑하는 BMP에서 PNG로 변경되었습니다. 다만 JPG 포맷 저장시에는 여전히 품질(압축률) 선택이 안되어 화질이 좋지 않습니다.
이러한 인터페이스와 기능 개선 덕에 용량은 6520KB로 20배 가까이 늘어났습니다.
그렇다고 좋아진 점만 있는 것은 아닌데, 가장 큰 문제점은 기존의 인터페이스를 싸그리 무시하고 새로 갈아 엎었다는 점이죠. 윈도 7에서 처음 그림판을 사용하는 사용자라면 문제가 안 되지만, 기존의 사용자들에게는 불편과 혼란을 가져다 준다는 점이 문제점. 외관으로만 봐서는 도저히 같은 프로그램의 후속버전이라는 것을 알 수 없을 정도가 되었습니다.
예를 들면 그림 일부분을 잘라내어 짤방을 제작할 목적으로 그림판을 사용할 때 많이 사용해왔던 '선택 영역 파일로 저장' 기능은 아예 삭제되었습니다. '캡처도구'란 별도의 프로그램이 생기는 바람에 그림판에서는 기능을 없애버린 것으로 추정됩니다. 따라서 부분 저장을 하려면 Crop 기능을 이용해서 선택영역만 잘라내서 저장하거나 그림판을 하나 더 열고 여기에 필요한 이미지를 복사하여 저장하는 방법을 사용해야 하는데, 기존의 '선택 영역 파일로 저장'에 익숙한 사용자들은 이 메뉴가 없어졌기 때문에 처음에 매우 당황하기 마련.
또 많이 사용하는 기능 중 색반전 기능은 상단 메뉴에는 없고 마우스 오른쪽 버튼으로 컨텍스트 메뉴를 호출하는 것으로 바뀌었습니다. 이런 식으로 자잘하게 변경된 부분이 매우 많았습니다. 사용자 경험이라는 측면에선 그냥 이름만 같은 다른 프로그램이라고 생각하는 것이 나을 지경.
리본 인터페이스도 호불호가 상당히 갈리는 인터페이스라는 점을 감안하면 윈도 7의 그림판에 대한 평판은 좀 미묘한 편이었습니다.
폰트가 일정개수 이상 설치되어 있으면 폰트 목록을 끝까지 불러오지 못하는 버그도 있었죠.
Ctrl+G버튼으로 모눈종이칸을 끄고 켤 수 있습니다.
윈도우 8, 8.1, 10
7과 동일. 윈도우 스타일 UI에서는 Fresh Paint앱이 그림판과 비슷한 역할을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