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생부터 늘어져 온 과거의 실은 시공간의 원동인 현재라는 베틀 속에서 초상화가 될 제복의 응당한 직물로 거듭난다.
짐승은 태생의 모피를, 가난한 이는 안 맞는 옷을, 연예인은 별을,
붉은 피가 젖어드는 실은 사고나 각종 죽음, 경황 없이 비극이 닥친 자를 운명의 문 앞에 인도하고
생명 실 감으면서 오는 사신을 노인은 느긋이 기다린다.
그런 이 세계의 인과관계가 실과 실이 연결한 방직계界의 반영이다.
이어져 있으므로 늘 결과가 같이 움직인다.
우리는 가족, 친구, 연인 등 여러 종류의 사람과
꿈, 일, 책임감 등 여러 형태의 목표를
여러 가닥의 실로 움켜쥔 채
늙어 가는 자신의 모습과 함께 이끈다.
그 과정에서 꼬인 데를 풀 궁리하고
더 엉켜서 올가미가 되거나
한계까지 당겨진 실은 팽팽한 거 끼리 비비다 불씨 켜 끊어지고
보다 강하게 엮인 끈이 남는다.
계속되는 이어짐과 끊어짐 속에서 좋은 실 고르는 안목을 배우며
그 실로 된 타래를 풀며 삶의 미로 속을 길 잃지 않으려 한다.
실实로 실thread로 설명되는 이 세계의 원리는
초대칭 끈 이론을 더 아름답게 믿게 하는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