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적은 백 개, 천 개의 가시를 간헐천인 양 불현 속사해내는 큰 벽이다.
이리 치고 저리 찌르고 베고 휘면서
육각과 원, 3차원의 무수한 도형을 압도하는 공간의 지배자고
소리 없는, 밤 올빼미 깃털로 기척을 숨긴 장막 뒤의 칼이자
제 움직임에 잔상을 심는 눈속임의 대가다.
주피터의 유전을 이어 몸 안에 피 대신 번개가 흐르고
날 얼어붙게 하는 차가운 호흡을 뿜고
가면 따위는 가리지 못한 눈빛에 강호의 기백이 서려 있다.
바람의 발을 신어 일 초에 여섯 번보다 더 빠르게 14m의 피스트(펜싱 경기용)를 달려
안개같이 죄여오다가 그 만연해있던 분자를 응축시켜 비수로 꽂는, 펜싱의 천재였다.
그러나 나, 내 앞의 거대한 가시 폭풍을 휘젓게 죽음을 이기는 심정으로 끝까지 눈 감지 않겠소.
두려움과 맞선 인간이 궁지의 심장을 어떻게 지켜왔는지 증명할, 이때만 기다렸다.
나는 신의 아들인 천재처럼은 간단히 해내지 않겠노라.
나답게! 인간답게! 할 수 있다, 할 수 있다, 할 수 있다를 세 번 외친다.
출처 |
에페 박상영 선수.
"이리 치고 저리 찌르고 베고 휘면서" 이 부분은
찌르기만 점수 따는 에페로 볼 때 약간 모순이 있습니다.
ps.2
결승전 상대 선수는 무려 40대의 출전 경험 많은 메달리스트더군요.
그런데 이번 역전 패로 금메달과는 연이 없었네요.
나이로 볼 때 리우가 마지막 출전인 듯 싶은데...
국뽕 치사량 빨아서, 본의 아니게 천재로 비유했지만 훌륭한 선수예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