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 핸드폰에 기본으로 깔려있던 오유.
2010년 쯤 처음 접했었다. 다른 커뮤니티에 비해 욕이나 선정적인 게시물이 적고,
깔끔했고,
재밌고 참신한 유머가 많았다.
말 그대로 오늘의 유머. 그래서 매일 들어왔다.
눈팅만 하다가 가입은 1년 쯤 뒤에.
그러나 게시글이나 댓글은 달지 않았다.
주로 포털 사이트나 커뮤니티 이곳저곳을 돌아다니면서 인터넷뉴스, 웃긴 동영상, 재밌는 글만 주로 보면서
어딜가나 준회원이지 참여하고 싶은 마음이 있다거나 소속감 갖는 곳은 없었다.
오유도 마찬가지였다.
그러다 어느날 현실의 감정에 북받쳐 오유 고민게시판에 가족사에 관한 짧은 글을 남긴 적이 있다.
많은 댓글이 달린 것은 아니지만
5-6명의 관심이 따뜻했고, 위로의 글에 생각보다 큰 힘이 났다.
인터넷에서 얼굴도 이름도 모르는 사람들에게 느끼는 최초의 감동이었다.
유치하게 느껴지지 않았다.
그 후로도 쭉 오유는 내게 그런 따뜻하고 재미있는 곳이었다.
간간이 댓글을 달면서
일.베.충들이 와서 테러를 하면서
'선비'라고 비아냥댈때도
나는 생각보다 엄청 진지하고 깊은 감정으로 오유편을 들었다!
내가 알고있는 한 그 어떤 커뮤니티보다도 가장 상식적인 사이트니까!
그런 오유를 얼마전 나는 떠났다.
헤비업로더도 아니고 적극적인 참여자도 아닌 내가 오유를 떠났다는 건, 한사람의 회원이 탈퇴를 했다는 물리적 사실- 그 외엔 아무것도 아니다.
나도 안다.
어딜가나 몰상식한 댓글, 과격한 게시글을 다는 사람들이 있다.
오유는 그런 사람들에게도 열려 있는 곳이고, 그런 사람들이 오유의 전부는 아니다.
처음 시작할 때부터 그런 게시글, 그런 댓글이 없었던 것도 아니다.
하지만 다른 사이트에는 없는 진지함이 있었고
성찰도 있었고
다양한 생각이 있었다
(적어도 내눈엔 그렇게 보였다)
처음 오유를 했을때보다 참신한 유머게시글은 줄었고, 정치적 이야기와 고민글이 눈에 띈다.
그때도 나는 그게 더 좋았다.
'ㅋㅋㅋㅋ'만 남발하고 아무 감흥이나 감동이나 생각할 거리 없이 스쳐지나가는 웃긴 게시글들은 오유말고 다른데서 얼마든지 볼 수 있었으니까.
그렇게 내게 일방적으로 긍정적이기만 하던 오유에 반감을 갖기 시작한 것은 오래되지 않았다.
한번은 고민게시판에 또 고민글을 올렸다.
만난지 두달된 아는 오빠가 주위사람들의 단점을 트집잡고 훈계하면서
나에대해 잘 알지도 못하면서 충고하는 척 비아냥 대는 게 화가나서 싸웠다는게 요지였다.
첫 댓글이 달렸다.
'그 사람이 그렇게 말한 것은 진짜 너가 그렇기 때문이다. 다른 사람들은 말해주지 않는 사실을 그 사람이 말해준 것 뿐인데
받아들이지 못하고 화를 낸 너가 잘못이다.'
이어진 댓글들도 동질의 내용이었고,
억울한 내가 몇개의 답댓글을 달자
나를 끝까지 자기 단점은 받아들이지 않고
다른 사람의 충고를 아니꼬와하는 사람을 몰아갔다.
비아냥거리는 사람도 있었다.
자기 주위에 나같은 사람 있다면서 답이 없다고 했다.
억울했지만 일면 자괴감도 들었다
정말 내 잘못인가보다..
위로가 필요했던 나는
오유에서 더 큰 상처를 받았다.
그 오빠보다도 더 나를 모르는 사람들에게서.
한달 쯤 뒤 나와 싸웠던 그 오빠는 무리의 다른 2명과도 마저 싸우고 연락이 끊겼다
내게 충고라면서 하던 훈장질을 다른 사람들에게도 똑같이 한 결과였다.
현실상황에서는 결과적으로 그 오빠가 나빴던 것처럼 되었을 지라도
실제로는 오유에서 내게 댓글을 달았던 사람들 말처럼
그 오빠의 주위사람들에 대한 막무가내식 질책이 옳고
그걸 받아들이지 못한 내가 틀렸을 수도 있다.
마냥 또 내 잘못이 없는 것만도 아니다.
내지는 내가 감정적으로 글을 쓰는 바람에 전후사항을 소상히 적지 못해 발생한 커뮤니케이션의 오해였을 수도 있다.
이것이든 저것이든
어찌됐건 나는 상처를 받았다.
거듭해서 달리는 나의 변명댓글을 봐주지 않고, 한 두개의 댓글을 달고는 다시 그 게시글로 돌아오지 않는 사람들이 원망스러웠다.
내가 적어놓은 게시글 내용 그 몇자 외에는
어떠한 정보도 없고, 어떠한 전후사정도 알 수 없는 사람들에게서 내가 너무 이기적인 걸 기대했던 모양이다.
자승자박의 꼴이므로 마냥 억울할 것도 없지만
위로가 필요한 사람에게 마치 솔로몬인냥 판단을 하고,
거기에서 더 나아가 비아냥대기까지하면서 나를 몰아가는 사람들의 글자 하나하나가 비수였다.
하지만 내가 그릇이 작고 소심하고 어리석기 때문일 수 있으므로
금방 잊었고
또 잊혀졌다.
그런 내가 오유를 완전히 떠나야겠다고 생각한 것은 바로 맹기용 사건 때문이다.
http://www.todayhumor.co.kr/board/view.php?table=tvent&no=689&s_no=689&kind=search&page=1&keyfield=name&keyword=%EC%A1%B4%EB%9D%BC%EB%A6%89%EA%B9%8C%EB%A0%90%EB%A1%9C
그때 내가 적었던 글이다.
예능프로그램을 좋아하고
냉장고를 부탁해를 1화부터 빠짐없이 보는 내가 보기에는
실시간 검색어에 수도없이 오르고
각 포털사이트를 뜨겁게 달구는 맹기용에 대한 처사가 지나친 감이 있다고 생각했다.
그를 잘 알지도 못하면서
TV프로그램에 나오는 몇몇 모습만을 보고
금수저로 태어나 부모 백으로 셰프행세 한다는 둥
삼성과 PD 사이의 모종의 거래가 있었을 거라는 둥
미성년자를 데리고 클럽에 간걸 인증하는 쓰레기라는 둥
사람들이 그의 SNS를 뒤지고
그동안 나왔던 프로그램의 화면을 악의적으로 캡쳐하고
그를 조금이라도 감싸는 사람들
이를 테면 PD, 김풍, 정형돈까지 비난하면서
증거도 없이 그를 몰아가는 모습이
지나치다 생각했다.
물론 자기가 가진 능력에 비해 TV에서 비치는 모양새가 지나치고
자기가 가진 직함이 과분하고
그가 만들어낸 결과물이 최악이었던 것은 나도 공감한다.
그러나 사람들의 비판은 거기에서 그쳐야 한다.
적어도 없는 것을 있다고 우기거나
비합리적인 의심을 하거나
그의 생김새, 환경을 비아냥 대거나
다른 사람들처럼 마냥 객관적이고 냉철할 수 없는 그의 어머니마저 비아냥의 대상으로 삼아서는 안되고
그를 감싸는 것처럼 보이는 사람들의 말마저 왜곡해서는 안된다고 생각한다.
그에게 정치인 더 나아가서 성인군자에게나 요구할 수 있는 도덕성을 구해서는 안되고
불필요한 트집을 잡아 논란을 키우는 데 편승해서는 안된다
어떤 경우에서는 측은지심도 발휘할 줄 알아야 하고
자중하자는 사람들의 목소리의 의미도 한번쯤 생각해 주어야 한다.
나는 그렇지 않았다고?
하지만 그런 글들 수십개가 이미 '베오베'에 올라가 있다.
이미 당신들은 그런 사람들에 휩쓸리지 않았나?
적어도 인터넷이나 언론매체에서
맹기용은 '다수에게 알려지지 않은 성폭행범, 살인자'가 받는 비난보다
더 많은 비난을 받았다.
교도소에 수감되면서 받는 벌.
단기간에 그는 그 이상의 벌을 받았다고 나는 감히 생각한다.
그리고 우리중 누구에게도 그 사람에게 몰려사 그 벌을 내릴 자격이 있는 사람은 없다
하지만 여기까지 이르는 내 생각을 게시하자
나는 단순히
맹기용 알바라 평가받았다.^^
하나의 커뮤니티일 뿐인 오유에게
나는 과도한 것을 바랐던 것이다.
오유는 다른 포털사이트나 커뮤니티의 양상과 다르지 않았고
다르지 않다면 나는 굳이 오유에 있을 필요가 없다.
그래서 나는 절이 싫어 떠나는 중이 되기로 했다.
나하나 쯤 떠나는 것은 아무 의미없고
오히려 나같은 꼰대는 없는 게 더 나을지도^^
어차피 떠날거 조용히 떠나는게 맞지만
한때나마 내가 정말 좋아했던
누구에게나 오유 한다고 너도 하라고 추천할 수 있었던 오유가
조금 달라졌으면 좋겠는 마음에서 긴 글을 썼다.
처음에 내 고민을 따뜻하게 들어주고 위로해줬던 사람들은 여전히 오유를 하고 있을까??
아마 묻힐 거고
또 다른 이는 내 본심을 왜곡하는 마음을 가질거고
내 글이 헛짓거리에 불과할 지라도
한사람이라도 내 글을 보고 생각을 바꿔줬음 하는 마음에서 써봤다.
나는 다시 떠날거고
인터넷 커뮤니티나 포털 댓글에
초등학생인지 중학생인지 범죄자인지 쓰레기인지도 모르는 사람들이 뱉어낸 구역질에 관심갖지 않을거고
오늘 이 글을 쓰는 것과 같은 의미없는 일을 하지 않을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