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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독讀
활자 한 자 기호 하나도 못 놓치겠는 꽉 막힌 독서 강박증 달래려 어거지로 읽던 책이었다.
오늘은 외로우니,
책아 널 의인화해야겠구나.
일부러 촛불을 켰어, 어두운 조명이군.
겁먹지 말렴, 할 수 있는 게 딱히 없잖니.
엄마를 찾지 말렴, 널 창조한 작가는 내 알 바가 아니란다.
그가 마침표 찍는 순간 널 방생하였고
나는 그 글을 취했음이며,
서재를 보라, 데려왔으니
이제 새 살림과 적응해야 함이다.
두려운가? 지금쯤 넌 네 페이지 속 대략 90p 쪽에 적힌 곰 인형을 부둥키고 싶은 심정이겠군.
외로운 사람의 양팔은 무책임하게 책을 벌려, 어거지로 읽는다.
힘이 부여된 손가락 끝이 한 장 한 장 결을 빼앗고 부드럽게 다루지 못해 구겨져
거칠게 넘긴 날 선 종이의 신음만이 소리가 되고
점점 더 빠르게 상처를 주며
홀린 듯 문장의 나열을 눈으로 밟는다.
꽉 막힌 독서 강박증 달래려 어거지로 읽던 책이라
절정에 이르러서야 수리검인 양 책갈피 푝 꽂아 독서를 잠재운다.
우우, 아픔을 주고만 나의 책이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