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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 강박증을 위로하는 더러운 밤
게시물ID : readers_26085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빗속을둘이서
추천 : 1
조회수 : 388회
댓글수 : 0개
등록시간 : 2016/08/18 02:0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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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창작글

#모독讀

활자 한 자 기호 하나도 못 놓치겠는 꽉 막힌 독서 강박증 달래려 어거지로 읽던 책이었다.

오늘은 외로우니,

책아 널 의인화해야겠구나.

일부러 촛불을 켰어, 어두운 조명이군.

겁먹지 말렴, 할 수 있는 게 딱히 없잖니.

엄마를 찾지 말렴, 널 창조한 작가는 내 알 바가 아니란다.

그가 마침표 찍는 순간 널 방생하였고

나는 그 글을 취했음이며,

서재를 보라, 데려왔으니

이제 새 살림과 적응해야 함이다.

두려운가? 지금쯤 넌 네 페이지 속 대략 90p 쪽에 적힌 곰 인형을 부둥키고 싶은 심정이겠군.

외로운 사람의 양팔은 무책임하게 책을 벌려, 어거지로 읽는다.

힘이 부여된 손가락 끝이 한 장 한 장 결을 빼앗고 부드럽게 다루지 못해 구겨져

거칠게 넘긴 날 선 종이의 신음만이 소리가 되고

점점 더 빠르게 상처를 주며

홀린 듯 문장의 나열을 눈으로 밟는다.

꽉 막힌 독서 강박증 달래려 어거지로 읽던 책이라

솔직히 무슨 내용인지 몰라, 단지 네가 책이라서
이 밤의 외로움을 위로하게 된 거지.
내가 활자 중독을 격렬하게 만끽할 수 있게,
마치 사랑 없는 섹스처럼 그저 욕정에 휘둘리는 거다.

절정에 이르러서야 수리검인 양 책갈피 푝 꽂아 독서를 잠재운다.

우우, 아픔을 주고만 나의 책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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