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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만 따돌림만 당하지 않아요, 어른들도 당한답니다.gisa
게시물ID : sisa_175249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미래의언론인
추천 : 1
조회수 : 501회
댓글수 : 1개
등록시간 : 2012/03/01 23:27:28
원본 좌표 : http://www.hani.co.kr/arti/opinion/column/521599.html

알아보기 편하게 기사 일부에 표시를 해둡니다.
글이 긴 점 양해 부탁드립니다.

[낮은목소리] 
“피해 당한 사람이 왜 낙인찍혀야 하나요”
‘왕따 당하는 어른들’ 그 두번째 이야기
지난달 3일, ‘낮은 목소리’의 ‘직장에서 왕따 당하는 어른들’ 편이 나가자 반응은 뜨거웠다. 포털에선 해당 기사를 주요하게 노출해 1000개가 넘는 댓글이 달렸다. 메일과 댓글을 통해 “나도 마찬가지 상황이다”, “공감된다”는 의견이 쏟아졌다. 기사가 나간 다음주인 2월12일, <한국방송> ‘개그 콘서트’의 인기 코너인 ‘사마귀 유치원’에서는 직장인 왕따가 소재로 등장하기도 했다. 코미디 프로의 소재가 될 만큼 사회적 문제로 인식된 것이다. 2월15일에는 충남 서산시에서 왕따를 당한 앙갚음으로 전 직장 동료들에게 공기총을 난사해 1명이 숨지고 2명이 다치는 사건이 벌어졌다. 그동안 아이들 세계의 왕따 문제에 가려져 있던 어른들의 왕따 문제가 사회문제로 전면 부각된 사건이었다. 이번 ‘낮은 목소리’는 ‘왕따 당하는 어른들’ 문제를 한번 더 들여다봤다. 첫번째 편에 나가지 못했던 사례와 이후 제보를 통해 들어온 사례를 모았다. 등장인물의 이름은 모두 가명이다. 이정국 기자 [email protected] 



[case 1] #대학원생 박규만씨

내가 서울에 올라온 것은 1년 전이다. 졸업 뒤 취업과 학업 두 가지 길을 고민하다가 공부를 계속하기로 마음먹었다. 지방대의 대학원 사정은 너무 열악하다. 입학생도 거의 없을 뿐만 아니라, 제대로 연구할 예산도 공간도 없다. 내가 서울에 있는 대학원을 지원한 것은 어떻게 보면 선택의 여지가 없었기 때문이다. 대학원 입학은 순조롭지 않았다. 평균 3 대 1이 넘는 경쟁률을 넘어야 했다. 취업난 때문에 학생들이 대학원에 몰리는 현상도 한몫을 했다.

처음 떨어진 대학원에서 면접을 본 교수가 한 말이 아직도 기억에 남아 있다. “왜 본교 대학원에 안 가고 여기에 왔어요?” 사실 이 말은 대학원 면접을 볼 때마다 들었다. 나는 “좀더 나은 환경에서 공부하고 싶어서요”라는 앵무새 같은 대답을 했다. 합격한 대학원에서도 역시 같은 질문에 같은 대답을 했다. 합격자 발표가 났을 땐 정말 기뻤다. 서울에 있는 명문대 대학원에 합격했다고 가족은 물론 동네 사람들도 기뻐했다. 그때까지만 해도 난 이제 좋아질 거라고 믿었다.

하지만 문제는 대학원 신입생 오리엔테이션부터 시작됐다. 동기 5명 가운데 4명은 본교 출신이었고 나만 타 대학 출신이었다. 그들의 대화에 낄 수 없었다. 말없이 소주잔만 비웠다. 대학 4년을 마치고 다시 대학원에서 만난 그들과 지방에서 올라온 나는 출발부터 너무 달랐다.

학업 꿈 안고 명문 대학원 진학 본교
출신에게 은근한 따돌림
교수도 “어른이 잘 대처해”
“학력 세탁” 비아냥에 휴학

학기가 시작되자 문제는 더 심각해졌다. 교수 연구실마다 배정받는 조교도 나만 배정받지 못했다. 물론 ‘티오’라고 부르는 빈자리가 있어야 충원이 되는 것이지만 5명 가운데 나만 교수 연구실에 배정받지 못한 상황이 벌어졌다. 지도교수는 빈자리가 나면 우선해서 넣어주겠다고 했지만, 그다음 학기 빈자리에는 본교 출신 대학원 신입생이 들어갔다. 나는 따질 수 없었다. 수업이 없는 날이면 도서관에 박혀 있었다. 학교 돌아가는 사정을 알 수가 없었다. 문득 마주친 동기들이 “너 왜 그날 안 왔어?”라고 물을 때면 “몰랐어”라고 대답을 안 하고 “일이 있어서”라고 거짓말을 했다. 아무도 나에게 행사 일정을 알려주지 않았다.

투명인간 상태가 오래 지속되자 모든 의욕이 떨어졌다. 공부도 하기 싫었다. 지도교수에게 찾아가 사정을 말했더니 “어른이 뭘 그런 걸로 그래. 누가 챙겨주지 않아도 알아서 잘해야지”라며 별것 아니라는 투로 말했다. 그게 다였다. 한번은 구내식당에서 혼자 밥을 먹고 있을 때였다. 등 뒤에 대학원 동기가 앉아 있었다. 내가 있는 줄 모르는 그 녀석은 “걔, 지방대 나와서 취업 안 되니깐 학력 세탁하러 온 거 아냐?”라는 말을 했다. 내 귀에 정확히 박혔다. 주변에 있던 한 녀석은 “그래도 취업 안 될걸”이라며 실실 웃었다. 속이 뒤집어졌다. 난 들킬까봐 조심스럽게 자리에 일어났다.

결국 2학기 마치고 휴학을 결심했다. 지도교수는 말렸지만, 내가 참을 수 없었다. 도서관에서 만난 한 동기는 “너 휴학 신청했다며?”라며 신경써주는 척 얘기했다. 하지만 나에게 아무도 “술 한잔 하자”며 손을 내밀지는 않았다. 간혹 내가 붙임성이 없어서 이러는 게 아닐까란 자책도 해봤다. 하지만 대학 다닐 때만 해도 아무 문제가 없던 나였다. 차라리 나를 공개적으로 왕따 시켰으면 좋았을 거 같다. 한번 소리라도 질렀을 텐데…. 졸지에 인생 부적응자가 돼버린 내가 한심하다.




[case 2]#백화점 판매 매니저 김경희씨

나는 한 지방의 백화점에서 의류 매장 매니저로 일하고 있다. 그동안 텔레비전에서 왕따에 관한 뉴스를 봐도 남의 이야기라고만 생각했다. 아니, 속으로 “얼마나 변변치 못하면 왕따를 당해”라며 코웃음을 쳤다.

문제는 내가 일하던 매장의 매출이 급성장하면서 일어나기 시작했다. 열심히 일한 건 사실이지만 매출 성장이 모두 나 때문만은 아닐 거다. 후배들도 다들 열심히 일했으니까. 어찌됐든 매출이 늘다 보니 매장의 규모도 늘었고 후배 직원들도 많이 충원됐다. 내가 일하는 백화점은 1년에 한번씩 매니저의 순환 근무가 원칙이다. 하지만 회사에서는 매출 성장이 나의 능력 때문이라고 판단을 했던 모양이었다. 계속해서 같은 매장의 매니저 일을 시켰다.

나는 회사에서 능력을 인정받았다는 생각에 별다른 문제제기를 하지 않았다. 매출이 늘면 그만큼의 인센티브는 덤이었다. 하지만 이런 상황이 3년째 지속되자 여기저기서 이상한 움직임이 감지되기 시작했다. 다른 판매 매니저들의 보이지 않는 ‘은따’가 시작된 것이다. 내가 특혜를 받고 있다는 오해 때문이었다. 모두들 내 앞에선 별로 내색을 안 했다. 하지만 백화점 관리 직원들이 소집하는 회의에서는 나를 무차별적으로 공격했다. 조그만 실수가 있으면 “김 매니저의 잘못이다”라며 몰아붙였다. 나를 옹호해주는 사람들은 없었다. 그렇게 회의가 끝나면 또 언제 그랬냐는 듯 상냥하게 인사를 했다.

실적 좋자 오히려 따돌림 시작
업무 지원 거부해 휴가도 못 가
“직원한테 꼬리친다” 소문에
병원 치료 시작하고 퇴사 고민

처음에는 ‘일은 일’이란 생각에 꾹 참았다. 하지만 계속해서 반복되는 ‘꼬투리 잡기’에 감정이 뒤틀리기 시작했다. 기어이 “아니, 내가 뭘 그렇게 잘못했어요!”라고 회의시간에 소리를 질렀다. 분위기는 싸늘해졌다. 그게 화근이었다. 그 뒤로 매니저와 후배들은 나를 피했다. 감정 조절을 못하는 이상한 직원이라는 낙인을 찍었다. 후배들에게 업무 지시를 해도 말을 안 들었다. 더 힘든 것은 내 업무의 대체인력을 찾을 수 없다는 것이었다. 보통 휴가를 낼 때나 업무 중간 휴식시간엔 다른 매장의 매니저에게 대신 일을 봐달라고 부탁을 한다. 하지만 모두들 이를 거부했다. 물론 다들 사정이 있다고 했다. 하루 종일 나 혼자 매장을 지켜야 했고, 휴가를 가지 못하는 상태가 지속됐다. 애꿎은 우리 매장의 후배들까지 따돌림을 당했다. 다른 매장 직원들이 단체로 우리 매장을 왕따 시키기 시작한 것이다. 후배들은 나 때문에 자기들도 피해를 본다며 나를 더욱 멀리했다. 깨질 듯한 두통이 시작됐다. 매일매일 진통제가 없으면 버틸 수 없었다.

한번은 화장실에 앉아 있는데 밖에서 수군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언니, 김 팀장은 왜 계속 같은 매장에 있어요? 좀 이상해.” “몰랐니? 백화점 직원들한테 엄청나게 꼬리치잖아. 회식 때 못 봤어? 잠까지 잔다는 소문도 있더라.”

그 사건이 있은 뒤 병원에서 치료를 받기 시작했다. 하루 종일 머리가 멍했다. 밥을 먹다가 울음이 터져 나왔다. 어디 하소연할 곳이 없었다. 백화점 쪽에 문제제기를 한다면 그들은 나를 더욱 왕따 시킬 게 뻔하다. 요즘은 퇴사를 심각하게 고려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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