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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시절?
게시물ID : freeboard_577764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사랑해아들♥
추천 : 2
조회수 : 206회
댓글수 : 0개
등록시간 : 2012/03/02 01:43:04
전 90년생입니다. 17살 고등학생이 되기전까지 하루6대 버스가들어오고 
도시까지 한시간 반이걸리는 시골에서 나고 자랐습니다.

전교생이 30명도 되지않는 분교시골 초등학교를나와 그정도되는 분교 중학교를나왔지요.
여름엔 자두,오디,앵두,살구 등등 산으로 강으로 다니며 따먹고다녔지요

그때먹은 산딸기,오디는 이젠 먹어볼수없네요. 신기하게도 전 어린시절 매실도 따먹었는데
익지않은 생매실을 그냥 자두먹듯이 먹었네요^^

겨울엔 항상 집집이 소복하게 눈이쌓였고 방학이면 아침부터 해가 질무렵까지 
아이들과 노는게 다였습니다. 작은 시골마을이 내 인생에 전부였고 한달에 한번
시내로 부모님과 목욕탕 가는게 고작이었으니까요.

담배만 팔던 시골 슈퍼.. 그래서 라면이라도 먹을라치면 읍내로 나가야했고
짜장면은 특별한 날에만 먹을수있는 것이었습니다.
중학교에 올라갈 때까지 패스트푸드란 개념을몰랐고 치킨은 생일날이나 먹는건줄 알았어요.

우유를 너무좋아했지만 읍내까지 나가야만 살수있어서 학교 급식에나오는 우유는
정말 달았지요. 고등학교 때 화장하고 비싼옷을 입는 아이들틈에서 나는 언젠가 작아졌습니다.
그러다 따돌림을 당했어요. 그럴때마다 주말에 기숙사를나와 한시간 반 버스를 타고 시골집으로
들어가 위안을 받았지요.  부모님의 이혼과 할아버지가 돌아가시고 할머니가 건강악화로
삼촌집으로 가면서 아버지는 가족과 상의없이 저의 어린시절이 모두담겨있는 집을 팔았습니다.

뭔가 어린시절을 뺏긴 기분이라 슬프네요.
이젠 안개낀 아침도, 할머니가 일찍일어나 만들어놓은 따끈한 두부도, 직접캔 쑥으로 만든 쑥떡도
오디도 산딸기도 모두없네요.

저는 현재 임신 6개월입니다. 일찍결혼하여 일찍 아이를 가졌지요.
저는 지금 도시의 아파트에서 살고있습니다. 아이를가지니 그 오디와 산딸기가 먹고싶어서
오늘 투정을부렸네요. 어렸을 적부터 아이를 낳으면 시골에서 자라게 하고싶었습니다.

너무 반짝거렸던 시간들을 아이에게도 보여주고싶었으니까요.
제 신랑은 도시에서 나고 도시에서 자랐습니다. 패스트 푸드를좋아하고 인터넷게임을 즐기며
편리한 문화에 익숙해있지요. 오늘 시골에서 아이를 기르고싶다 말하였습니다.
어쩔 수없는걸 알면서도 투정을부렸네요. 

요즘같이 흉흉한 세상에 보안도 허술하고 병원도 멀고 인적도 드문 시골에서
아이를 키우는것도 위험하지만 생계가 막막해지는게 제일 중요한 문제니까요.

그러다 신랑이 시골에서 살때 즐거웠냐고 묻습니다.
여름에 물놀이하고 겨울에 눈싸움하고 .. 그땐 하루가 왜그렇게 짧던지..^^
혼자 두시간은 재잘거렸네요. 그러다 신랑은 자고..전 옛날 생각에 잠이오지 않습니다.

이런 날엔 여름밤에 마당에앉아 옥수수 까먹으며 쏟아질것같은 별을 구경하고싶습니다.
달이 밝은날엔 마당까지 밝아 달도 곧 뚝떨어질것같았지요. 
겨울 밤도 야경이 끝내줍니다^^ 눈이라도 오면 정말 혼이 나가도록 예쁜 하늘이었지요.

도시에 나와서도 틈틈이 하늘을 봅니다. 요샌 하나둘 떠있는 별만봐도 반갑네요.
고향과 너무 멀리떨어진 곳으로 시집을 와버려 한번 가질 못했네요
어차피 가더라도 반겨주는사람도 없을텐데.. 그래도 그립습니다.
신랑은 꼭 한번 가겠다고 약속을 했는데 가면 더 생각날까 걱정도되네요^^

지금도 너무행복해서 후회없는 삶을 살고있지만 
한번쯤은 제 아들에게도 그렇게 예쁘던 밤하늘을 보여주고싶단 생각을 하네요.

잠이 안오는 밤 넋두리였습니다. 읽어주셔서 감사드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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