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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도 힘드네.. 누나노릇?
게시물ID : humorbest_261539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접니다Ω
추천 : 70
조회수 : 5752회
댓글수 : 3개
베스트 등록시간 : 2010/02/08 15:56:03
원본글 작성시간 : 2010/02/06 01:16:07

 안녕하세요.
 15살에 친엄마가 따로 계시다는걸 알게된 22살 대학생입니다.
 엄마는 19살 겨울에 사고로 돌아가셨어요.
 스스로 그에관한 트라우마나 데미지는 없다고 생각하고 삽니다.
 고등학교 들어가기 전에는 먼 친척인 줄 알고 가끔 뵙고,
 엄마인 줄 알게 된 후에는 딱 한번 따로 뵌 적이 있어요.
 그때도 엄마라고 부른적은 없고 엄마라고 한번도 불러본 적이 없습니다.

 낳아주신것도 중요하지만 그분과 제 인생을 흔들기도 싫었고,
 지금 가정이 있으신 분. 지금 친엄마보다 더 엄마같은 엄마와 살고있었으니까요.
 사고로 돌아가셨을 때에도 엄마랑 함께 갔었습니다.
 기독교식이라 절도 하지않고 그냥 꽃만 한송이 올리고 돌아왔습니다.
 수능이 끝난 후 얼마 지나지 않아서의 일이라 심란하게 만드는것이-
 수능인지 엄마인지 내 자신인지도 모르고 지냈습니다.
 이제 대학생이 되었고 기일에 그쪽 집에서 연락이 왔지만 참석한적은 없네요.

 친엄마의 아들과 두살, 딸과는 네살 차이가 납니다.
 동생이라고 하기도 조금 그런것이 만난적은 딱 두번 있지요.
 한번은 데리고 나오셔서 봤었는데 그냥 먼 사촌인 줄 알고 만났었고, 한번은 장례식 때 봤습니다.
 이제 스무살이 되었습니다. 남동생(?)이.
 수능 보기전에 연락이 왔었지요. 밥을 사달라고 했습니다.
 살고 있는 지역도 조금 멀고,
 만난다고 해도 할말이 없는데다가 수능이 얼마 남지 않은 상황에 심적 부담이나 상황 변화를 주고싶지 않았습니다. 제 생활에 관여되는 것도 싫었고요.

 그 집안의 사정은 잘 모르겠으나 엄마가 돌아가신 후 그 집 아버지가 힘들어하고 있는 듯 합니다.
 첫째 아이는 저에게 누나라고 부르고 문자도 오고 전화도 옵니다.
 받기도 껄끄럽고 위와 같은 이유로 문자를 하지 않거나 전화를 받지 않은적이 더 많아요.
 전화 번호를 바꿀까 하다가도 알려준 적 없는 번호로 연락이 온 걸 보면 바꿔도 소용 없겠다 싶어서 말았습니다.
 수능이 끝났으니 밥을 사달라. 학교는 이곳 이곳에 붙었는데 어디로 갈지 고민이다.
 서울로 가게되면 여동생이 집에서 외로울텐데 아버지도 아직 힘드시고 걱정이다.
 이런 이야기를 전화올 때 마다 주로 합니다.
 여자 아이가 저를 매우 좋아하고 제 싸이에 매일 들러서 일기를 읽는다고합니다.
 친해지고싶고 이야기 하지 않는 것으로도 위안 삼는다고 가끔 이야기합니다.
 이해할 수 없어요.

 어떻게 해야할까요.
 저는 친엄마가 따로 계시다는 것도 가끔 잊고 삽니다.
 엄마는 그 아이들 만나서 누나, 언니노릇. 힘들겠지만 엄마노릇도 하고 친하게 지내라고 합니다.
 애들 만나서 밥사주라고 용돈도 보내시고 전화로 몇번 타이르기도 하네요.
 원래 고향이 좁아서 그런지 그쪽 어른들과 가끔 연락을 하는것 도 같아요.
 그런데 전 매우 불쾌합니다.
 저한테 동생은 함께 큰 여동생 하나 뿐이라고 생각하고 삽니다.
 친딸이아니라는 걸 처음 알았던 중학생 때.
 일년동안 말도 안되는 반항에 패악질을 받아 준것도 모자라서-
 엄밀히 따지면 전처의 자식들을 챙겨달라고 그쪽집에서 왜 연락을 하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제가 못된걸까요.
 전 원래 남 일에 관심도 없고 가족이라면 끔찍하지만 그쪽이 가족 범주에 들어오지는 않습니다.
 제가 왜, 어떤 이유로 그 아이들을 챙겨야 하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어린 나이에 엄마 돌아가시고 진학 취직 결혼을 엄마 없이 지내야하는데- 안쓰럽긴합니다.
 그 자리를 제가 채우거나 위로하고 싶은 생각은 추호도 없습니다.
 그건 안쓰럽고 힘들겟지만 그 아이들이 견뎌야 하고 지나야 하는 과정이라고 생각합니다.

 자연스럽게 거절하는 방법이 뭐가 있을까요.
 상처를 주거나 아프게 하고 싶지는 않습니다.
 딱히 친엄마의 아들딸이라서가 아니라 타인을 불쾌하게 만들고 싶지는 않습니다.
 제목도 애매하고 글도 긴데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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