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물 젖은 병든 몸 그 희나리에 꽃을 피워 뜨겁게 죽거나
제 새끼들 밴 게장만큼, 간장肝腸에 알약을 털어 게거품 물고 죽거나
날개 없이 박살 나 죽거든, 해진 옷과 오물 그득한 내장이 추할 걸 알기에
깨끗히 사라지고픈 바람의 이는 소리를 쫓아 이름 모를 강까지 오게 된 사내는
자신의 막바지 흔적을 적기로 한다.
죽기 전 일당직 구한 까닭은
흰 종이와 흑심과
유서를 봉인할 몇 푼짜리 나무 궤가
관 대신 필요했기 때문이라.
제목. 물의 가족이 되어.
미친 세상에 취해 니나노니
슬픔이 잠길 곳, 강을 찾다.
상류가 억수 바라면 해害는 하류로 쓸리 온다.
만사 애증의 때 씻긴 구정물이 넘쳐
수평 밑 나고 살 배알은 태생에 텅 빈 처지라
동질감이 바라본 단상이었다.
가시고기인가 스쳤다.
일생을 버둥댈 것 안, 물의 목숨이여.
그건 나도 같구나.
살아서 우는 삶이니
나 또한 수중에 사는 것이며
그런 내가 인면어지 뭐겠나.
죄다 같은 꿈
평강만 바라다
저 다를 바 없이
유수流水에 섞인다.
물레냥 도는 날들
발길 끊긴 강으로 치닫는
불과 이름 몇 자 사라지기만 기약할 터
생이란 죽는 거 달리 뜻 없던 듯
허무로 한 줌 흙으로 흐트러져 가는
지극히 뻔한 말로임에,
지층 아래로 스며
빛 한치 안 쬐는 암굴暗窟에 고여
한 방울씩 똑 후념을 담은 석순과도 필 테니
죽어서도 눈물을 잠그지 않겠소.
그것이 분에 맞는 습한 묘비라
양수를 터트린 죄는 수렴水廉의 옥에서 갚겠다.
그 길고 긴 속죄가 지나서야
윤회 또 온대도 떳떳이 들일 것이네.
폐수로 독이 된 강 옅을 즈음
쓴 풀조차 푸석이 시들어도
야생화 덤불 속 원앙 한 쌍의 가락은 영롱할 게고
이렇듯 썩을 건 썩고 어여쁜 건 어여쁘고
모든 게 그대로일 테니
운명의 신이시여,
애써 나를 건지려 마오.
몸 한 구 담근들
고깟 비애의 짠 농도 땜시
애먼 강이 삼도내 되는 건 아닐 지라,
나를 건지지 마오.
빛받이 물의 벌판에 넋두리 비쳐
일렁이는 황혼마저 쓸쓸히 잠길지라도
그 강을 닮는 것이 어찌 눈물이랴,
그저 사람 맘 못난 탓이니
이슬 맺힌 풀피리와 날벌레 춤추고
바싹 마른 개똥도 풍화 비료 되는 곳
존귀한 생명 품은 너, 강이시여,
도리 없이 죽음을 맡기어 미안하다.
사내는 배운 적 없는 글을 끝까지 적은 후
어느덧 훌쩍 지난 시간에 밝게 뜬 별 하나를 본다.
문득 자신은 물고기자리 인간이라 생각했다.
나는 물고기자리 인간이오, 이슬 오는 시간에 깨 눈물과 친했고 흙수저가 안 맞아 육지서 살기 버거웠다.
아가미의 갈증 채울 수 있는 건 오직 빈 그릇 모양대로 바뀌는 물과 같으니
목마를 땐 물안개 퍼진 곳이 이 몸 적시는 목적지의 모든 것, 온 힘을 걸어 걸어갈 가치가 있었다.
그래서 걷는다. 세상을 부드럽게 유영해야 할 지느러미가 구둣발 되고, 굽마저 다 닳아 마침내 물이 일렁인 데 온 것이네.
허나 지상에 산 세월이 너무 오래 지체했기에 수중의 목숨으로 귀향하는 것은 곧 미련이 된 터요.
그래도 걷는다. 양수가 터질 때 끝났어야 할 물고기자리 인간, 인제 와 물 안에 비친 내 마음이 죽은 귀신이 된 들, 가벼운 슬픔일 뿐
띄운 버들잎처럼 가벼워 가라앉지 못하고 또 기슭을 밟지 못하여도,
성한 폐호흡 대신 눈물 속에 올각 댄 생전 내 분수, 한이 아닐 것이네.
땅에도 물에도 어느 쪽도 순응치 아니 된 그 말로야말로 응당 내 분수, 한이 아닐 것이오.
시체가 고이 든 물도 그저 내 평생 흐른 눈물과 같고 그런 물 안에 살기 친했던 자의 그 시체려거든
골수도 녹는 길고 긴 잠에서 다시 빛을 떴을 때 눈껍질 깐 고기 한 마리로 태어나리.
짜고 쓴 방울이 억수를 빚어도 그 이슬도 이슬 맺힌지 모르게 그 눈물도 눈물인지 모르는 곳에...
오직 수염 난 잉어 한 마리만이
실패한 삶은 임종조차 고독하게 증명되었던 외홀로 사내를
먼 발치에서 바라 본다.
그리고 파문과 거품으로 읊조렸다.
이 세상 한탄하고 원치 않게 발 빠질 거면 죽어서도 잡귀가 될 것이오,
묵은 때 씻긴다 생각하고 스스로 물속에 단명하면 후에 비늘 단 고기가 날 것이오.
그러니 사람아, 그 강에 몸 던질 테거든 마지막 순간까지는 너무 슬퍼 마오.
잠시 고통도 육신의 골격이 지느러미로 탈태하느라 여기게.
잘 가거라 안 하겠네, 다만 잘 헤엄쳐 오시게나.
오직 수염 난 잉어 한 마리만이 그 사연을 자신의 일처럼 잘 알고 있었더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