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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능하면 1일 1문구] 오이디푸스 왕
게시물ID : readers_26164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소프대위
추천 : 5
조회수 : 315회
댓글수 : 1개
등록시간 : 2016/08/27 00:17:12
오이디푸스 : 너는 정말로 이런 말들을 계속 떠벌리고도 무사하리라고 생각하는가?
테이레시아스 : 물론입니다. 진리 그것이 힘이라면.
오이디푸스 : 물론 그렇지. 그러나 너는 예외다. 진리의 힘은 너를 위해 있는 게 아니다. 너는 귀도, 마음도, 눈도 병신이 된 자이기 때문이다.
테이레시아스 : 아, 왕께서는 참 불쌍하십니다. 머지 않아 모든 사람들이 왕께 퍼붓게 될 조소를 스스로 말씀하시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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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포클레스의 비극 <오이디푸스 왕>에서 인용한 부분입니다.
신화를 재밌게 읽으셨던 분들은 다 아시겠지만, 선왕을 살해한 자가 누구인지 알려주지 않는 예언자에게 오이디푸스가 악담을 퍼붓자,
결국 참지 못한 예언자가 그 범인이 바로 오이디푸스 왕 자신임을 말하고 나서 이어지는 둘의 말다툼입니다.

그리스 비극의 전제는 모든 사람들이 극의 결말을 알고 있다는 것이지요.
신화 속 내용은 당대 그리스 사람들에게는 상식에 지나지 않았을 테니까요.
이미 다 아는 내용으로 재미를 만들어내는 것은 작가들에게는 크나큰 도전이었을 테지만,
똑같은 내용을 가지고서도 작가들은 제각기 다른 내용을 만들어냈지요.

모두가 이 책, 오이디푸스 왕을 걸작으로 뽑지만 개인적으로는 그 중에서도 이 부분을 최고로 뽑습니다.
이미 오이디푸스가 마지막에 어떤 운명을 맞이하게 될지 알고 있는 독자들로서는, 예언자의 마지막 냉소는 그야말로 급소를 찔리는 느낌일 겁니다.
불구인 예언자를 욕하는 왕과, 왕의 불구를 예언하는 예언자. 비극 속 아이러니의 전범과도 같은 한 문장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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