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묘한 우월감에 취해 덩치의 팽만함이 억울했던 자존감을 기억 구석진 데로 묻어 준다.
옷맵시가 탁월하면 이 세상이 그는 자기 관리 잘하고 많은 점이 괜찮은 사람일 거라 고개 먼저 끄덕인다.
그런 세상을 떳떳이 보고픈 경추 그 아래, 날개가 되지 못해 처진 어깨 그 사이,
꼬리뼈부터 물결치는 척추의 힘 만나는 △주(삼각근) 위로 상상의 블랙홀을 피워내노라.
땀내 나는 등짝은 짠 물 바다며 그 위로 검은 머리 짐승의 뒤통수가 떠 있네.
프레스~. 전신의 핏빛 올이 정수리 끝까지 잡아당겨짐 느끼고
빛 역시 흡수된 것인지 이상 중력에 눈앞이 깜깜해질 때 극한까지 괸 응축을,
나는 또 수문의 도개교를 연상하여 양팔에 든 흡사 목탁과 같은 케틀벨로 큰 아치를 그린다.
목탁은 열반에 가깝고자 하나 케틀벨 그 물건은 육체의 경지를 탐하지, 형形은 닮았으나 속성이 이리 다르다.
술맛이 묘한 우월감에 취해 콩깍지가 씌였나?
육질에 흐른 이 땀이 흠, 낯부끄럽지만, 좀 관능적으로 느껴지는군.
하, 짜증 나네.
결국 奀 같은 외적지상주의에 편협하여 무른 살을 단련하는 건가?
거, 질문 좀 합시다.
내가 운동 선수도 아니고 왜 이 짓거리를 하는 거죠?
뭐요? 가식 떨지 말라고? 만 점짜리 정답이군요.
당연히 예쁘고 멋진 게 좋아서지!
피부 톤 돋보이게 해줄 진청색 셔츠가 단추 두 개 푼 가슴 넓적한 데 딱 붙으면 거울에서 눈을 못 떼겠다고..
젠장, 얼마나 속물인지 너무 속상했다.
10kg 곱하기 2 . 그 무게를 견딘 이유가 형편없구나, 나.
근데 어차피 남들도 다 똑같잖아, 수영복 입으려고, 안 그래?
奀 같다 했을 때 "눈먼 자들의 도시"가 왜 생각났는지,
외면 혹 가면의 아름다움에 흔들려 내면을 보지 못하는 것이야말로 눈먼 자들일까?
내면은 시시때때로 변하는 물의 깊이일 뿐 결국 떠 있는 것은 연꽃인가?
이런. 또 가짢은 철학을 태울 뻔했구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