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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시물ID : humorbest_261757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물탄소주★
추천 : 68
조회수 : 6901회
댓글수 : 2개
베스트 등록시간 : 2010/02/10 00:06:38
원본글 작성시간 : 2010/02/09 22:27:55
내가 고등학생 시절 이야기니까 벌써 십여년전..
그 당시 고등학생들 사이에선 삐삐가 유행이었다.
지금 학생들은 휴대폰을 손쉽게 갖고 다니지만..
암튼 내 친구들 중에 몇 안되는 여자사람 친구가 있었는데..
나와 그 친구는 소위 50원 친구였다.
그때는 삐삐때문인지는 몰라도 그런 유행이 있었다.
50원 남은 전화기를 보면 별일이 없어도 삐삐를 쳐서 안부를 물어주는..
그 친구는 나와 그런 친구였다.
동성만큼이나 편하고, 이야기가 잘통해서 삐삐에 아무 말이나 남겨도
상대가 어떤 기분인지, 무슨일이 있었는지를 짐작할 수 있는..
그날은 저녁 늦게 야간자율학습을 마치고 남자 세명이서 귀가를 하던중이었다.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하면서 집으로 가고 있었는데..
내 눈앞에 공중전화에 어두컴컴한 가운데 전화 계기판(?)만 환하게 불이 들어와 있는것을 본것이다.
50원이 남아있구나!!
나는 친구들의 눈치를 살필 겨를도 없이 전화기로 뛰쳐나갔고
뒤늦게 그 장면을 본듯한 친구녀석들은 황급히 나를 뒤쫓기 시작했다.
ㅋ.. 결과는 나의 압승..
역시 사람은 주변을 잘 살피면서 다녀야해 나는 운이 x나 좋군!
하면서 승리의 미소와 함께 접이식으로 되어있던 공중전화 박스의 문을 활짝 열어재낀 나는
외마디 비명을 들을수가 있었다..
"억!!!!!"
죄송합니다.. 죄송합니다.. 죄송합니다..
실은 그러했다. 공중전화 계기판에 불이 들어온건.. 누군가가 통화를 하느라 불이 들어와있었던것이고
그분이 워낙 마르시고 그날이 워낙 어두웠던터라 난 까마득히 그걸 모르고 있었던 것이다.
친구들은 뛰쳐나가는 나를 보면서 그랬단다.. 저기에 사람있는데.. 얘가 50원 친구때문에
사람을 경기일으켜서 죽일 수도 있겠구나 라고..
그래서 날 잡으려고 뒤 쫓았는데.. 나는 마치 먹잇감을 노리는 매의 눈을 하고 날아가고 있었다고..
삐삐.. 그때는 짧은 음성한마디, 노래편지, 1004와 같은 숫자메시지 만으로 설레였었는데..
지금은 참 많은 텍스트들을 담아 이야기할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때의 감동이 잘 느껴지지않는다..
문득 그날이 그리워져서
그때 50원 친구가..
그때 나를 말리려던 친구놈들이..
그때의 공중전화박스가..
그날 밤이..
그날 억 소리를 지르며 주저앉았던 이름모를 아주머니가..
문득 그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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