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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후스케치 - '먼지없는 방', 김성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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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 지옥의우유
추천 : 0
조회수 : 197회
댓글수 : 0개
등록시간 : 2016/08/29 21:48: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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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관 노동섹션 한가운데 자리잡은 키큰 책이 있었다. 먼지없는 방. 부제는 삼성반도체 공장의 비밀. 반도체 노동자와 산재에 관한 내용이라는건 미루어 짐작할 수 있었고 빼어들었다. 다만 먼지없는 방은 책의 끝머리에 가서야 그 의미를 완전히 알 수 있었다. 

 책은 삼성 반도체 노동자로 상고를 졸업하자 마자 일하며 청춘을 보낸 정애정씨의 이야기를 재구성하며 시작한다. 삼성이라는 번듯한 간판과 꽤 좋은 대우를 희망하며 자랑스럽게 시작했고, 꽤 만족하며 같은 직장 동료와 결혼까지 성공한 이야기. 처음 어른이자 노동자가 되었을 때도 잘 버텼고, IMF 금융위기도 잘 헤쳐왔다. 희망과 삼성이라는 간판을 믿었기에 말이다. 그러나 그 둘에 대한 믿음은 남편이 30대 초반의 나이에 백혈병으로 사망함에 종식을 맞는다. 그 이후 산재에 관한 이야기가 들려온다. 일하다 병에 걸린 사람이 남편뿐이 아니라는 것, 그들이 직업병일지도 모르며 산재가 될 수도 있다는 이야기. 그제서야 불행을 겪고있는 사람이 자신만이 아님을, 그리고 그 불행이 계속 양산되고 있다는 사실을 동시에 인지한다. 소중한 사람을 허무하게 잃은 상실감, 계속해서 산재처리를 거부하고 물밑으로 진실을 덮으려고 하는 삼성에 대한 배신감이 마음엔 자리잡는다. 피해 노동자들, 가족들, 유가족들 모두 연대해 '반올림'이 되고, 근로복지공단의 비협조로 가게된 행정소송에서 승리해 1심에서 산재를 인정받게 된다. 

 초중반에 반도체 공정과 노동자들의 태스크가 상세히 묘사되어있다. 이중 등장하는 클린룸은 반도체 공정과정에 단하나의 먼지도 유입될 수 없도록 하는 가장 깨끗한 장소이다. 하지만 책제목인 먼지 없는 방은 이것만을 뜻하는 것은 물론 아닐것이다. 책장을 덮고 서야 깨달았다. 삼성은 반도체 공정에서 뿐 아니라 기업 운영에도 먼지가 없어야 한다고 믿고있다는 사실을. 그리고 그 먼지는 노동조합을 비롯한 산재 요구자, 비협조적 모든 노동자와 성과 하락, 손실이라는 것을 말이다. 삼성에게 위험 물질을 다루고 위험한 환경에서 일하는 노동자는 반도체 처럼 아껴 다룬다. 그러나  그 노동자들이 생산성이 떨어지거나, 병에 걸려 쓰러지면 클린룸의 먼지처럼 취급한다. 단 한 파티클의 먼지도 삼성이라는 클린룸에 유입을 용납하지 않고 그런 선례를 만들려 하지도 않는다. 선례를 남기면 먼지가 반도체에 계속 유입된다는 메카니즘인 것이다.

 이야기 중 화학물질과 위험환 환경을 피하기 위한 설비를 비용때문에 설치하지 않았다는 대목이 나온다. 각종 병에 걸린 노동자들이 연대하거나 고발하려는 움직임을 보이자 삼성에서 사람이 찾아온다. 기업의 과실로 보는 산재는 안되고 돈을 통해 개인환경에서 얻은 질병으로 처리하고자 함이었다. 그리고 한다는 얘기가 '당신은 사인을 해놔서 더이상 삼성 노동자가 아니기 때문입니다'. 노후되어서 불량이 자꾸 나는 설비를 다른 라인에 떠넘기고 처분하는 것 처럼 말이다. 그렇게 삼성의 빛나는 시절과 2교대 까지 참아냈던 힘든 시절을 삼성맨으로서 살았던 노동자는 '처분' 당했다. 

 반올림이 요구하는 것은 평생 삼성맨으로 살았던 그들을 '처분'하지말고 법에 따라 보호하고 보상해 달라는 것이다. 그리고 위험물질과 위험할 수 있는 환경 등을 공개해 국민과 다른 노동자들의 추가 피해를 막자는 것이다. 책에서도 소송으로 이겨낸 외국사례가 있지만, 굳이 그런 것을 들지 않아도 나는 이 문장에 동의하기 어렵지 않다. 

 다시한번 생각하게 된다. 노사는 왜 충격이 있고 문제가 발생했을 때 견고하고 장기적인 파트너쉽으로 해결하지 못하는 걸까. 우리나라는 특히 왜이렇게 취약한 걸까. 이래서야 기업과 반영구적으로 견고한 파트너쉽을 유지할 수 있는 기계설비들과 노동자들이 못한 존재가 되버린다. 기업이 정당한 임금과 근무환경을 조성하고, 노동자가 기업의 성과에 열심히 기여한다. 이 단순한 명제는 기업이 오래 생존하고 창의적 인재를 육성하는 것을, 그리고 노동자는 더 커진 회사에서 개인의 몫이 많아지는 것을 도울것이다. 이렇게 균형이 이루어졌을 때 문제가 발생해도 견고한 파트너쉽으로 유연하게 양보하며 긍적적 방향을 논하지 않을까. 기업은 힘이세다. 힘은 돈에서 나온다. 그래서 노동자는 약하다. 오죽 약하면 기본적인 안전과 행복과 관련한 천부인권을 기초로 목소리를 내도 기업에 진다. 그래서 약한 사람들끼리 모여서 그거라도 해보자고 노동조합을 결성한다. 당연히 노동조합은 회사보다 훨씬 나중에 발생한다. 그런데 힘이센 기업은 노동조합마저 분해시킨다. 노동조합과 비협조적, 비생산적 노동자는 모두 그들에게 먼지이고, 손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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